방한 무슬림 증가와 외식업계의 과제

[음식과 사람 2018-8 P.60 R&D ]

 

▲ 할랄음식 = PIXABAY

최근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포스트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터키·중동 지역 무슬림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이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보다 규모가 커 중요 잠재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계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성공적인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외식업계의 과제를 짚어본다.

 

editor.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손수지 연구원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 방문객 통계에 따르면, 2017년에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 수는 86만6000명으로 전년(98만6000명)보다 11.7% 줄었지만, 2015년(74만1000명)보다는 17.4% 증가했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한 전체 외래객 수가 전년보다 22.7% 감소했음을 고려하면 방한 무슬림의 감소 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최근 무슬림의 해외 방문 증가 추세와 K-팝과 한류 드라마의 인기로 무슬림 관광객은 향후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무슬림이 주목받는 이유

• 인구의 지속적 증가

- 전 세계 인구의 24% 차지… 2060년 30억 명 예상

• 경제성장에 힘입은 소비력 확대

- 해외여행 시 관광지출액 1년 새 11.9% 증가

무슬림 인구는 17억500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며, 2060년엔 약 3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교는 다산을 미덕으로 여겨 무슬림 여성의 평균 출산율이 2.9명에 달해 전 세계 평균 출산율인 2.4명을 능가한다. 덧붙여 무슬림의 중위연령은 24세로 전 세계 인구의 중위연령인 30세보다 6세 젊다. 이러한 젊은 인구 구성은 지속적인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슬람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관광비 지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슬림의 해외여행 시 관광지출액은 2015년 1510억 달러에서 2016년 1690억 달러로 11.9% 증가했다. 이는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발표한 전 세계 관광지출액 1조3620억 달러의 12.4%에 해당하는 규모로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관광시장이다. 무슬림 관광시장은 연평균 약 9.0%씩 증가해 2022년엔 28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슬림 관광객을 맞이하는 한국의 현실

• 방한 시 ‘음식’은 주요 고려 요인 아냐

- 국내 할랄 레스토랑 부족이 원인

• 한국 여행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 74.0%

- ‘음식’과 ‘종교활동’ 만족도 특히 낮아

무슬림이 높은 인구 증가율과 소비 성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의 무슬림 관광 인프라와 수용 태세는 어떠한지 살펴봤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6년 방한 무슬림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슬림은 해외여행 목적지 선택 시 ‘자연경관’, ‘역사·문화 유적’ 다음으로 ‘음식·미식 탐방’을 중요시하지만 한국 방문 시에는 ‘음식’을 주요 고려 요인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 할랄 레스토랑이 부족함을 무슬림이 미리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여행의 전반적 만족도를 묻는 설문에서 무슬림의 만족도는 74.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외래관광객 만족도인 94.8%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세부 항목별로는 ‘음식’과 ‘종교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낮게 나타났다. 한국을 찾는 전체 외래관광객의 음식 만족도는 87.1%로 높은 편이었으나 무슬림 관광객의 음식 만족도는 46.3%로 매우 낮았다. 무슬림 관광객의 67.9%는 한국을 여행할 때 개선됐으면 하는 사항 1순위로 ‘음식’을 선정했다. 그 이유로는 할랄 음식점 수가 부족한 점과 할랄 식당이 주로 서울 지역에 집중된 점을 들었다.

 

무슬림은 할랄 음식을 먹는다

• 여행 중에도 이슬람 율법 준수

- 직접 조리하거나 챙겨온 음식 먹기도

•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2배 가까이 증가

- ‘할랄 공식 인증’ 받은 식당은 14개뿐

음식에 관한 항목이 낮은 점수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무슬림은 경전인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할랄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의해 사용이나 행동이 허용된 항목을 뜻하며, 식품뿐 아니라 제약, 화장품 등의 재화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할랄 음식은 과일, 채소, 곡물, 유제품, 어류, 그리고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된 고기를 활용해 조리한 음식을 뜻한다. 이와 반대로 ‘하람’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의미하며, 돼지고기와 알코올 같은 식품이 하람 음식에 해당한다.

무슬림은 여행 중에도 이슬람 율법을 준수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의 67.0%가 한국 여행 중에도 할랄 음식을 섭취했으며, 식사를 직접 조리하거나(10.3%), 직접 챙겨온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10.4%)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 관광객이 겪는 불편을 개선하고자 한국관광공사는 할랄 관련 식당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사업을 실시 중이다. 2016년에는 할랄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 13곳을 포함해 총 135개의 레스토랑을 소개했다. 현재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수는 237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할랄 공식 인증’을 받은 식당은 단 한 곳이 늘어 14개에 불과하다.

 

 

국내에 할랄 인증 정착하려면…

• 할랄 인증기관, 전 세계적으로 300여 곳

- 나라마다 인정 기준 달라 불편

• 국내 할랄 인증기관도 해외 기관과 상호인정협정 체결

- 상호 인정 규모 큰 인증 취득하는 업체 늘어야

할랄 인증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300여 곳이 있다. 국내에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와 한국할랄인증원 등이 존재한다. 나라마다 인정 기준이 다르기에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과 인증을 운영하는 기관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 각 기관은 상호인정협정(Mutual Recognition Agreement)을 맺고 있다. 일례로 세계 3대 할랄 인증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의 JAKIM(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은 전 세계 33개국 55개 할랄 인증기관과 16개 정부 당국의 승인을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JAKIM의 인증을 획득할 경우 태국의 CICOT(태국 이슬람 중앙회), 미국의 IFANCA(미국이슬람식품영양협회) 등 다른 국가의 할랄 인증과 상호 인정이 가능하다. 국내 할랄 인증기관들도 해외 기관과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거나 여러 국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인증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할랄 인증이 빠르게 정착하려면 상호 인정의 규모가 큰 인증을 선택해 취득하는 업체가 늘어야 한다. 덧붙여 내국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 유관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 할랄 인증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이나 음식점 위생등급제처럼 국내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된다면 할랄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가 높아질 것이다.

▲ 이미지 = PIXABAY

 

새로운 돌파구로 기대되는 무슬림

• 터키·중동 지역 무슬림 중요 잠재고객

- 무슬림 위한 관광 인프라 확충 필요

• 어려움 겪는 외식업계엔 새로운 기회

-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인증으로 수익 다변화 꾀해야

한때는 중국인 관광객이 신시장으로 각광받았으나 정치·외교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높아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광시장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무슬림 관광객으로 눈길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터키·중동 지역 무슬림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이 1952달러로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1625달러)보다 규모가 큰 편이라 중요 잠재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슬림의 음식에 대한 관심, 증가하는 방문객 수, 지출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 인건비 상승 등으로 많은 외식업 경영주들이 어려움에 빠졌다.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외식업에 무슬림 관광객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무슬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서울의 명동, 동대문시장, 남산 지역의 경우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인증을 받는다면 고객 타깃을 넓혀 수익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무슬림은 한국인에게 아직은 낯선 관광객이지만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성공적인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낯선 종교와 문화에 대한 선입견은 버리고 이들을 따뜻이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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