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 경영 상담 후에도 실패한 사례들

[음식과 사람 2018-10 P.50 Consulting]

▲ 이미지 = PIXABAY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는 지금까지 상담을 통해 숱한 외식업자들을 만났다. 그 가운데는 김 기획자가 제시한 개선책에 따라 성과를 낸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다. 그들은 작은 이익에 집착해 큰 것을 보지 못했거나,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외부의 조언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되는 식당엔 분명 이유가 있다. 식당 부진의 이유가 자기 자신인 줄도 모르고 그들은 오늘도 빈 좌석을 보며 한숨만 쉰다. 혹시 나는 이런 유형에 속하지 않았는지 냉정히 돌아보자.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소탐대실, 포기가 생존이다

경기 북부 지역에 부부가 운영하는 갈빗집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성실해 식당을 잘 운영할 자질을 보유했다. 돼지갈비 전문점인데 매출은 부진했다. 돼지갈비는 가족 외식이나 회식 메뉴여서 대개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차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집은 주차 여건이 열악했다. 또한 돼지갈비는 식사 메뉴가 아닌 회식 혹은 가족 외식 메뉴이다 보니 반복 구매가 적다. 이런 점을 들어 김 기획자는 업종 전환을 권유했다.

그러나 부부는 갈빗집 시설과 설비에 투자한 비용이 많고 아까워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갈빗집을 계속하겠다는 부부의 고집에 돼지갈비의 질을 높여주는 것까지만 도와줬다. 갈비 맛은 나아졌지만 이웃에 저가의 갈빗집이 들어서면서 요즘 부부는 더욱 힘들어한다.

경기 남부 지역에서 작은 규모의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분이 김 기획자를 찾아왔다. 1억 원 이상의 돈을 투자했는데 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주변이 중산층 아파트 밀집지역인 항아리형 상권이었다. 이 집도 주차 여건이 아주 열악했다. 설렁탕집의 핵심 무기인 김치와 깍두기 맛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설렁탕은 같은 탕반인 순댓국에 밀려 이미 쇠락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수요층이 돼줄 젊은 층에서 기피하는 메뉴다. 설렁탕은 보통 132~165㎡(40~50평)대의 넓은 점포와 여유 있는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영업이 순조롭다. 일반적인 식사 한 끼 가격인 7000~8000원으로 푸짐하게 제공하기 힘든 메뉴라는 점도 약점이다.

▲ 설렁탕 / 이미지 = PIXABAY

주변에 중산층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서 김 기획자는 설렁탕 대신 만두로 업종을 전환할 것을 권했다. 만두는 중산층 여성 고객이 선호하고 웬만큼 선전하면 기본 매출은 올릴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만두의 성수기인 가을과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설렁탕집 대표는 간판과 시설 등에 투자한 돈이 아까워 설렁탕집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신규 고객이 없는 상권에서 이미 고객들에게 외면받은 설렁탕집이 갑자기 잘되는 일은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매몰비용은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투자하느라 들어간 돈이 아깝다고 잘못된 선택을 포기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손실로 이어진다. 하나의 선택은 하나의 포기를 뜻한다. 작은 것을 포기하지 못해 큰 것을 잃는 것은 어리석다. 작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면 결국 보낸 시간만큼 손해다.

 

집착이 병, 놓아야 산다

모든 걸 결정해놓고 확인하는 차원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도 있다. 대전에 30년 경력의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자가 제면집이 있다. 밀면과 칼국수에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이다. 주인이 실력 있는 셰프여서 음식의 질은 우수한 편이다.

점주가 “돼지 한 마리를 전부 다 사용하고 여기에 면 메뉴를 결합한 콘셉트의 식당을 해보겠다”며 김 기획자의 의견을 물었다. 그의 말대로 돼지를 한 마리 단위로 구매해 활용하면 원가가 낮아 수익성이 좋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돼지의 모든 부위가 골고루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 팔리는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김 기획자는 이 점을 설명하면서 포기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점주는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갔다. 결국 실패하고 지금은 주 메뉴의 재료를 돼지 대신 닭으로 바꿨다고 한다.

방송에 몇 차례 나왔던 인천의 철판두루치기집이 있다. 높은 지명도와 다르게 매출은 오르지 않았다. 이 아이템은 단가를 올리기 어려운 메뉴다. 김 기획자가 업주에게 아이템을 바꾸라고 했지만 안 바꿨다. 자기 메뉴에 대한 주인장의 애착은 컸다. 애착은 곧 집착이 됐고 끝내 버리지 못했다.

