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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지역 맛 알릴 도시락 관광상품 개발에 눈떠야‘오타쿠의 나라’ 일본의 유난한 에키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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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5  16: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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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사람 2019.06 P.54-55 World-wide] 일본은 지금

   

스시, 소바, 사케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식문화로서 많은 애호가를 거느린 에키벤. 오타쿠 문화가 뿌리를 내려 다양한 마니아층이 형성된 일본이기에 에키벤 행사엔 수많은 사람이 몰린다.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적극 개발해 전국에 소개하는 일본 에키벤 문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editor 조선옥 요리연구가(일본) photo 조선옥음식연구원

 

일본 철도여행의 명물이자 묘미
매년 4월 10일은 ‘에키벤의 날’

에키우리벤토(역에서 파는 도시락)의 준말인 에키벤(Ekiben, 駅弁)은 일본의 철도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말한다. 에키벤은 역이 있는 지역 특유의 식재료와 맛을 살려 철도 마니아는 물론이고 해당 지역을 찾는 여행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린다. 한국에선 2010년 하야세 준의 만화책 <에키벤-철도 도시락 여행기>가 출판돼 관심을 모은 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에키벤은 일본 철도여행의 명물이자 묘미로 향토 요리를 도시락에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하겠다.

일본 열도에는 구석구석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철도망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여기에 음식에 맞도록 크고 작은 그릇에 곱고 아기자기하게 담아내는 일본 식문화 전통이 더해져 개성 넘치는 에키벤들이 속속 등장했다.

130년 역사가 넘는 에키벤의 시작은 1885년 7월 16일 일본철도의 위탁을 받은 여관 ‘시라기야(白木屋)’가 이날 영업을 시작한 우쓰노미야(宇都宮)역에서 주먹밥 2개와 단무지를 대나무 껍질로 싸서 판매한 것이 원조라고 한다. 그래서 매년 7월 16일을 ‘에키벤 기념일’로 삼고 있다.

또한 4월 10일은 ‘에키벤의 날’로서 도시락을 뜻하는 벤토(弁当)의 한자 ‘弁’이 숫자 ‘4’와 한자 ‘十’을 합친 것 같다는 점, 한자 ‘当’도 숫자 ‘10’의 발음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이쯤에서 일본 도시락 시장 현황을 잠시 살펴보자.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외식(外食)·중식(中食) 시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식 시장의 규모는 8조7000억 엔에 달해 전년도에 비해 2.1% 늘었다.

중식이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과 식당에서 주문해 먹는 것을 제외한 테이크 아웃, 즉 전자레인지나 뜨거운 물에 덥혀 먹을 수 있는 식사를 뜻한다. 여기엔 도시락은 물론 빵과 과자, 캔·페트 음료, 컵라면 등도 포함된다.

 

