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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집 숨은비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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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30  18: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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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사람 2019.06 P.68-72 Real Interview]

   

여기를 빼고 강화도의 맛을 얘기할 수 없다, ‘충남서산집’ 조인술·조향숙 대표

“꽃게식당 25년, 이젠 집 앞에

꽃게마을이 생겼어요~”

 

관광지에 있는 식당은 복불복이라거나 맛보다는 경치를 반찬 삼아 먹는다는 식의 너그러운 코멘트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거꾸로 입소문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하고 좋은 식당 하나가 관광지 로드맵을 바꿔놓기도 한다. 주변에 식당이라곤 없던 강화도 외포리엔 이제 선착장까지 가는 길을 따라 꽃게마을이 생겼다. ‘충남서산집’이 없던 길도 생기게 한 일등공신. 진정한 ‘원조’란 무엇인지 품격이 남다른 꽃게식당을 찾았다.

editor 조윤서 photo 김성남

 

1990년대와 비교하면 2019년의 강화도는 신세계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외포리 선착장까지 차로 서너 시간 걸리던 길이 한 시간으로 단축됐고, 석모도까지 다리가 놓여 배를 타고 들어가는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햇볕에 하얗게 부서지던 소금밭 염전이나 유람선 갑판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 던져주던 낭만은 사라졌어도 25년간 변함없이 한자리를 지켜온 꽃게식당이 있다.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 가는 길에 있는 ‘충남서산집’이다.

 

 

   

 

드넓은 부지에 세워진 단층건물이 멀리서부터 시선을 끌어 찾기에 어려움이 없다. 충남서산집 조인술(66) 대표는 처음 강화도에 들어오던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 당시 강화도엔 지금보다 훨씬 논이 많았어요. 집집마다 쌀농사를 짓고 순무라든가 인삼 재배를 많이 하던 시골이었죠. 선착장 쪽에 관광객들 상대하는 횟집이나 포장마차 같은 것들은 있었지만 여긴 아예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어요. 그런 곳에 식당을 차린다고 하니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했어요(웃음).”

부인 조향숙(62) 씨의 선견지명이 이곳을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강화도 핫플레이스로 탄생시켰다.

“친정어머니가 인천 송도에서 충남서산집이라는 이름으로 꽃게식당을 하셨어요. 맏딸이라 식당 일을 도와드리다 보니 나도 해보자 싶었죠. 한번은 강화도에 놀러 왔는데 이 외포리가 공기도 좋고 그냥 제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여의도로 직장 다니던 남편은 반대했지만 결국 여기다 꽃게식당을 차렸어요. 그러다 일산에서 아예 이사를 왔고요. 그렇게 시작한 강화도살이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네요.”

1994년 한창 꽃게 철이던 9월에 이곳 내가면 도로변에서 20평 규모로 시작했다. 개업 당시엔 그저 길가의 작은 식당이었지만 땅따먹기 하듯 서서히 땅을 사서 넓혀왔고, 6년 전 현재의 건물로 신축해 들어오면서 넓은 주차장도 갖추게 됐다. 조인술 대표는 그 일등 비결이 ‘좋은 꽃게’에 있다고 했다.

   

“허허벌판에서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뭐니 뭐니 해도 원재료가 좋아서예요. 아내가 워낙 장모님 닮아서 음식 솜씨가 좋지만 그래도 외식업의 기본은 원재료니까. 매일 장사를 끝내면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으로 달려갔어요. 거기서 밤 12시에 경매하는 싱싱한 채소를 사고, 다시 인천 연안부두로 꽃게를 사러 가는 거예요. 아내가 꽃게를 잘 고르니 꼭 같이 갔어요. 잠은 근처 모텔에서 2시간 정도 자고 아침 7~8시에 꽃게 경매장으로 나가요. 그러면 물통마다 경매에 나온 꽃게들이 가득했죠. 일일이 집게로 들어서 확인한 다음 알이 꽉 차고 단단한 걸로만 사갖고 와요. 당시 우리 부부가 연안부두에서 좀 유명했어요. 제일 비싸고 좋은 꽃게만 사간다고(웃음).”

