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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음식점과 저렴한 음식점, 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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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6  1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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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사람 2019.7 P.86-88 Local Analysis]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수록 저가 음식점이 많이 생겨난다.

상권 분석을 하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저성장 트랙이 시작됐던 일본의 1990년대 초반 상황과 한국의 2019년 상황이 매우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시 일본의 주요 상권에선 중고 서점(Book-off), 100엔샵 같은 곳이 어느 골목을 가든 눈에 띄었다. 100엔샵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는 ‘다이소’로 기억한다. 요즘 다이소는 우리나라 상권의 노른자위 입지를 점령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신세대가 즐겨 찾는 상권에선 중고 서점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일본의 1990년대 초반 상황과 매우 흡사한 현상이다.

당시 일본 외식상권에선 3000원 내외의 가격대를 선보이는 이자카야, 라멘집, 덮밥집이 곳곳에 눈에 띄곤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서 본다면 생각이 많아지는 지점이다. 식재료 원가와 각종 비용은 오르는데 메뉴 가격은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것은 자칫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영자는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가성비를 좇는 저렴한 음식점 전략이 나을지, 아니면 가치소비 고객을 공략하는 값비싼 음식점 전략이 나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가성비 고객과 가치소비 고객, 어느 계층을 공략하는 것이 요즘 시대 불황을 넘는 혜안일까를 정리해봤다. 

 

 

   

요즘 시대에 가성비 좋다는 음식점을 주도하는 외식업 경영자 중 한 사람은 백종원 대표일 것이다. 백종원 대표의 21개 브랜드는 대부분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번화가 상권에 오픈한 백종원 대표의 파스타 브랜드는 6000원대 스파게티 메뉴와 4000원대 샐러드, 하우스와인을 판매하고 있었다. 신세대 소비자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필자는 해당 파스타 전문점의 비용과 창업자가 추구하는 가치 등을 살펴봤다. 해당 매장의 부동산 투자금액을 보면 2층 매장임에도 점포 비용이 만만치 않다. 30평 남짓한 점포를 꾸미는 데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과 프랜차이즈 비용만 해도 2억 원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고정비용의 첫 번째인 월 임차료 또한 1000만 원이 넘는 매장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객단가는 1만 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파스타 가게를 표방하고 있다. 저렴한 메뉴를 판매한다는 것은 창업자가 부담하는 식재료 원가가 높다는 얘기다. 실제 웬만한 백종원 대표 브랜드는 매출액 대비 식재료 원가가 40%를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면 당연지사로 마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리 아이템이다. 박리 아이템의 생존법은 단 하나다. 오직 다매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줄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줄을 세우지 못한다면 자칫 폐업 점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저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음식점 주인장 처지에서 본다면 줄 서는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해야 한다. 줄 서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순간 매출 부진과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그럼에도 가성비를 표방하는 유명 음식점 창업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요즘 외국계 사모펀드가 한국 외식시장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한결같이 가성비 높은 음식 메뉴를 내세운다. 심지어 2+2, 4+4 등 무한리필 메뉴까지 선보이고 있다.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업체에선 식재료 유통 물량을 늘리는 전략 또는 가맹점 수를 늘려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단기적인 가치 평가를 좋게 하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가성비 좋은 음식점 브랜드의 수명은 전적으로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결정한다. 소비자들의 지속가능한 소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저렴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표정을 살피곤 한다. 얼굴엔 너무 바쁘기에 힘들다는 표정, 많이 팔아도 별로 남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가성비 좋다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주인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각이다. 

 

 

   

외식상권을 조사하다 보면 가성비만 좇는 음식점도 있지만 반대 사례도 있다. 얼마 전 경기도 한 위성도시 상권에서 값비싼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음식점 사장님을 본 적이 있다. 개업한 지 10년이지만, 벌써 2개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소비자 객단가 5만 원 정도의 고급음식점이었다.

하지만 주변 상권은 소비 수준이 높은 부자 동네가 전혀 아니다. 음식점이 들어선 위치도 대다수 저가 음식점들이 난립한 국도변 이면도로 상권이었다. 해당 상권의 수요층 특성을 보면 지역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과 인근의 공장지대를 아우르는 상권으로, 멀리 외곽지대엔 신도시 상권이 포진하고 있는 수도권 위성도시 상권이었다.

이 고급스러운 음식점의 정체를 들여다봤다. 핵심 고객층이 주변에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접대 공간으로 주로 이용되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단란한 가족들의 회갑연, 칠순 가족모임 같은 특별한 날을 선택해서 찾아오는 가족 단위 고객들도 있었다. 5만 원 한정식의 대표 메뉴는 품질 좋은 간장게장과 보리굴비, 전골 메뉴가 포함된 퓨전 한정식이었다. 해당 음식점의 점포 형태를 보면 단독건물에 주차장도 넓었다.

소비자 반응도 살폈다. 이 음식점에 와야만 제대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강음식점이라는 반응이 컸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려는 고객들이 조용하게 얘기하면서 식사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고객 반응도 있었다. 주인장에게 물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매출 곡선은 어떠냐고 했더니 “저희 음식점은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한 편이에요. 이 주변엔 우리 집이 가장 비싼 식당이라서요. 경쟁업체가 별로 없거든요”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상권마다 가성비를 내세우는 음식점이 늘고 있는 반면에 되레 값비싼 음식 메뉴를 선보이면서 ‘가심비’를 공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싼 메뉴를 구매하는 고객층의 눈높이에 적합한 후회스럽지 않은 고객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을 많이 상대하지 않아도 되기에 영업하기도 수월하고, 직원 관리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 음식점이 이렇게 비싼 메뉴를 통해 억대 매출을 올리는 안정적인 음식점에 안착하기까지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먼저 틈새상권 선택이다. 경쟁이 치열한 도심 상권이 아닌 수도권 외곽 틈새상권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주변에 주로 작은 가게, 허름한 시설로 영업하는 가게가 많은 공장지대 서민층 상권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반대로 일정 정도 규모가 있고 주차 편의성을 갖춘 단독건물, 게다가 시설과 분위기까지 고급화하는 전략을 시도했다. 투자금액 관점에서 본다면 1억 원 안팎이 투자된 영세음식점이 아니라 최소한 2억5000만 원 정도의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자된 업소임을 알 수 있었다.

음식의 맛과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최고급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메인 디시뿐만 아니라 곁들이 하나에도 한정식 차림의 품격이 넘침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반찬 가짓수만 많은 음식점이 아니다. 곁들이찬 하나도 그 집에만 가야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이 있다. 객단가 5만 원의 손님일지라도 가치소비를 희망하는 고객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공략하고 있었다. 아이템 역시 언제 가더라도 유행을 타지 않는 품격 있고 단출한 아날로그 한정식을 표방하는 것 또한 불황기를 이겨내는 비법인 셈이다.

이 음식점 주인장의 표정을 살폈다. 언제 봐도 만면에 미소 가득한 표정이다. 손님들은 늘 이 주인장에게 어떻게 그렇게 인상도 좋으시고 멋스러움이 넘치는 풍모를 유지하느냐고 부러움 섞인 눈초리를 보낸다고 한다.

창업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불황기이기 때문에 호주머니 얇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저가 음식점 전략이 나을지, 아니면 틈새상권에서 품격 있는 고급 음식점을 표방하면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울지는 창업자의 선택 영역일 수밖에 없다. 나의 조건에 맞는 유연성 있는 운영 전략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음식과사람 food79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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