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토크

[음식과 사람 2018-10 Easy Talk]

 

미처 몰랐던 서양 채소의 매력

 

▲ 비트 / 이미지 = PIXABAY

editor. 박태균

 

이제 국내에서도 세계의 식재료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외식업체에서도 외국의 식재료 한두 가지 정도는 이용해서 음식을 조리해야 눈길을 끌 수 있다. 이미 국내 고객에게 상당히 익숙해진 외국 채소도 몇 가지 있다. 비트(Beet)가 이 중 하나다. 주로 뿌리를 먹는데 ‘붉은 시금치’라고도 부른다. 칼만 갖다 대도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색깔이 강하다.

야생 비트는 지중해 연안에서 자랐다. 고대 그리스인은 뿌리 못지않게 영양가가 많고 맛있는 비트 잎을 즐겨 먹었다. 고대 로마인은 뿌리를 음식으로는 물론 약으로도 사용했다. 비트는 샐러드 재료로 유용하다. 닭가슴살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비트에 부족한 단백질을 닭가슴살이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비트는 익히면 당도가 올라간다. 삶거나 쪄서 우유, 요구르트와 섞어먹으면 좋다. 당근, 브로콜리와 함께 즙을 내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유럽이 원산지인 방울양배추도 도전해볼 만한 식재료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처음 재배됐다는 이유로 영문명이 ‘브뤼셀 스프라우트(Brussels Sprout)’다.

방울양배추는 영양 만점의 미니 양배추다. 양배추, 브로콜리와 함께 배추과 채소에 속한다. 방울양배추만큼 대중의 사랑과 기피를 함께 받은 채소를 찾기 힘들다. 한때 영국에선 가장 인기 없는 채소로 꼽힌 바 있다. 미국인도 1920년대까지 거리를 두었다. 쓴맛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방울양배추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 뉴욕 채소상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엄지 톰’이란 서커스단의 난쟁이를 고용해 ‘엄지 톰 양배추’를 집중 광고했다. 방울양배추는 대부분은 녹색이지만 잎이 붉은 품종도 있다. 살 때는 잎을 꼭 오므리고 있는 것을 고른다. 잎이 풀어진 채로 누렇게 바래 있으면 수확한 지 오래된 것이기 십상이다. 가볍게 소금 간을 한 끓는 물에서 연해질 때까지만 살짝 조리하거나 찌는 것이 좋다. 너무 익히는 것은 금물이다. 서양인은 대개 올리브유와 마늘을 약간 넣고 가볍게 볶아서 먹는다.

▲ 콜라비 / 이미지 = PIXABAY

콜라비(Kohlrabi)는 한국인에겐 아직 생소한 서양 채소다. 독일어로 ‘Kohl(양배추)’과 ‘Rabic(순무)’의 합성어다. ‘양배추 순무’라는 뜻이다. 서유럽 품종과 아시아 품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유럽 콜라비는 녹색 또는 자주색이고 아시아 콜라비는 녹색이다. 콜라비는 흔히 뿌리채소로 오인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줄기채소다. 순무와 같은 방식으로 조리되며 맛도 순무와 엇비슷하다. 순무보다 더 섬세한 맛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콜라비는 골프공 정도 크기만 돼도 먹을 수 있다. 테니스공보다 커지면 식감이 질겨진다. 대개 생으로 먹거나 강판에 간 뒤 샐러드에 넣어 먹는다. 어린잎도 식용 가능하다. 작은 것은 굳이 껍질을 벗길 필요가 없다. 얇게 저며서 샐러드에 넣어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살짝 쪄서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맛이 기막히다.

서늘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콜라비는 당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당도가 12브릭스(Brix) 이상이다. 외양은 감, 사과, 파인애플처럼 생긴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맛이 좋은 것은 감 모양이다. 꼭지 부분이 표주박처럼 올라온 것은 맛이 떨어진다.

▲ 아티초크 / 이미지 = PIXABAY

아티초크(Artichoke)는 국화과 식물이며 엉겅퀴의 일종이다. 아열대성 채소로 지중해 연안 사람들이 즐겨 먹는데 ‘채소의 귀족’으로 통한다. 색은 녹색 또는 자주색이나 둘 다 조리 후엔 녹색을 띤다. ‘비올레토’, ‘로마네스크’ 등 자주색 아티초크는 녹색보다 늦게 수확된다. 작고 연하며 맛이 녹색보다 낫다. 유럽에선 우리의 무, 양파처럼 대중화된 채소이지만 국내엔 최근 도입돼 주로 호텔 등지에서 고급 요리의 재료로 이용된다.

세계 아티초크의 중심을 자처하는 곳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캐스트로빌 마을이다. 이 마을의 첫 ‘아티초크 축제 여왕’이 뜨기 직전의 마릴린 먼로였다.

아티초크를 조리에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소금물을 채운 큼직한 그릇에 아티초크를 약 1시간 동안 거꾸로 담가 흙과 숨어 있는 벌레를 모두 제거한다. 냄비에 소금물을 부어 30분가량 끓이고 잎의 질긴 부위는 버린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