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 서울 상암동 ‘배꼽집’

▲ '배꼽집' 박규환 대표

[음식과 사람 2018-9 P.62 Consulting]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는 평소 청취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외식사업의 성공 조건이 여럿 있지만 타인의 조언을 잘 듣고 합리적 선에서 수용할 줄 아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식업소에서 뛰어난 조리 실력과 실전 경험을 쌓았음에도 창업에 실패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는 십중팔구 남의 말을 듣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 김 기획자의 판단이다. ‘배꼽집’ 박규환 대표는 김 기획자가 인정하는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몇 안 되는 외식인’이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photo. 조경환 <월간 외식경영> 기자

 

[Why]

풍부한 경험 바탕으로 안심 전문 고깃집 열었으나···

박규환 대표가 국내 톱 클래스의 대형 한우 전문점에서 일한 건 행운이었다. 입사 초기엔 설거지와 숯불 피우기 담당이었다. 성실성과 총명함을 업주에게 인정받은 뒤부터는 주방을 거쳐 구매, 유통, 원가 계산 등 회사 핵심 직무를 수행했다. 이들 부서 업무를 섭렵하면서 어렴풋이 기업의 메커니즘을 터득했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직원이면서 사장의 시야와 마인드를 갖게 된 것이다.

회사를 나와 서울 마장동에서 육가공 유통회사를 차려 본사에 납품하기도 했다. 이때 육류의 질과 육류 유통에 정통하게 됐다. 2014년엔 서울 논현동에 고깃집을 차렸다. 소자본으로 창업하다 보니 지하에 점포를 얻었다.

비록 지하에서 시작했지만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나름 복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고깃집도 신경 쓰지 않는 안심을 특화하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었다. 후발주자여서 다른 유명 한우 전문점처럼 똑같이 등심으로 경쟁하기는 버거웠다. 자신의 풍부한 고깃집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안심이라는 틈새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마블링, 즉 지방질의 기름 맛으로 먹는 등심에 비해 안심은 순전히 고기 맛으로 먹는 부위다. 그때만 해도 손님들은 마블링이 퍼진 등심의 고소함에 취해 안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박 대표는 다른 고깃집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안심의 잠재적 가치를 눈여겨봤다. 당시 소를 잡으면 안심은 부산물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안심은 등심의 반값이어서 가격 경쟁력이 매우 뛰어났다. 안심은 떼어버릴 기름이 없어 등심보다 재료 손실률도 낮았다. 그릴링 기술만 확보하면 충분히 승산이 보였다.

 

[Problem]

점심 매출 부진과 홍보 부족으로 고전

처음엔 여러모로 장사가 힘들었다. 긴 세월을 국내 최고 한우 전문점에서 일했지만 막상 내 고깃집을 차리고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일단 옥호는 김 기획자의 부하직원이 제안한 ‘배꼽집’으로 정했다. 외식업소 옥호는 매우 중요하다.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강렬한 이름이어서 배꼽집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당면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점심 매출이 오르지 않아 저녁의 고기 판매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었다. 점심에 기본 매출만 해도 저녁 장사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데 점심 식사 매출이 너무 저조했던 것이다. 첫 시작은 돼지목살과 갈비탕 등 아주 단조로운 메뉴로 출발했다. 손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제한된 메뉴의 단조로움에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한우 갈빗살과 안심을 추가했고, 식사 메뉴로 평양냉면과 갈비탕도 올렸다.

두 번째 문제는 홍보의 부재였다. 점포가 지하에 자리 잡아 워낙 노출이 어려웠던 데다 이렇다 할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고기와 음식의 질은 어떤 고깃집보다 뛰어났지만 그걸 구매할 고객들은 점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일단 다녀간 고객들은 배꼽집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 구전으로 알렸지만 여러 사람에게 점포의 존재가 알려지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Solution]

방송으로 뜨고 체계적 홍보로 안정 굳혀

평양냉면과 갈비탕 등 메뉴 가짓수를 늘려가자 차츰 점심 장사에 숨통이 트였다. 이때 김 기획자가 새로 개발한 메뉴들의 콘셉트에 대해 디테일한 조언을 해줬다. 예를 들면 평양냉면의 경우 메밀 함량을 몇 % 정도로 해야 고객이 만족스러워한다는 점 등을 일러줬던 것. 김 기획자는 메뉴 하나하나가 상품으로서의 흠결이 없는지를 고객 눈높이에서 세심히 검증했다. 검증을 통과한 메뉴들은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 가운데 갈비탕은 지난해 케이블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소개됐다. 사실 평양냉면이나 양곰탕의 완성도가 갈비탕보다 높으면 높았지 못하지는 않았는데, 방송에서는 갈비탕이 채택됐다. 또한 곱창전골이 또 다른 공중파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갈비탕, 양곰탕, 평양냉면 등 식사 메뉴 삼총사가 제구실을 톡톡히 해내면서 점심 매출을 견인했다.

