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과 사람 > 메뉴&경영
이제 가까운 춘천에서 맛있는 한우 즐기세요~
음식과사람  |  food7916@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7.16  14:10:4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kakaos band

[음식과사람 2019.07 P.68-72 Real Interview]

   

 

 

춘천에서 제일 유명한 1++ 한우 전문점 ‘큰집한우’ 홍진기 대표

춘천 닭갈비, 횡성 한우, 서산 주꾸미, 흑산도 홍어 등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들이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이렇게 외식업이 지방색을 따라가면 어느 정도 매출이 보장될 것으로 여겨지는 게 통설. 하지만 꼭 지방색을 담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례적으로 춘천에서 한우로 이름난 ‘큰집한우’를 찾아 그 특별한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editor 조윤서 photo 김성남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수도권에서 춘천 시내로 진입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예전처럼 경춘가도를 타고 달리는 걸 추천한다. 호젓한 도로 위에서 무심코 떠오르는 옛 추억에 미소 지을 수 있다. 어디로 오든 서부대성로에 위치한 큰집한우까지는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남춘천나들목(IC)에서 약 19km 거리. 팔호광장 교차로에서 강원도청 별관 쪽으로 8시 방향 좌회전하면 100m 남짓한 거리에 세련된 3층 건물이 있다.

주변엔 고만고만한 작은 식당이나 잡화점 등이 있는 조용한 거리다. 1층 전체가 주차장으로 뻥 뚫려 있어 들어서면서부터 식당의 규모가 느껴졌다. 영업장은 2, 3층이고 옥상은 외부에서 들여다보이지 않는 가정집 구조다. 3년 전 새로 건물을 올려 이전하기까지 그동안 외식업 현장에서 겪었던 홍진기(48) 대표의 노고가 남달랐다.

“큰집한우는 2011년에 오픈했어요. 제가 24세부터 외식업에 뛰어들었으니 처음부터 한우식당을 차린 건 아니었죠. 군 제대 후 횟집에 생물 납품하는 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가게를 내놓은 거래처를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에 인수했어요. 첫 식당이었죠.”

테이블 4개짜리 작은 점포였지만 동갑내기 아내 성광희(48) 씨와 함께 운영한 횟집은 그럭저럭 잘됐단다. 아들은 등에 업고 딸은 방석에 눕혀놓고 키우며 육아와 생업을 같이하던 시절이었다. 10년간 꾸준한 매출을 올리던 횟집은 어느 순간 폐업의 위기를 맞았다.

“횟집이 잘되니까 엉뚱한 생각이 들었던가 봐요. 주식으로 다 망했네요. 정말 끝이라는 생각으로 제 인생 마지막 식당을 차리려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한우집으로 결정한 건 제 인생 로망 같은 거였죠. 저희 어릴 때만 해도 부자들만 소고기를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거든요. 춘천에서 웬 한우냐고 주변에선 다 망한다고 했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거라 저는 사활을 걸고 도전했어요. 또 한우는 나라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팔리는 거잖아요. 그때부터 잘되는 음식점들을 순례하며 벤치마킹했습니다.”

부부는 서울의 유명한 한우 식당들을 빼놓지 않고 다니며 손님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맛을 보고 평가해서 데이터를 모았다. 하루 세끼를 소고기만 먹다 토한 적도 있었지만 배워야 했기에 멈출 수 없었단다. 이렇게 들어간 비용이 한 달간 무려 1200만 원이나 됐다. 대구, 나주, 철원, 홍천, 수원 등 전국의 유명하다는 소시장도 두루 섭렵했다. 치열한 벤치마킹으로 그가 얻은 결과는 한 가지였다.

“가장 중요한 건 원산지나 가격이 아니라 맛이었어요. 심플한 얘기지만, 무조건 한우식당은 한우가 맛있어야 해요. 맛의 비결이 딴 데 없어요. 좋은 고기를 쓰면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없을 수가 없거든요. 어느 지역산이든 투플러스 상급 한우만 쓴다는 게 제 원칙이고요. 덕분에 다른 식당보다 1만 원 이상 비싼 값에 들여와야 하지만 그걸 소비자들에게 부담지울 순 없고, 대신 덜 남겨요. 좋은 한우를 맛있게 드시고 가면 꼭 다시 찾아와 단골이 되시니까.”

이 원칙은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다. 그래서 생긴 일화도 있다. 이전하기 전 좁은 점포에서의 일인데, 어느 날 강원도청 직원 몇 명이 식사를 하러 들렀단다. 마침 홍 대표가 한우를 납품받던 중이었고, 하필 그날따라 한우 품질이 별로였던 것.

