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음악은 우리 주변에 늘 있다. 때로는 베토벤과 슈베르트, 모차르트, 윤이상 등과 함께하는 클래식 고전음악으로, 가요나 팝송 등 대중음악으로, 판소리나 민요나 국악 같은 전통음악의 모습으로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밝혀준다.

음악은 사전적으로는 ‘소리를 바탕으로 이뤄진 시간예술’ 또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영역의 음을 소재로 박자, 선율, 화성, 음색 등을 일정한 법칙과 형식으로 종합해서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로 정의된다. 그 표현이 어떠하든지 예술로서의 음악은 인간의 삶과 사상, 철학과 역사, 경험과 정서를 담아내는 멋진 그릇이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사랑 이야기든, 대서사극이든 인간의 감정과 세상을 보는 눈을 맑게 해주는 영혼의 샘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지난 12월 중순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설명하는 이야기꾼인 스토리텔러 역할을 맡아 사흘에 걸쳐 무대에 직접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사랑의 묘약’은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가 1832년 작곡한 워낙 유명한 오페라여서 이런 명작을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을 돕는 스토리텔러 역할을 맡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

180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오페라는 지주의 딸 아디나를 사랑하는 시골 청년 네모리노가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으로 알고 속아 마신 뒤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오페라는 주역 배우인 네모리노와 아디나, 조역 배우인 둘카마레, 벨코레, 잔넷타 등의 캐릭터와 개성이 살아 넘치고, 이들이 부르는 아리아들도 감동과 서정성이 가득한 최고의 명곡으로 꼽힌다.

이번 오페라 준비 과정에서 총감독과 연출자, 테너 ·바리톤·소프라노 등 성악가, 반주자와 제작 스태프들이 모여 노래를 연습하고 오케스트라, 합창단, 연기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최고의 오페라 공연을 위해 매진하는 모습을 매일 함께하며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총감독과 연출자는 노래와 연주를 하는 성악가 등 출연진의 동선과 연기 및 분장, 무대 준비 등이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조율하면서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필자는 스토리텔러로서 이 과정과 공연 내용을 관객들이 쉽고 편안하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했고, 많은 관객이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셨다.

그러나 아쉬운 측면도 많다. 우리나라에 200개 넘는 오페라단이 있고, 매일 곳곳에서 수십 개의 공연이 펼쳐지지만, 오페라나 음악회를 제작하는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출연하는 음악가들에게 공연 개런티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음악 연주회장을 찾아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공연할 용기를 갖도록 해주면 좋겠다.

이런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하는 삶이라면 힘들더라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멋진 음식과 술잔이 있다면 더욱 행복하지 않겠는가.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음악회 현장을 찾아 새로운 활력과 용기를 얻어가길 권하고 싶다. 아름다운 오페라와 함께 행복한 연말연시, 기쁨 가득한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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