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토크

[음식과 사람 2019-1 Easy Talk]

 

2019년, 외식업 재도약의 해 되길…

 

▲ 이미지 = PIXABAY

editor. 박태균

 

2017년에는 음식점의 신규 신고 대비 폐업 비율이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음식점을 하다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건수는 16만6751건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새로 사업자 등록을 한 음식점(18만1304건)의 92.0%에 달한다. 음식점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9.2곳이 폐업했다는 의미다. 

이와는 반대로 음식점 종사자에게 희망적인 통계도 있다. 우리 국민이 가정에서 요리하는 것을 즐기지 않고 외식을 자주 하므로 음식점은 여전히 매력적인 업종이라는 것이다. 2016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한 달 평균 15회 외식을 한다. 2015년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GfK가 22개국 15세 이상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요리시간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 요리시간은 매주 3.7시간으로 조사 국가 중에서 가장 짧았다. 22개국 국민의 평균 요리시간은 6.5시간이었다. 

새해를 맞아 음식점의 과거를 되돌아보자. 우리나라 음식점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반도 최초의 음식점으로 간주되는 것은 주막(酒幕)이다. 신라시대 김유신이 다니던 술집 천관(天官)을 주막의 기원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기록상 첫 주막이 생긴 것은 고려 성종 2년 때다. 해외교역이 활발했던 고려의 수도 개성엔 외국 상인을 위한 영빈관, 회선관 등이 세워졌다. 여기서 자연스레 술과 음식을 팔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촌 사회 중심이던 조선시대엔 TV 사극 드라마에서처럼 ‘마을의 온갖 정보가 소통되던’ 주막은 드물었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에 와서야 주막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당시 시골 시장터의 3분의 1을 주막이 차지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주막은 작은 술집이다. 술을 마시고 안주로 요기를 하며 잠도 잘 수 있는 곳이었다. 술값, 음식값은 받지만 숙박비는 따로 지불하지 않아 숙박업소라기보다는 주점에 더 가까웠다. 음식을 주문하면 김치 등 반찬값은 받지 않는 국내 식당의 오랜 전통도 주막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음식점의 출현이 늦은 것은 19세기 중반까지도 상업적 기능을 가진 도시가 한양(서울), 송도(개성), 평양, 전주, 대구 정도에 그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9세기 말부터는 주막 대신 다양한 형태의 주점이 등장한다. 몰락한 양반가의 부인이 생계를 잇기 위해 차린 내외주점, 막걸리를 사발로 파는 사발막걸리집, 서서 술을 마시는 목로주점, 술 찌꺼기를 걸러 만든 모주를 파는 모줏집, 기생이 나오는 색주가 등이다. 

1930년대에 이르러 주점 일부가 전문 밥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 시작했다. 술을 마신 손님이 국물이 있는 탕을 주문한 것이 밥집 등장의 계기가 됐다.

한정식을 제공한 최초의 전문 음식점(요릿집)은 궁중요리를 하던 안순환이 1909년에 세운 명월관이다. 명월관은 기생집을 겸했다. 한상 가득 차린 교자상엔 승기악탕, 신선로 등 궁중음식이 주로 올랐다. 명월관의 교자상은 밖으로 배달까지 돼 한식 출장 뷔페의 효시로 통한다.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요릿집 대신 요정이 새로 생겼다. 1960년대에 이르러 요정은 한정식을 취급하는 음식점으로 탈바꿈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음식점의 역사는 주막, 주점, 주점을 겸한 밥집, 요릿집, 요정으로 이어진다. 오랫동안 밥이나 음식보다 술이 주메뉴였다. 이런 뿌리 때문에 물장사, 술장사 등으로 폄하되던 음식점은 1980년대 이후 국가의 중요한 산업(외식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외식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이고, 사업체 수도 68만 곳으로 전체 사업체 수(395만 곳)의 17.0%에 달한다. 관련 종사자 수도 199만 명으로 전체 산업 종사자의 9%를 점유하는 거대 산업으로 발전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엔 돼지꿈과 함께 외식업의 새로운 도약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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