꽃게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1톤짜리 활어차도 사서 직접 운전하고 다녔다. 가끔 좋 은 꽃게를 찾아 진도, 군산, 안면도, 연안부두, 연평도 할 것 없이 전국의 수산시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그런 생활을 10년간 했더니 어느새 충남서산집은 맛있는 꽃게만 파는 집이라고 입소문이 자자하게 퍼졌다. 1년만 버텨보자고 했던 꽃게식당은 개업 후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매출이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충남서산집의 메뉴는 개업 당시와 변한 게 없다. 꽃게탕, 꽃게찜을 기본으로 하고 간장게장, 밴댕이무침, 민물새우탕 등을 판다. 모든 꽃게 요리엔 암게만 사용하는 게 원칙.

“꽃게는 사실 강화도 것이 작아도 제일 맛이 좋은데 잘 안 잡혀요. 그다음이 충청도 꽃게예요. 단단하고 맛있어서 우리 집에선 주로 충청도 꽃게를 씁니다. 요즘엔 인천 연안부두로도 오니까 거길 통해서 들여오죠. 보통 kg당 5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 만만치 않아요. 이걸 평일엔 100kg, 주말엔 300kg을 소진하니 주말 하루 매출만 3000만 원이 넘어요.”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역시 꽃게탕. 들어가는 재료는 의외로 평범했다. 팽이버섯, 쑥갓, 단호박, 양파, 대파 등 원재료의 감칠맛을 살려주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부재료 12가지에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적당량 넣고 끓여낸다. 한입 먹고 나면 저절로 또 손이 가는 진한 국물 맛의 비결로 직접 담근 장을 빼놓을 수 없다. 충남서산집의 모든 음식과 장류는 개업 당시부터 부인 조 씨가 직접 만들어왔다.

“특별한 비결보다는 원래 꽃게가 좋으면 된장 한 숟가락만 풀어도 맛있어요. 뒷마당에 장독대가 있는데 거기에 제가 담근 된장, 고추장 항아리들이 수십 개 있죠. 요즘엔 시제품과 반반씩 섞어서 국물을 내요. 세월 따라 손님들 입맛도 변해서 직접 담근 것만 쓰는 것보다 맛이 부드러워 좋아하세요. 꽃게탕은 버섯과 채소만 얹어서 끓여 먹을 수 있게 바쁜 시간대에 맞춰 살짝 끓여놨다가 손님상에 내요.”

꽃게탕 다음으로 인기인 꽃게찜 역시 특대, 대, 중, 소 사이즈로 판다. 찜이야말로 맛있게 만드는 비결이 따로 없단다. 좋은 암게를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저 찜통에서 15~20분간 센 불에 찌는 게 다다. 그런데도 찜을 찾는 손님들도 많다. 본연의 꽃게 맛을 보기 위해서다. 노란 알이 푸짐하게 들어찬 간장게장도 안주인이 직접 담그는데, 보통 꽃게탕이나 찜을 주문할 때 곁들여 먹는다. 맑고 짜지 않은 국물이 그릇에 자작하게 담겨 나와서 밥 한 그릇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얼추 짐작 가능한 게살 맛보다 국물 맛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인생 게장이다. 꽃게탕 국물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맛과 풍미로 과연 수많은 미식가들의 미각을 뒤흔들 만했다.

충남서산집의 요리들은 쥔장 부부를 닮아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묵은 장처럼 깊은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밑반찬도 마찬가지여서 어리굴젓은 직접 담근 고향 서산의 소박한 맛이, 순무로 담근 깍두기는 강화도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이 요리들은 조인술 대표조차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알쏭달쏭함이 있었다.

   

“지금은 정리했지만 장사가 잘돼서 일산 백석동과 김포에 지점을 낸 적이 있어요. 이상하게 레시피와 조리법, 만드는 사람이 똑같은데도 여기랑 같은 맛이 안 나는 거예요. 왜 그럴까 생각하다 결국 강화도의 물맛과 해풍 때문일 거라 막연히 짐작하고 있어요.”

그 독특한 풍미를 못 잊어 10년 만에 혹은 20년 만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은 변함없는 맛에 놀라곤 한다. 세월이 흘러도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비결은 역시 좋은 꽃게 덕인데, 그 꽃게가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이다. 태풍이라도 불면 값이 껑충 치솟는다. 꽃게가 있어야 장사를 하니 그럴 땐 무척 난감하지만 그래도 가격은 지난 25년간 딱 두 번만 올렸다. 그 한 번이 올해 1월이었다.

