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 컨설팅 지상중계

[음식과 사람 2018-8 P.74 Consulting]

 

다른 직종에 종사하다 2016년 9월 생선구이 전문점을 개업한 업주. 그에게 식당 경영은 처음이다. 손이 많이 가지 않고 강도 높은 조리 과정이 필요 없는 아이템을 탐색하다 생선구이를 선택했다. 개점 초기엔 제법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이른바 ‘오픈발’ 거품이 걷히면서 매출액은 완만한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 손실을 볼 정도는 아니지만 식당에 들이는 품과 노력에 비해 결코 만족스러운 매출이 아니다. 업주를 포함해 주방에 한 명, 홀에 두 명 모두 세 명이 일한다. 월 2400만~2500만 원의 매출로는 월세 200만 원을 내고 인건비와 재료비 빼면 남는 돈이 빠듯하다. 한 명을 더 고용해 매출액을 늘려볼까도 고민했지만, 매출이 획기적으로 는다는 보장이 없어 포기했다. 업주의 남편이 직장인이라 집안 식구들 도움은 받을 수도 없는 상태. 월매출을 3000만 원 이상 달성할 방법은 없을까?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문제점]

주말에만 손님이 몰리는 한계

주택가여서 주말에만 가족 단위 손님이 몰린다. 평일 점심에 손님이 없다. 주중 점심 매출을 높이지 않는 한 매출 신장은 어려울 것 같다. 시간대별 인력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도 점심 매출 활성화는 아주 긴요하다.

수준 높지 않은 반찬 맛

업주는 찬모의 반찬 조리 수준을 높게 평가하지만, 실제로 점검해본 결과 그다지 높은 수준의 맛은 아니었다. 식탁에 차려지는 다섯 가지 찬도 식사 후 손님의 인상에 남거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수준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창업한 지 2년이 돼가지만 음식과 찬류 구성이 획기적으로 변한 게 없어 손님들이 식상해하는 상태다.

 

[긍정 요소]

1. 업주가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고, 식품 관련 자격증도 다수 보유했다. 그만큼 식품이나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원가율이 높고 이익률이 낮아도 손님에게 작은 생선은 내놓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손님에 대한 기본 서비스 정신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점포를 객관적으로 관찰·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려는 높은 경영 마인드도 갖췄다.

2. 현재 묵은지고등어조림(9000원)에 들어가는 묵은지를 업주 친정인 전북 남원시의 모친이 직접 매년 300포기씩 담가준다. 원가 절감과 ‘손맛’ 확보는 물론, 점포 스토리텔링 요소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3. 점포가 신축건물이고 깨끗하다. 양쪽으로 탁 트여 조망이 좋으며, 실내가 밝고 쾌적한 편이다. 식당이 밝고 깨끗하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이렇게 해봅시다]

변화에 민감한 상권 내 거주자들에 주목

웬만해선 망하지 않는 식당 아이템이 세 가지 있다. 순두부, 부대찌개, 생선구이다. 크게 대박 내기도 어렵지만 쪽박을 찰 염려도 가장 적은 메뉴들이다. 좋게 말하면 안정성이 높지만, 큰 성공을 기대하는 진취적인 업주라면 선택하지 않는 게 나은 아이템들이다. 이 집이 그나마 지금의 매출액을 유지하는 것도 생선구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곳 상권 내 거주자들은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새 점포가 들어서면 호기심에 우르르 몰려드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동네다. 임대아파트와 청년 세대 비율이 높고, 실속 구매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경향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런 고객층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생선구이집은 다소 진부한 느낌을 준다.

개선 방안은 두 가지다. 생선구이 전문점 형태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단기 방안이 있고, 생선 아이템을 버리고 다른 아이템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장기 방안이 있다. 3000만 원 매출액 달성을 목표로 하는 단기 방안은 현재의 메뉴를 유지한 채 국, 탕, 찬류를 개선하고 POP를 손보는 정도다. 장기 방안은 메밀면(냉면, 막국수, 소바)+만두 콘셉트로의 업종 변경인데, 지금은 계절적으로 타이밍이 맞지 않다. 장기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최소한 내년 봄까지는 우선 단기 방안에 따라 개선해나가야 한다.

 

[개선 방안 1]

‘국물 맛있는 구이집’으로 정착하는 단기 방안

생선구이집은 생선만 맛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맛있는 생선구이 외에 고객 인상에 남을 또 한 가지 결정적인 무기를 갖춰야 한다. 경기 고양시의 생선구이집은 돌솥밥으로, 서울 양재동의 생선구이집은 맛난 순두부로,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생선구이집은 화덕 구이와 나물 반찬 리필로 각기 손님들 마음을 흔들어댄다. 그 집들 모두 월등한 생선구이 맛은 기본이다.