고기 세트 메뉴를 먹은 손님이 다시 고기를 추가로 주문하기는 부담스럽다. 술은 남았는데 안주로 먹던 고기가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 그럴 때 양곰탕은 손님 처지에선 아주 좋은 대안 메뉴가 된다. 양곰탕은 원가도 좋아 업주에게는 효자 메뉴다. 손님이 고기를 모두 먹고 난 뒤 마무리용 메뉴로 등판하는 수준 높은 평양냉면도 고깃집으로서는 믿음직한 무기다. 이 메뉴들은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했다. 어느덧 배꼽집은 ‘점심 메뉴가 센 고깃집’이 됐다.

김 기획자는 유명 블로거와 함께 배꼽집에 들른 적이 있다. 그 블로거 역시 배꼽집의 음식 수준에 감탄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배꼽집의 음식들을 포스팅했다. 김 기획자는 또 다른 유명 블로거에게도 배꼽집의 존재를 알려줬는데 그가 중앙일간지에 배꼽집 음식 경험을 소개했다. 유명 블로그와 유력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이 배꼽집으로서는 큰 전환점이 됐다. 이는 당시 홍보에 갈증을 느꼈던 배꼽집에 적지 않은 해갈이 됐다.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한 박 대표는 김 기획자에게 정식으로 홍보 마케팅 지원을 요청했다. 김 기획자는 한우 세트 메뉴에서 안심을 부각시키는 데 홍보의 중점을 두었다. 보통 안심은 스테이크로만 사용하지 숯불구이로 판매하는 곳은 드물다. 배꼽집의 주력 메뉴인 안심이 의외로 장점이 많다는 점을 널리 알렸다.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자 안심 매출이 서서히 늘었다. 등심에서 안심으로 점포 운영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아울러 전체적인 매출도 안정화됐다.

 

[After]

3개 브랜드 8개 점포로 성장, 프랜차이즈 사업 계획도

활발한 홍보활동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자 투자 문의가 늘었다. 외부 투자에 힘입어 2호점인 상암점을 비롯해 수도권 주요 상권에 배꼽집이 진출했다. 상암동은 애초 배꼽집 콘셉트 식당의 구매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었다. 직장인 밀집지역이어서 점심 2, 3회전은 거뜬한 상권이다. 한우 전문점 수요가 있는 지역인데 동종 아이템의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이었던 것. 개점과 함께 상암점은 큰 성공을 거뒀다. 상암동 배꼽집이 안착하면서 2호점 인근에 신규 브랜드인 ‘해나옥’도 출점했다.

배꼽집은 최근 2, 3년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박 대표가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국내 최고급 고깃집 출신이면서도 주변 조언에 따라 부담 없는 콘셉트의 고깃집으로 풀어낸 것이 가장 큰 성공 비결이다. 현재 ‘배꼽집’, ‘배꼽집블루’, ‘해나옥’ 등 세 가지 브랜드에 8개 점포, 1곳의 센트럴 키친(CK,중앙공급식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김 기획자는 배꼽집의 성공 요인이 여러 가지겠지만 박 대표의 개인적 자질에서 기인한 측면이 컸다고 말한다. 주변에 자발적으로 도와주려는 조력자 그룹이 형성될 정도로 인격이 원만했고, 인복도 있다는 것이 김 기획자의 평가다.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원만한 성품과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입니다. 유능한 외식업계 후배들이 그를 많이 따르지요. 이들 인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어느 정도 성공하면 교만해지거나 우쭐해하는 일부 외식인과 전혀 다른 점도 그의 강점이고요.”

박 대표의 인복이 저절로 형성된 것 같지는 않다. 간부사원들에게 30만 원 한도 내의 카드 사용을 허용하고 사원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는 것 등에서 박 대표의 후배 직원들에 대한 인식과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외식업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업종이자 대표적인 3D 업종입니다. 직원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살자’는 생각으로 그들의 공헌에 보답하려고 합니다. 회사가 잘돼서 수혜 직원의 폭을 좀 더 넓히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지금의 배꼽집처럼 가성비가 뛰어나고 상품력이 우수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올해 준비작업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콘셉트는 크게 두 가지. 갈비탕, 양곰탕, 평양냉면 등의 식사 메뉴와 함께 주방에서 고기를 구워 제공하는 고깃집 스타일과 양곰탕, 안동해장국, 우거지국밥 등의 식사 메뉴와 막국수를 제공하는 밥집 스타일이다.

향후 배꼽집이 가맹사업에 성공해도 박 대표의 자세나 태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저는 경청하길 좋아합니다. 고객과 외식업계 여러분의 얘기에 늘 귀를 기울이는 편이지요. 뛰어난 식견을 가진 분이 나타나면 그분 말씀에 따를 겁니다. 그런 분을 전문경영인으로 모실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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