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 컨설팅 지상중계

[음식과 사람 2018-12 Consulting]

 

 

바둑 고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산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 혼자 몇 년을 수련한 끝에 자신감을 갖고 하산했다. 자기 실력을 시험해보고자 고수들과 대국을 가졌다. 하지만 백전백패! 나중엔 평범한 실력자들에게도 밀렸다. 앎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학(學)과 습(習). 학은 남에게 배우는 것이고, 습은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선인들은 자득(自得)이라고 해서 습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

정말 습이 더 좋은 방법일까? ‘숙성미학’ 최현일 대표는 독학으로 외식업을 공부했다. 그러나 짜깁기 식으로 얻은 지식은 유기적인 일관성을 결여하기 쉽다. 독학의 취약점이다. 자기 논리가 빈약한 식당 주인의 지식이 식당 경영에 반영되면 콘셉트의 균형이 깨진 식당이 되기 쉽다. 독학을 통해 외식업을 배운 사람일수록 전문가의 균형 잡힌 진단과 조언이 필요하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문제점]

1. 숙성은 이제 고깃집의 경쟁요소가 아니다. 몇 해 전에 이미 한물간 콘셉트다. 이 집의 간판 메뉴인 삼겹살 역시 서서히 저물어가는 메뉴다. 고기에 후추를 뿌리는 등 마치 서양식 스테이크 느낌이 난다. 우리의 삼겹살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좋은 삼겹살과 목살’을 먹으러 오는 손님에겐 그다지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니다.

2. 간판을 고깃집과 국밥집 두 가지로 걸었다. 점포 이미지가 분산된다. 또한 세컨드 메뉴인 국밥을 받아서 쓰고 있다. 아무래도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국밥은 푸짐해야 한다. 비싸게 주고 사온 국밥이니 푸짐하게 제공할 수 없다.

3. 소형도 대형도 아닌 198㎡(60평)인 점포 규모도 문제다. 아주 어중간한 규모의 고깃집이다. 한 번에 100명 정도의 대형 단체손님을 유치하는 게 불가능하다. 최 대표가 지역사회에서 발이 넓어 큰 규모의 단체손님 유치 기회는 많았지만 점포 규모가 작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식당을 유지하려면 관리는 대형식당에 준해야 했다. 직원은 최소한 8명이 필요했고, 손님들 기대치에 맞추려면 음식의 질 역시 대형 식당급에 맞춰야 했다. 규모는 중형인데 유지비용은 대형급으로 나가고 있다.

전국이 불경기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목포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지역경제를 떠받쳐왔던 조선업이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이는 목포뿐 아니라 군산, 울산, 거제 등의 도시에서도 비슷하다.

 

[긍정 요소]

1. 철인3종경기 선수답게 업주가 진취적이고 경영 개선에 진지하게 노력한다. 비록 큰돈을 들였지만 청결하고 깔끔하면서 쾌적한 실내 환경도 강점이다.

2. 한국인 입맛에 맞는 양질의 YBD(요크셔, 버크셔, 듀록 3원교배종) 원육을 사용한다. 가격이 비싸지만 육질은 최상급이다. 전국 어느 고깃집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3. 고기를 제대로 숙성시킨다. 최 대표는 유명 숙성 전문가를 초빙해 4단계 교차숙성법을 익혔다. 특히 돼지고기를 낮은 온도에서 얼지 않는 상태로 숙성시키는 빙점 숙성을 시킨다. 성능이 뛰어난 숙성고를 구입해 원육을 숙성시켜 육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한다.

