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대표 캐릭터 둘리·뽀로로에 눈 돌려라!

[음식과 사람 2018-11 World-wide]

▲ 일본에선 동물 이미지를 활용한 먹거리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본 사람들은 동물을 각종 먹거리와도 연계해 다양한 음식문화를 만들어낸다.

동물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먹거리와 유행 아이템 개발이 한국의 음식 마케팅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editor. 조선옥 요리연구가(일본) photo. 조선옥음식연구원

 

 

도미 모양의 풀빵 ‘다이야키’ 인기 상한가

설 요리 재료에도 동물 속성 담은 상징성

음식문화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애완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엔(16조 원)에 달한다. 사실 애완동물의 주류를 이루는 개와 고양이의 사육 마릿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애완동물의 수명 연장에 따른 장수화와 가족화로 1마리당 소비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애완동물 먹이(음식)가 약 30%, 애완동물 용품이 약 20%를 점유하고 애완동물 판매와 살롱, 의료, 보험 등 관련 서비스가 약 50%를 차지한다. 이처럼 엄청난 시장 규모를 뽐내는 일본의 애완동물 문화와 먹거리의 관계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고양이를 이미지로 만든 키티짱과 도라에몽, 강아지를 이미지로 만든 시나몬과 폼폼 푸딩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 캐릭터들 역시 일본인의 동물 사랑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1999년에 등장해 사회적 붐을 이뤘던 동물 점(占)을 빼놓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12간지(干支) 열두 동물의 속성을 바탕으로 성격, 궁합, 연애 등을 점치는 것으로 다양한 형태의 점 풀이가 파생돼 관련 서적들도 베스트셀러로 큰 인기를 누렸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와 같은 일본인의 마음은 먹거리와 만나 다양한 문화를 빚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도미 모양으로 구워낸 풀빵 다이야키(たい焼き)다. 우리의 붕어빵에 해당한다. 전국의 유명한 다이야키 점포 앞에는 매일 개점 전부터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뤄 몇 시간씩이나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실 다이야키의 역사는 이미 100년을 넘어섰다. 1909년 창업한 나니와야(浪花家)가 그 원조로 당초 풀빵을 거북이 모양으로 구웠지만 실패했다. 이에 축하한다는 뜻의 일본말 ‘오메데타이’와 일본인들이 즐기는 생선인 도미의 일본말 ‘다이’를 연관시켜 ‘다이야키’를 선보이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한다.

새해 정월 설 기간에 먹는 요리를 일본어로 오세치(おせち)라고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음식 재료들 하나하나가 동물의 속성과 결부돼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청어 알은 자손 번영, 어린 정어리는 풍작, 방어는 출세, 도미는 축하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새우는 수염이 나고 등도 굽어서 에비(海老), 즉 바다의 노인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동물 이미지 활용한 먹거리 속속 등장

소품에서 먹거리 개발로까지 이어진 ‘샹샹’ 붐

최근엔 동물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각종 먹거리가 등장해 큰 인기를 모은다. 전국에 체인망을 갖고 있는 이쿠미마마(ikumimama.com)와 플로레스타(www.nature-doughnuts.jp)는 동물의 특징을 잘 살린 도너츠를 선보여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계절과 성탄절 등에 맞춘 연중 특별 동물 도너츠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 동물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일본 먹거리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빵집과 유명 베이커리에서도 동물 이미지를 살린 각종 빵들을 선보여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중에는 동물 빵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www.shou-shou.shop)도 있다. 이 업체는 예상을 초월한 인기로 주문이 쇄도해 발송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리니 양해를 바란다는 안내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팬더앓이’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전국에 현재 9마리의 팬더가 동물원에서 사육되며 관람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 1마리당 1년에 약 7000만 엔의 임대료를 중국에 지급하고 있다.

그중 도쿄 우에노공원 내 암수 두 마리 팬더는 지난해 6월 12일 새끼를 낳아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공모를 통해 ‘샹샹(香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2월 19일엔 일반 공개도 시작돼 철야조를 비롯해 전국에서 몰려든 팬더 마니아들로 며칠 동안 대혼잡을 빚었다. 지금도 귀여운 아기 팬더의 모습을 보고자 수많은 관람객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에노공원 측은 자이언츠 팬더 정보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실시간으로 팬더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라이브 영상까지 제공한다.

일본 매스컴이 ‘샹샹’ 붐이라고 부르는 아기 팬더의 인기는 우에노공원 일대의 상점가와 각종 가게에서 파는 관련 기념상품만 보더라도 실감할 수 있다. 아기 팬더 이미지를 활용한 모자, 가면, 인형 등은 물론이고 팬더 빵을 비롯해 쿠키, 케이크, 스시(초밥), 김밥, 햄버거 등 먹거리도 정말 다양하게 개발돼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길게 연결된 일본 열도는 전국 방방곡곡을 잇는 철도망이 일찍부터 발달해 철도 마니아(이른바 철도 오타쿠)층이 상당히 두꺼운데, 최근엔 한국 철도문화에도 관심을 갖고 직접 찾아오는 오타쿠들도 서서히 늘고 있다.

반대로 한국 애완동물 시장에선 일본의 대표적 토종개인 ‘시바견’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앞으로 한일 양국의 다양한 교류 가운데 애완동물 관련 분야의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에서도 동물 이미지를 살린 다양한 먹거리와 색다른 유행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둘리, 뽀로로, 몰랑 등을 활용한다면 우리의 음식 마케팅 시장도 훨씬 다변화되고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옥] 요리연구가. 조선옥음식연구원장.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맛을 지향하는 요리와 섬세한 재료 사용으로 한국 음식은 단지 붉고 맵다는 일본인들의 편견을 바로잡고 있다. 책, 방송, 요리 교실 등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떡, 김치, 전통과자 등 품격 높은 한국의 맛을 전수하고 있다. 한일농수산식문화협회 회장, 한바람 회장, 한식넷 부회장, 경상남도 함양군 산삼홍보대사, 경상북도 영양군 관광홍보대사 등으로도 활동 중이며, <가장 쉬운 한국 요리>, <만능 엑기스로 엄마밥>,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한국 떡>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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