에키벤 대회엔 300종 이상 출품
색채, 영양, 위생의 삼중주

한국의 경우는 2010년대 들어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와 함께 ‘혼밥(혼자 밥 먹기)’ 문화가 확산되면서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됐다. 2016년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2015년 대비 3배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도시락 구매자 중 64%는 ‘혼자 먹는다’고 답했으며, ‘점심시간에 먹는다’는 답변이 63.2%에 달해 점심을 혼자 간단히 해결하는 혼밥족이 크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 GS25는 배우 김혜자와 홍석천, 세븐일레븐은 가수 혜리를 도시락 전속 모델로 내세웠는데, CU의 경우 편의점 역사상 처음으로 2016년 초에 소주와 바나나우유를 제치고 백종원 매콤불고기 정식이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GS25의 경우도 2016년 매출 상위 10개 품목에 김혜자 바싹 불고기(3위), 마이홍 치킨도시락(9위)이 오르는 등 갈수록 도시락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선 중식 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의 등장으로 줄곧 사랑을 받아오던 도시락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실정이다. 에키벤도 예외가 아니다. 본래 에키벤 구입은 정차 중인 플랫폼에서 열차의 창문 너머로 돈을 지불하고 판매원으로부터 도시락을 받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열차의 창문을 여닫을 수 없는 데다 고속철도가 늘어나 정차시간이 짧아지고 목적지까지도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으며 역내 편의점과 식당, 기타 매점 등이 크게 늘어 도시락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에키벤은 스시, 소바, 사케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식문화로서 많은 애호가를 거느린다. 오타쿠 문화가 뿌리를 내려 다양한 마니아층이 형성된 일본이기에 해마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열리는 다양한 에키벤 행사는 한곳에서 전국의 유명 에키벤을 먹을 수 있는 기회로서 수많은 사람이 몰려 대성황을 이룬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주요 기획행사로 ‘에키벤 대회’를 여는데, 효시는 1953년 다카시마야 오사카점이다. 에키벤 대회를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66년 게이오백화점 신주쿠점에서 개최된 ‘제1회 원조 유명 에키벤과 전국 먹거리 대회’로서 지금도 매년 1월에 열린다. 이 행사엔 많은 이들이 몰려 각지의 에키벤을 맛보거나 선물로 산다. 올해로 제53회째인 이 대회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출품된 300종류가 넘는 에키벤이 판매됐다. 대회 기간 중 게이오백화점 신주쿠점은 하루 평균 평일엔 5만~6만 명, 휴일엔 7만~8만 명이 찾아 손님이 20~30% 증가했다. 대회기간인 2주 동안 약 30만 개의 에키벤이 팔려 6억 엔 이상의 매상을 올렸다. 에키벤 업자들은 이러한 주요 도시의 인기 에키벤 대회를 각자의 에키벤을 출품해 이름을 알리고 맛을 자랑해 전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 수도 도쿄의 심장부인 도쿄역엔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각지의 명물 에키벤 150종류 이상을 살 수 있는 전문매장 ‘에키벤야 마쓰리(駅弁屋祭)’가 2016년 11월 9일 대대적으로 리뉴얼 오픈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은 상설 매장으로는 일본 최대 규모로, 하루 8000~1만 개 이상의 에키벤이 팔린다고 한다. 고객층은 주로 신칸센을 이용해 출장 온 회사원과 여행객들이며, 도쿄를 대표하는 기념품과 함께 여러 가지를 함께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일본철도 구내영업중앙회의 누마모토 다다쓰구 이사장은 “에키벤은 색채, 영양, 위생 세 가지가 중요하다. 스토리를 만들어 먹는 사람에게 맛뿐만 아니라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다이의 규탄(소의 혀)을 사용한 도시락, 홋카이도의 각종 해산물 도시락, 유명 도예지인 아리타의 도기를 활용한 아리타야키(有田焼き) 도시락 등 에키벤은 지역 특산물과 식재료를 활용한 특징적인 용기 및 패키지 디자인,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용으로 개발된 요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먹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담아놓은 반찬과 밥 등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먹거리 문화의 종합예술, 도시락
대도시와 지역의 또 다른 소통 방식

앞으로 한국의 도시락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캠핑카 보급과 아웃도어 등의 여행 문화도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속도로의 휴게소 맛집 탐방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TX 철도망도 더욱 확산돼 전국이 일일 생활권으로 자리 잡으면서 맛집을 찾아 전국을 도는 식도락가도 크게 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에키벤 문화는 철도여행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개발해 전국에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항아리에 담긴 주꾸미도시락, 다양한 속을 개발해 여러 가지 맛을 제공하는 연밥도시락, 경기 이천 도자기에 담긴 누룽지도시락, 꼬막의 신선함을 살린 해물도시락, 충북 보은군의 대추를 이용한 건강도시락, 전남 담양의 죽세품을 활용한 아담하고 실용적인 도시락 용기 등 개발의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지역의 맛을 찾고 개발해 널리 알려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케 하는 것은 대도시와 지역의 또 다른 소통 방식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 연극, 뮤지컬이 종합예술이듯 도시락도 어떤 의미에선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 메뉴 개발과 포장 등이 망라된 먹거리 문화의 종합예술이라고도 하겠다. 시너지 효과, 윈윈 전략 등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도 좋다. 서둘지 말고 소박한 우리 먹거리를 재발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조금씩 개선해나가면 된다. 그 과정 자체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고 보람일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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