 

[이렇게 해봅시다]

최 대표는 스포츠맨이자 교육사업에 종사했다. 교육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학생 수가 매년 조금씩 줄어들어 교육사업은 한계가 있었다. 그 대안을 외식사업에서 찾았다. 아이템 선정엔 그의 개인적 취향과 경험이 반영됐다. 2015년 네팔 안나푸르나의 해발 5800m 트레킹 코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조난을 당했다. 극한 상황에서도 삼겹살 생각이 간절했다. 다행히 하루 만에 구조됐다. 다음 날 한국인이 운영하는 삼겹살집에 찾아가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때 먹은 삼겹살 맛은 잊을 수 없었다. 외식업이라는 새 길로 들어서면서 아이템을 망설임 없이 삼겹살로 결정했다.

개점과 동시에 불황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가게를 유지할 정도의 기본 매출은 올렸지만 최 대표는 현상 유지에 만족할 수 없었다. 매출이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것도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싶었다. 개점 초기여서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다. 세미나에 참석해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의 강의를 듣고 상담을 결심했다. 이후 김 기획자를 목포로 정식 초청해 상담을 받았다.

 

[숙성은 과유불급, 아쉬움 남아]

최 대표는 10년 전부터 국제 스포츠 마케팅에 종사했다. 전남지역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로 철인3종경기 대회를 기획하고 주관하기도 했다. 그 자신 철인3종경기 선수다.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총 226km에 걸쳐 휴식 없이 연이어 주파하는 경기여서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경기 시작 한 달 전부터 에너지를 최대한 비축하기 위해 금주 등 체력 관리에 들어간다. 이 기간엔 음식의 소화 흡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다.

삼겹살집을 시작하면서 바로 숙성육 콘셉트를 도입한 것도 선수 시절 겪었던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좀 더 고기의 소화 흡수율을 높이고 손님 몸에 탈이 나지 않을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숙성이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명 숙성 전문가에게 숙성 이론과 실제를 배워 양질의 숙성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기획자는 “숙성은 과유불급이다. 과숙성되면 되레 특유의 이취(異臭)가 발생할 수 있고 산패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숙성은 이제 아주 흔한 콘셉트가 됐고, 고깃집의 차별화 요소로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양질의 YBD 고급 원육을 굳이 숙성시켜야 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미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숙성 전문점으로 포지셔닝했으니 다시 콘셉트를 전환하기 어렵지만 숙성에 들인 역량을 다른 곳에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어설픈 서양식보다 곰삭은 전라도 맛이 잘 먹혀]

김 기획자는 고기에 후추를 뿌리는 등 마치 서양식 스테이크 느낌을 내는 것도 지적했다. 우리의 삼겹살 정서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은 전라도 특유의 곰삭은 맛을 기대합니다. 목포 시민도 그렇고 이곳에 오는 관광객도 그럴 겁니다. 스테이크 느낌보다 오히려 남도의 정취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곰삭은 맛이 더 낫지요. 찬류도 전라도풍으로 젓갈, 갓김치, 파김치 등을 쓰는 게 좋습니다. 그게 목포라는 지역사회 분위기와도 어울립니다.”

고기는 비싸고 좋은 걸 쓰면서 후추나 기타 향신료를 과하게 뿌리면 원육의 맛을 가린다. 손님은 맛있는 고기를 먹으러 왔지 양념과 향신료 냄새를 맡으러 온 게 아니다. 육질이 낮은 경우라면 적절하게 향신료를 활용해야 하지만, 양질의 고기에 굳이 ‘화장발’을 입힐 필요는 없다. 소금이나 젓갈 등 간단하게 한국식으로 제공하는 게 더 낫다.

김 기획자는 생갈비(뼈삼겹)를 고기 메뉴에 추가했다. 다른 삼겹살 전문점과 눈에 띄게 차별화하기 위한 조치다. 생갈비는 사실상 삼겹살과 같은 부위다. 그러나 ‘갈비’라는 키워드를 가진 생갈비는 삼겹살과 달리 주말에 가족 외식이 가능한 메뉴다. 이는 최 대표와 연고가 있어 찾아오는 단체손님 의존도를 낮추고, 가족 외식이나 직장 단위 회식 손님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점포 규모의 애매성을 극복하려는 2중의 포석이기도 하다.