이 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고등어구이(8000원)다. 일반적 찬류와 함께 구운 고등어 한 마리를 낸다. 생선구이 가격이 8000원이면 싼 가격은 아니다. 고객 입장에서 이 정도 밥값을 내면 뭔가 메리트를 한 가지 정도 더 원하게 된다.

지금 상차림에서 반찬 가짓수(다섯 가지)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다른 평범한 찬들을 빼더라도 임팩트 있는 찬 한 가지를 제공하는 게 더 낫다. 예를 들어 반찬으로 명란젓을 더 주는 방법이 있다.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직접 짠 신선한 참기름을 발라 고소한 맛을 강화해 건네면 손님으로선 기억에 남을 것이다. 고깃값이 저렴한 미국산 돼지고기 목전지를 장조림으로 만들어 얇게 찢어서 내도 좋다. 어차피 먹지도 않을 이런저런 반찬들보다 입에 딱 맞는 ‘야무진’ 반찬 한두 가지가 더 절실하다.

노동강도 완화만 고려한다면 국을 개선하는 편이 낫다. 한번 끓여놓으면 크게 일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배춧국이 좋겠지만 여긴 젊은 층 밀집지역이어서 배춧국보다 아욱국이 괜찮을 듯하다. 돌아오는 9월 아욱 시즌에 아욱에 고급 된장을 풀고 마른 새우를 넣어 끓이면 여성 고객들이 선호할 것이다. 좀 더 낮은 노동강도로 끓일 수 있는 북엇국과 황태국도 좋다. 상권 내에 해장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 없다면 더욱 좋은 아이템들이다. 이들은 비교적 조리 오퍼레이션이 간단하고 일정 수요가 있으면서 웰빙 키워드로 끌고 갈 수 있다. 또한 생선이라는 면에서 생선구이와 궁합이 맞다.

찌개, 탕, 조림 등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 콘셉트에 변화를 줄 때 유의할 것은 온도감이다. 손님이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아야 의미가 있다. 만일 순두부찌개를 하더라도 시중의 질 낮은 봉지 순두부를 사용하면 되레 효과가 감소한다.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양질의 순두부로 차별화해야 경쟁업소를 이길 수 있다. 구리농수산물시장이 가까워 신선하고 저렴한 식재료 구매가 가능한 위치이므로 이런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재의 메뉴판에서 탕과 조림의 위치를 서로 바꿔야 한다. 탕을 위로 올리고 조림을 밑으로 내려야 소주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손님 눈에 탕이 보여야 하니까. 저녁에 주류 매출을 좀 더 올리고 싶다면 전을 하나 추가해도 좋다. 전이 어려우면 미리 만들어뒀다가 데워서 내주는 완자도 괜찮다. 어쨌든 단기 방안이 성공하려면 ‘국물이 맛있는 구이집’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개선 방안 2]

장기적으론 ‘소바+만두’ 콘셉트 굳혀야

장기 방안은 메밀면+만두 등으로 업종 전환을 하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아예 생선구이를 빼고 냉면+만두나 소바+만두 콘셉트로 안착시키는 방안이다. 이때는 작업량이 늘어 인원을 한 명 더 보충해야 한다. 인건비는 늘어나지만 이를 매출 증가분이 상쇄할 것이다.

소바나 냉면은 여름철 메뉴이고, 만두는 겨울철 메뉴여서 계절적 비수기를 서로 보완해준다. 따라서 소바+만두나 냉면+만두는 비수기를 극복할 수 있는 콘셉트다. 현재 상권 내에 소바 전문점이 없으니 장기적으로 냉면보다 소바를 노려볼 만하다.

소바는 앞으로 당분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아직 생소하게 여기는 측면도 있어 오히려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따라서 지금이 소바 전문점 창업의 적기일 수 있다. 처음엔 소바 면을 받아쓰고, 어느 정도 자리 잡히면 직접 면을 생산하는 자가제면 체제로 가야 한다.

만두를 소바에 접목할 경우, 양질의 만두피와 소를 전문 제조업체에서 받아 수제 만두 형태로 빚어서 파는 방식이 좋다. 실제 ‘100% 수제 만두’임을 강조하는 전문점의 만두보다 오히려 더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두는 포장도 수월한 메뉴여서 추가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만두 빚기는 여러 조리 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수강하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소바+만두’ 콘셉트가 완성되면 +α로 확장해야 한다. 즉 ‘소바+만두+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때 ‘+α’로는 소고기국밥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고객 충성도가 낮아 금방 발길을 돌리는 이 지역 고객들의 행동 특성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마케팅 활동을 3개월 이상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은 아무래도 누리소통망(SNS) 정보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효과가 클 것이다. 서울 중랑구나 노원구에서 넘어오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서도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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