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가 추천하는 불황 극복 틈새 메뉴

[음식과 사람 2018-10 P.53 Consulting]

▲ 이미지 = PIXABAY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삼겹살집과 갈빗집 같은 고깃집은 분명 매력이 있었다. 소비자들이 고기를 선호했고 고깃집 메뉴의 객단가도 높았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들은 부담 없는 전 전문점으로 자연스레 고개를 돌린다.

 

요즘 고객의 주머니 사정 감안한 전(煎) 전문점

재작년부터 고깃집을 개업해봐야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불황으로 고객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점이다. 삼겹살집은 과거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즐겨 찾았는데 이제 경기가 안 좋으니 이마저도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둘째는 고깃집이 너무 많이 생겨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고깃집이 주변에 널려 있어 웬만큼 차별화된 흡인요소가 없으면 고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지갑이 얇아진 요즘 소비자들은 ‘부담 없는 한잔’을 원한다.

서울 을지로에 ‘원조녹두’라는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유명 공중파 방송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곳이다. 필자는 이곳을 맛집보다는 경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복층 구조로 서빙이 어려운 132㎡(40평) 규모의 점포다. 저녁 시간이면 60명 이상의 고객으로 전 좌석이 꽉 찬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공간 운영을 주인과 직원 한 명, 단 두 명이 해결한다는 점이다. 주인은 음식을 만들고 직원은 서빙을 담당한다. 그야말로 일당백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을 부치는 주인이 팔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라는 점이다.

녹두전, 파전, 고추전 등의 가격이 1만 원 안팎이다. 손님 입장에선 가격 부담이 없는 점이 매력적이다. 바쁠 때는 막걸리, 소주 등 주류를 손님이 직접 냉장고 안에서 꺼내 먹는다. 이런 불문율도 재미를 주는 요소다. 나중에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의 숫자를 보고 계산한다. 주인 입장에선 인건비가 절약된다.

주인장 할머니의 전 부치는 숙련도가 무척 높다. 전은 두께를 두툼하게 부치지 않아 금방 익는다. 그만큼 전을 내놓는 속도가 빠르다. 전집의 주력 주종은 아무래도 막걸리다. 전이 나오기 전에 미리 내주는 깍두기와 양파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숨을 돌리는 특성도 있다. 일단 입에 들어갈 것이 있어 손님들이 음식을 재촉하지 않는다.

 

국밥집 메뉴에 전 추가하면 저녁 매출 견인할 듯

지난 8월 후배들과 이 집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마셨다. 이런 스타일의 식당은 중년층 고객이 특히 선호한다. 그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정서나 분위기가 맞기도 하지만 가격 측면이 절대적이다. 우리 일행도 음식은 물론 가격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만일 우리 일행 셋이 전집 대신 국내산 한돈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면 10만 원 정도는 족히 나왔을 것이다. 좋은 원육의 삼겹살은 분명 훌륭한 안주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적으로 먹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고 한편으론 식상한 느낌도 든다.

‘원조녹두’ 인근에 ‘우화식당’이라는 코다리찜 전문점이 있다. 코다리찜과 더불어 1만 원짜리 쇠고기전이 유명하다. 손님들이 기본적으로 코다리찜을 주문하고 대부분 쇠고기전도 함께 주문한다. 이 식당 역시 막걸리 판매 비중이 높다. 쇠고기전 덕분이다.

‘원조녹두’처럼 전 전문점도 좋지만 메뉴가 단출한 국밥집이라면 전을 메뉴에 추가할 것을 강력 추천한다. 보통 국밥집에서 주로 판매하는 수육 등은 가벼운 소주 안주로 그만이다. 하지만 수육이나 보쌈은 생각보다 국밥집에서 많이 팔기가 쉽지 않은 메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의 콩나물국밥이나 경상도식 쇠고기국밥집에서 전은 저녁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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