“겉으로 마블링이 좋아 보여도 썰어보면 속이 다른 게 한우예요. 제가 그걸 모를 리 없죠. 화가 나서 20인분이나 되는 한우 등심을 쓰레기통에 다 버렸어요. 퀄리티가 떨어져도 못 먹는 게 아니니까 그걸 당장 팔면 이득이 있겠지만 나중엔 반드시 손해를 보게 돼 있어요. 마침 도청 손님들이 들어오시다 보고는 일제히 기함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파는 고기는 항상 좋아야 한다는 게 철칙인데 그걸 깰 수 없었어요. 그날로 업체와는 거래를 끊었죠.”

소문이 퍼졌는지 장사는 오히려 더 잘됐다. 우연찮게 노이즈 마케팅의 덕을 본 셈이었다. 테이블이 13개밖에 안 됐어도 1년에 13억 원을 벌었다. 한겨울에 매서운 춘천 날씨가 영하 20℃를 오르내릴 때도 손님들이 밖에 줄을 섰다. 여름이면 밖의 기온이 37℃, 실내는 숯불의 열기로 에어컨이 무색하리만치 43℃를 달릴 때도 끊임이 없었다. 내다 버릴지언정 최고로 좋은 고기만 쓴다는 걸 손님들이 알아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5~6년간 큰집한우는 춘천시내에서 한우로 히트를 쳤고, 2016년 지금의 터를 사고 건물을 올려 이전했다.

 

   

1년 매출이 25억 원을 넘는 지금도 홍 대표는 배송돼 오는 한우를 직접 검수한다. 이제는 한번 쓱 보기만 해도 한우의 속과 맛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냉장탑차에 실린 1억 원 어치의 한우는 물론 거래처에서 사전에 선별해 가져오지만 탑차에서 내릴 때 홍 대표가 다시 꼼꼼히 체크한다. 혹시라도 질이 떨어지는 건 돌려보내고 검수를 통과한 물량은 현장에서 즉시 현금으로 결제해주는 방식이다. 항상 양질의 한우를 확보하는 그만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별난 검수 과정을 거친 한우라서 큰집한우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맛을 아는 단골들이 많다. 메뉴는 퀄리티로 승부하는 춘천 제일의 한우명가답게 채끝등심, 양념등심, 안심, 육회, 냉면 등으로 단출한 편. 점심엔 한우양념구이정식, 한우불고기정식, 육회냉면 등이 저렴하게 한우를 맛볼 수 있어서 인기다.

가장 잘 팔리는 베스트 메뉴는 단연 채끝등심인데, 등심보다 마블링이 적고 한우 본연의 풍미가 깊어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느끼한 맛이 전혀 없고 사각거리며 씹힐 때 고소한 육즙이 툭툭 터진다. 양념등심은 미리 양념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버무리기 때문에 한우 본연의 풍미가 살아 있다. 소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재료를 믹스해서 만든 특별 소스를 사용한다. 한우 전문점답게 육회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데, 간혹 육회를 먹을 때면 마지막에 씹게 되는 질긴 부위가 전혀 없다. 계란 노른자와 시원한 배를 곁들인 육회는 입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뭐니 뭐니 해도 큰집한우 비장의 메뉴는 소고기 마니아들을 열광시키는 드라이에이징 숙성 한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도록 커다란 고기 숙성 냉장고를 정면으로 배치했다. 투명한 창 안으로 칸칸마다 숙성 정도가 각기 다른 한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육포 덩어리 같기도 한 드라이에이징 한우에 손님들은 호기심을 보인다.

“드라이에이징 한우는 춘천에서 제가 처음 시도한 겁니다. 최상급 한우를 숙성시키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죠. 사실 드라이에이징은 상당히 까다로운 숙성 방법이에요. 숙성고 안에서 자동으로 순환되는 공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고기 상태에선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육향을 생성시키고 육질을 한층 부드럽게 해주거든요. 50일간 숙성시킨 후에 바싹 마른 겉 부분을 40% 잘라버리고 60%만 먹을 수 있어요. 손실이 크지만 덩어리 속에 잘 숙성된 부위를 썰면 독특한 치즈향이 확 풍겨옵니다. 구워도 이 향이 지속되고 씹는 식감이 굉장히 부드럽죠. 드라이에이징 한우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려요. 일단 가격이 비싸니까요(웃음).”

와인과 함께 먹으면 더욱 별미라 따로 와인 냉장고를 구비해뒀다. 드라이에이징 한우는 살치살, 치마살, 토시살 등이 요즘 잘 나가는 인기 트렌드라고. 한편 맛있는 고기는 숯불에 구워 먹어야 더 맛있다는 먹방러들의 논리가 여기서도 입증이 된다. 특별히 큰집한우에선 일반 숯 대신 베트남산 비장탄을 연료로 쓴다. 단단한 나무를 고온에서 천천히 구워 만들기 때문에 참숯보다 화력이 세고 서서히 달아오르며 빨리 식지도 않는다. 가격이 비싸지만 한우를 더 맛있게 구울 수 있기에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비장탄 숯불에 올려 먹는 소고기 장조림.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큰집한우를 입소문 나게 해주는 효자 아이템이다. 한우를 손질할 때 나오는 여러 가지 자투리 고기를 고객에게 무제한 서비스한다. 소스를 자작하게 넣은 종지에 생고기 상태로 메추리알과 함께 넣어 숯불 위에 올린다. 희한하게도 고기를 굽는 동안 계속 끓여도 짜지 않다.