 

[소고기국밥으로 원가 낮추고 수익성 높여야]

해장국의 식재료비 원가가 50% 이상으로 너무 높아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기존 해장국을 대체할 가성비 높은 메뉴가 필요했다. 이를 해결할 묘책으로 김 기획자는 소고기국을 추천했다. 최 대표는 김 기획자의 안내에 따라 전문 조리인으로부터 소고기국 조리법을 배웠다.

“이젠 자신감이 생깁니다. 김 기획자님의 소고기국밥 추천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목포엔 소고기국밥을 파는 집이 거의 없거든요. 소고기국밥을 언급하시는 순간,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 가게 앞 콩나물국밥집에서 3800원짜리 콩나물국밥이 잘 팔립니다. 그걸 보면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걸 실감할 수 있지요. 콩나물국밥보다 가격이 좀 높더라도 가성비 높은 국밥 메뉴가 절실했습니다. 소고기국밥이 바로 그런 메뉴예요.”

소고기국밥은 기존의 국밥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국밥의 맛과 질도 일정 수준 이상 유지가 가능하다. 소고기국밥을 직접 조리하면 외부에서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원가가 낮아져 그만큼 수익성도 개선된다. 소고기국밥은 ‘해장’ 키워드로 확장이 가능한 메뉴다. 고깃집의 해장국 메뉴 장착은 강력한 무기를 보유한 것과 같다.

 

[고기·국밥 복합 콘셉트일 땐 ‘○○식당’으로 개명]

현재 간판이 고깃집과 국밥집으로 두 개가 걸려 있다. 이럴 경우 ‘숙성’을 강조한 간판 때문에 고깃집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식사 메뉴에 타격을 받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문제다.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낮지만 국밥집 간판이 고깃집 이미지를 압도하게 되면 고기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소고기국밥이 잘 팔려 간판 메뉴가 된다고 해도 고기 매출에 지장이 없도록 상호를 잘 정해야 한다. 고깃집에서 식사 메뉴도 밀어야 하는 이런 경우엔 ‘○○식당’으로 개명하는 게 더 낫다.

 

[개선 성과 나타난 뒤 적절한 변신 모색해야]

불황의 여파를 직접적이고 1차적으로 맞는 곳이 바로 식당들이다. 식당 중에서도 고깃집이나 고가의 음식을 파는 곳은 더하다. 소비자들은 가처분소득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가성비 높은 메뉴나 싼 음식으로 갈아탄다. 김 기획자는 일단 지금의 고깃집을 재정비하고 나중에 기회를 도모할 것을 권했다.

“목포 상권은 매우 열악합니다. 근처 여수만 해도 외지인 유입이 많지요. 하지만 목포는 주말에도 외지인 유입이 거의 없고 상주인구가 너무 적습니다. 또한 외지인들에게 목포 하면 호남 지역에서 가장 비싸고 먹을 게 없는 곳이라는 인식도 일부 존재하는 게 현실입니다. 개선작업을 꾸준히 실천해 어느 정도 장사가 되면 좀 더 확장성이 큰 아이템으로 전환하든가, 장기적으론 적당한 규모의 다른 지역 업장으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독학하는 사람의 문제점은 자기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대개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적다. 자기만의 아성에서 벗어나려면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 자신의 객관적 모습을 볼 수 있는 일종의 거울이 필요한 것이다. 최 대표도 독학으로 외식을 공부한 사례다. 다만 그가 다른 독학형 식당 주인들과 다른 점은 전문가에게 지금의 자기 모습이 어떤지 질문을 던졌다는 점이다.

이번 개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최 대표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어 한다. 공동으로 식자재를 구입하고 공동으로 이익을 나누는 터전을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목포를 중심으로 신안, 강진 등 남부지역권에 가칭 ‘청년창업 프랜차이즈’를 구축해 영세 자영업자의 창업과 자립을 돕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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