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가족공제회 법인화의 현실과 전망

[음식과 사람 2018-9 P.48]

회원들의 경영 안정과 복리 증진 등 공제법인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선 재원 확보가 필수 조건이다. 외식가족공제회의 사업화 전략과 사업계획, 추진 중인 2018년도 공제사업 계획 등을 짚어보고, 공제회 사업의 성공을 위한 선결 과제를 진단해본다.

 

editor. 김지은 photo. 한국외식업중앙회

 

외식산업은 국내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인 동시에 자영업자 중 월평균 소득이 제일 낮은 영세업종에 속한다. 최근 정부가 이들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다양한 세제 개편 혜택과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 대책이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시기에 외식가족공제회의 법인화는 정부의 지원이나 제도적 뒷받침에만 기대어 상황을 관망하고 있기엔 42만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 60만 외식업 종사자들이 처한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2013년 2월 15일 중앙회 내 부서의 하나로 외식가족공제회를 출범시켜 유통과 금융·물류 · 손보사 등과의 협력 틀을 구축했다. 그러나 본래의 설립 취지인 ‘외식업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내기엔 조직 내 비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이에 지난해 12월 19일 개정된 식품위생법 제60조와 제60조 2에 따라 중앙회 산하 공제국 형태로 운영되던 ‘외식가족공제회’의 독립을 추진해 법인화의 단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공제국 법인화로 크게 달라지는 점은 그간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수수료 사업과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서만 운영되던 공제국 사업의 범위를 확대해 회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제회원의 경영 안정과 법인 목적 달성을 위해 기금 조성사업을 추진해 발생한 이익잉여금은 외식업계의 발전에 사용할 수 있으며 복지에서 소외돼 있던 회원들과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도 일조할 수 있게 된다.

 

폐업 후 재기, 생활안정·노후자금 마련 가능해질까

외식업은 사업체의 86.5%가 5인 미만인 소상공인으로, 매출액 1억 원 미만이 61.0%에 달할 정도로 대표적인 영세업종에 속한다. 2015년 기준 음식점업 폐업률은 21.9%로 전 산업 폐업률인 11.8%의 2배가량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들어 그 격차는 더욱 가속화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경기 불황과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을 견디지 못해 폐업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다수가 권리금이나 원상 복구 문제 등에 부딪혀 오히려 빚을 떠안고 신용불량 등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직장인들처럼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등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외식업자들에게 공제회의 이익잉여금 창출은 또 다른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외식가족공제회는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배당금 형태로 출자금에 비례해 배당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건설공제조합, 정보통신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건축사공제조합, 한국골재협회공제조합 등에서도 실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출자금을 통한 공제회의 재원 확보와 조합원들의 생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외식가족공제회 역시 사업 추진에 필요한 초기 재원 확보와 향후 영세 자영업 조합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안정자금 및 노후자금 마련 등에 배당금 제도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발맞춰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 5월 28일 유관기관인 식약처를 방문해 공제 정관안을 제출하고 7월엔 2차 공제 정관안과 함께 배당 규정에 관한 법률과 공제 사례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관해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며, 법률 관련 자문도 하고 있다”면서 “아직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외식가족공제회로부터 정식 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절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운영과 농산물 유통 등 다양한 사업 전개

공제회는 외식업의 경영 안정과 단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회원 중심의 사업 전개를 최우선 과제로 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제휴사업의 법적 연속성을 유지하는 한편, 공제회 직영사업의 발굴과 경영 안정 지원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빠른 시일 내에 회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완료될 예정인 플랫폼 사업은 그 시작을 알리는 단초다. 플랫폼 구축이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외식가족공제회 조합원들은 공제회에서 렌털 서비스로 제공하는 포스기를 통해 노무관리와 정보관리는 물론 공제회에서 운영하는 폐쇄몰을 통한 상품 구입과 결제 등 다양한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포스기 렌털 비용 또한 기존 3만 원대보다 1만 원가량 저렴한 2만2000원 정도로 예상되며, 기기만 반납하면 폐업 시 발생하던 위약금 또한 면제받을 수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고춧가루, 된장, 간장 등 공제상품 전용 농산 가공품을 출시해 식자재마트 등의 유통 직영사업과 공제회 폐쇄몰 등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식당에서 기본적으로 쓰는 양념류를 비롯해 다양한 가공식품류를 출시해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원가 절감에 획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외식업에 필요한 각종 집기의 렌털사업을 추진해 폐업 시 문제가 됐던 집기 처분과 원상 복구 문제 해소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임정재 부장은 PB 상품과 관련해 “지금까지 중앙회 내에 존재하던 비법인 형태의 공제회에서 할 수 있는 원재료 관련 사업은 공동구매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법인화 이후부터는 생산·판매까지 가능해져 수익 창출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외식업중앙회에서 생산·판매하는 제품이니 무조건 사라는 것은 아니다. 중앙회에서 엄선한 질 좋은 원료를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조합원들 입장에선 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원료 구입에 투자해야 했던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어 영업력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식가족공제회는 이 밖에도 신한카드와 제휴해 진행하던 외식가족공제카드 사업을 비롯해 한화손해보험과 제휴한 외식업비즈니스 종합공제사업, 더피플라이프와 제휴해 진행하던 외식가족상조회 사업, 금호전기와 업무협약(MOU) 형태로 진행하던 발광다이오드(LED) 공동구매 사업 등을 승계하는 한편, 이를 다양한 중·장기 사업과 연계해 발전시켜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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