“장조림인데도 짜지 않은 비법은 아내와 함께 개발한 ‘옛날 맛 불고기 소스’ 때문이에요. 여기로 이전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드라이에이징 숙성고와 와인 냉장고를 들여놓은 것처럼 소스도 새로 개발했어요. 영업 끝나면 가게 문 닫고 한 보름간 매일 저녁마다 고기를 구워먹으며 최상의 레시피 비율을 찾았죠. 이 소스로 한우불고기정식에 들어가는 불고기도 만들어요. 제품으로 출시해서 지난해 11월 하노이에서 열렸던 한·베트남 음식대축제에 강원도 대표로 갔을 때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짜지 않고 깔끔한 장조림 맛을 내주는 옛날 맛 불고기 소스는 프런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큰집한우는 춘천에서 소문난 한우 전문점답게 평일 저녁이면 손님들로 꽉 찬다. 테이블 26개에 정직원이 14명이지만, 주말엔 아르바이트 직원을 써야 하고 웨이팅도 30분 이상이다. 홀은 천장이 높아서 갑갑하지 않아 좋다. 20명, 15명 등 단체로 오시는 손님들이 개별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시 파티션을 칠 수 있다. 입구 쪽으로 테이블 한 개짜리 룸도 4개 마련돼 있다. 손님 층은 다양한데 최근엔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횡성한우축제에 다녀오다 들렀다는 손님들이 오히려 큰집한우 고기가 맛있다고 말해주기도 한단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은 역시 지역주민을 빼놓을 수 없다.

홍 대표 역시 춘천 사북면에서 태어난 지역주민이고, 부자들만 먹는 줄 알았다는 한우 전문점으로 든든히 뿌리 내리기까지 17년이 걸렸다. 어려운 시절을 겪어봤기에 자연스레 주변에 눈이 갔고 5년 전 ‘형과아우봉사단’을 결성했다. 춘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1세대 사장들 44명이 모였다.

“봉사단 멤버들은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의 연령대로 춘천에 소재지를 둔 젊고 의욕적인 자영업자들이에요. 저처럼 외식업을 하거나 건설·유통 쪽 일을 하는데 자비를 걷어서 격월로 재활원, 요양원, 쉼터 등을 방문해 식사를 대접하고 있어요. 아마 이 멤버들이 한 15년쯤 후면 각자 몸담은 분야에서 춘천 최고가 될 거라 자부합니다.”

이처럼 조직적으로 남을 도와줄 수 있게 된 데에는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내조를 해주는 부인 성광희 씨의 공이 컸다. 장사가 잘되거나 안될 때에도 늘 옆에 있었던 친구이자 동지 같은 사람이었다. 고군분투했던 그 시절을 뒤로하고 지난해부터는 특전사를 제대한 맏아들이 운영에 합류했다. 프런트에서 빠른 손놀림으로 채끝등심을 손질하고 있는 홍현철(23) 매니저다. 아들을 바라보는 홍 대표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어릴 때 남들처럼 놀러 다니지도 못하고 학교 다닐 때도 잘 못 챙겨준 게 가끔 후회되는데, 그런 아들이 다 커서 함께해주고 있으니 무척 든든하고 고마워요. 이제 다 같이 힘을 합쳐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에요. 한우의 품질만큼이나 손님과 직원들한테도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대외적으로는 향후 3년 내에 베트남에 한우식당을 차리는 게 목표입니다.”

17년간 외식업을 해보니 무조건 장사는 정직하고 친절하고 맛있으면 성공한다고 했다. 단 하나, 시간이 좀 걸릴 뿐이라는 그의 말은 비단 외식업에만 국한되는 건 아닐 것이다.

 

 

 

 

 

음식과사람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kakaos band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 : (100-833)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12길 87
제보 및 각종문의 : Tel. 02-6191-2958 / Fax. 02-6191-2996
제호 : 한국외식신문   |   창간일 : 2014년 6월 19일   |  발행인·편집인 : 제갈창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준영
등록번호 : 서울 아-03199  |  사업자등록번호 : 203-82-32145   |  등록일 : 2014년 6월 19일   |  종별·간별 : 인터넷신문
Copyright © 2019 한국외식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www.goodnews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