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토크

[음식과 사람 2018-12 Easy Talk]

 

무조건적인 채식은 득보다 실

 

▲ 이미지 = PIXABAY

editor. 박태균

 

소수의 극단적 식습관으로 여겨졌던 채식(菜食)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만 채식 레스토랑이 100곳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식(草食)’ 남녀가 ‘채근담(菜根談)’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웰빙(참살이) 욕구의 하나로 최근 채식과 채식주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채식주의의 뿌리는 매우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 교리상 석가모니는 채식주의자였을 것이다. 국제동물권리단체인 ‘페타(PETA)’는 ‘예수는 채식주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버나드 쇼 같은 저명인사도 채식주의자다. 불교 승려, 안식일 재림파 교인, 가톨릭의 트라피스트 수도사 등 종교적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Vegetarian)란 고기, 생선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고 곡류, 채소, 과일만 섭취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우유를 마시면 ‘락토(Lacto),’ 우유와 계란까지 먹는다면 ‘락토 오보(Lacto-ovo)’, 우유와 계란에 생선까지 섭취하면 ‘페스코(Pesco)’, 닭고기를 추가하면 ‘세미(Semi)’ 채식주의자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채식을 지향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육식도 하면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포유류는 먹지 않고 닭고기 등 조류는 먹는다면 ‘폴로(Pollo)’다. 이 중 락토 오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성 식품은 일절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비건(Vegan)’이다. 식물도 생명이 있다며 줄기, 뿌리 섭취까지 거부하며 오직 과일만 먹는 ‘푸르테리언(Frutarian, 열매주의자)’도 있다.

‘비덩주의’는 덩어리진 고기는 먹지 않되 육수로 우려낸 국물이나 양념은 먹는 채식으로, 국물 음식이 발달한 한국에 많다. 최근엔 ‘로 푸드(Raw Food)’ 열풍이 불며 가공하거나 조리하지 않은 채소만 먹는 ‘생채식’도 늘고 있다.

비건이 절대 얻을 수 없는 영양소가 있다. 오직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콜레스테롤과 비타민B12이다. 이 중 콜레스테롤은 큰 문제가 안 된다. 식품으로 섭취하지 않아도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자체 생산되기 때문이다. 비타민B12는 엽산과 함께 헤모글로빈 합성을 도와 정상적인 적혈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이다. 결핍되면 악성 빈혈에 걸리기 쉽다. 신경계나 소화기관도 손상을 입는다. 락토나 락토 오보라면 비타민B12를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 이 비타민이 우유와 계란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건에겐 비타민 B12 보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백질의 질이 떨어지고 칼슘 흡수율이 낮다는 것도 채식의 약점이다. 한국인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인 칼슘이 풍부한 식품은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이다. 락토나 락토 오보라면 칼슘 섭취에 전혀 문제가 없다. 비건이라면 칼슘 부족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철분과 아연도 채식만으로는 충분히 섭취하기 힘든 영양소다. 철분이 부족하면 철 결핍성 빈혈에 걸리기 쉽다. 아연이 결핍되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성장이 지연된다.

채식의 반대는 육식(肉食)이다. 고깃집(육식)을 건강의 ‘적’으로 모는 일부의 주장은 비합리적이다. 육식을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생활환경, 기후, 종교적으로 보아 한반도에서 육식을 식탁에서 배제해야 할 이유는 찾기 힘들다. 평균적인 한국인은 현재 채식과 육식의 비(比)가 8 대 2인 황금비율의 식사를 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동물성 식품=독, 식물성 식품=약’이란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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