반면 대구의 어느 한우 전문점은 벤치마킹과 메뉴 개발을 통해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그 집은 한우물회로 방송에 10여 차례나 나와 유명했지만 역시 매출은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한우물회는 별미로 먹는 메뉴이지 재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일상적인 메뉴가 아니다. 점주는 이런 문제의식을 자각하고 돼지고기찌개로 업종을 전환했다. 돼지고기 전지와 후지를 섞어 쓰면서도 맛을 내 매출을 올렸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나중에는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진출했다.

▲ 평양냉면 / 이미지 = PIXABAY

전남 해안도시에 노출이 양호한 점포인데 자리에 비해 매출이 높지 않은 삼겹살집이 있다. 삼겹살보다 갈비와 냉면이 맞을 입지였다. 김 기획자가 업종 전환을 권유했지만 망설이기만 하고 끝내 실행하지 못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호남권에서도 냉면 수요가 급속히 늘었다. 냉면을 미리 장착했더라면 지금의 상황보다는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김 기획자는 한 달에 50여 곳 이상의 식당을 방문한다. 소요되는 식대만 해도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런 비용과 시간을 치르고 개별 식당들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한다. 김 기획자가 잘나고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이런 노력을 일상적으로 하다 보면 남들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부분이 보이고 알게 된다.

매일 식당 안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에겐 자기 식당이 곧 우주다. 그 안에서 자신이 우주를 이해한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기 식당밖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일삼아 여러 식당을 찾아다니는 사람의 식견을 당할 수 없다. 자기 식당 안에서 보고 듣고 아는 것만 진리로 여겨 전문가의 의견을 묵살하는 건 어리석다. 식당 주인의 집착과 아집이 때론 자신의 식당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정저지와(井底之蛙), 좁은 안목이 식당을 망친다

김 기획자는 최근 경기 수원시의 오징어 전문점에 가족 외식을 다녀왔다. 오징어불고기 등 음식 맛은 좋은 편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계산서를 받아든 부인이 의아해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음식 가격이 비쌌던 것. 중산층 이상인 그로서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던 것이다. “식당에 들어섰을 때 저녁 식사 시간이었음에도 좌석의 4분의 1도 차지 않았더군요. 빈자리를 보면서 의아했는데 손님들의 심리적 허용치보다 높은 음식 가격 때문이었어요. 음식 맛은 좋은데 가격이 무거워 재방문이 없는 경우였습니다. 소비자는 가격에 매우 민감합니다. ‘맛은 좋은데 왜 손님이 없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소비자 눈높이에서 음식 가격을 바라봐야 합니다.”

김 기획자는 손님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적정 가격인지 식당 주인들은 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 이미지 = PIXABAY

외식업이 처음인 사람이 국도변에 짬뽕 전문점을 내려고 한다면서 김 기획자에게 괜찮겠느냐고 물어왔다.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귀동냥으로 많은 것을 듣고 온 듯했다. 이미 큰돈을 투자해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고 식당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은행 대출도 받았다. 금융비용이 만만치 않아 하루빨리 수익을 내야 하는 처지였다.

짬뽕은 주방 인력의 입김이 센 메뉴다. 초보 창업자는 아무래도 조리사와 의사소통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입지상으로는 짬뽕보다 냉면이나 막국숫집을 했으면 좋을 자리였다. 김 기획자는 이 점을 알려주고 좀 더 세부적인 상담이 필요해 보여 정식 상담을 받으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정식 상담을 회피했다. 투자한 거액의 창업비에 비하면 지극히 소액에 불과한 상담료가 아까웠던 것 같다.

그 후로도 그는 창업 조언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기본 지식과 자기중심 없이 여러 사람 이야기만 듣는 것도 문제다. 들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요즘 이 짬뽕 전문점은 부진과 무기력에 빠졌다고 한다.

누구나 ‘요즘 식당이 포화상태’라고 말한다. 외식업 경쟁이 너무 심하다고 아우성이다. 과연 그럴까? 김 기획자는 “일반 손님 입장이 되어 막상 갈 만한 식당을 찾아보면 그다지 없다”고 말한다. 이게 현실이다. “종종 주변 사람들이 갈 만한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마땅한 식당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김 기획자도 식당을 차렸다. 116㎡(35평) 면적에 권리금 없는 점포에 들어가 1년 만에 하루 최고 17회전, 월매출 9000만 원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 기획자는 “식당이 안 된다고 하소연하기 전에 우리 식당이 과연 손님들이 오고 싶어 할 만한 식당인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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