“일주일에 꽃게 값만 1억 원을 결제해요. 아내와 딸은 값이 오르는 만큼 고가로 나가자고 하지만 저는 반대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힘든데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요. 많이 팔고 적게 남기자는 게 제 외식업 철학이에요. 변함없이 좋은 재료를 써서 대접하기만 하면 돼요. 평가는 손님이 하는 거고, 소문나면 손님이 더 찾아오니 이게 바로 선순환의 원리죠.”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장사가 잘되니 10년 전부터 근처에 꽃게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석모도로 가려면 꼭 충남서산집 앞 도로를 지나가야 하기에 강화도 서부 해안을 따라 여기서 외포리 선착장 부근까지 꽃게마을이 형성됐다.

강화군에서 표지석도 만들어줬다. 손님들은 차로 5~20분 걸리는 석모도, 마니산, 보문사 등 근처 관광지에 가기 전 충남서산집에 들르곤 한다.

“우리 집 꽃게탕을 먹으러 일부러 강화도를 찾는 분들도 계시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관광을 겸해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젠 꽃게마을 자체도 관광지가 됐어요. 동네를 잘 보존하려면 우리 식당만 잘되면 안 되고, 더불어 먹고살아야죠. 꽃게마을 사장님들과는 가끔 왕래를 합니다. 여기서 일하던 직원이 나가서 꽃게식당을 차리기도 했거든요.

   

주말에 우리가 일찍 영업을 끝내면 손님들이 거기로 갈 테니 그때 잘 대접해서 단골손님을 모으라고 귀띔하죠. 여긴 평일이고 주말이고 간에 저녁 8시면 문 닫으니까요. 주문은 오후 5시 반까지만 받고 기다리는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면서 다른 식당을 추천해드립니다.”

강화도 꽃게마을이 주말 저녁 6시면 식당마다 손님들로 붐비는 데에는 이런 선한 의지도 숨어 있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강화도 주민은 별로 없고 대부분 외지인이다. 서울, 부산, 대구, 제주도는 물론이고 몇 년 전부터는 일본에서도 온다. 평일에도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손님들이 많지만, 주말엔 정직원 14명에 아르바이트 직원을 10명 이상 채용하지 않으면 응대가 어렵다. 동시수용 인원은 240명가량, 8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단체 룸과 8인이 들어갈 수 있는 별실이 몇 개 있다.

“주말엔 30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딸의 아이디어로 작년 초부터 카카오톡 대기 앱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손님들께 대기 순번과 시간을 실시간 톡으로 알려주니까 편리해요. 순번이 너무 길면 스스로 결정해서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다른 식당으로 갈 수 있어요. 가시는 분은 아쉽지만 할 수 없고, 일단 저희 식당에 들어오신 분들은 성심성의껏 모십니다. 나가면서 정말 맛있게 잘 먹고 간다고 할 때가 가장 기분 좋죠.”

조인술 대표가 기억하는 단골손님들 중엔 20년 이상 된 분들이 많다. 손님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지만 때론 쓸쓸하기도 하단다.

   

“한 달에 두 번은 꼭 오시던 노부부가 계셨는데 아마 돌아가셨는지 요즘엔 통 안 오시네요. 연세대 앞에서 고깃집 하시는 20년 단골 사장님은 얼마 전에 여기로 손자를 보냈어요. 직접 오기 힘드니 꽃게탕을 포장해달라면서요.

손님들도 저희 식당만큼이나 나이 들어가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찾아오면 좋겠어요. 언제까지 우리 부부가 식당 문을 열지 몰라도 욕심내지 않고 손님들한테 주는 만큼 받으면서요.”

강화도에서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건 세컨드하우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건 일할 사람과 꽃게라고 했다. 옛날엔 동네 사람들을 직원으로 썼는데 지금은 일할 수 있는 연령대가 귀하고 저녁 7시만 넘으면 강화읍내가 조용해진다. 지난 25년간 그랬던 것처럼, 강화도의 멋진 풍광 속에서 해풍이 불어오면 충남서산집도, 같은 성을 가진 조 씨 부부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게 될 터. 그럼에도 이 오래된 강화도의 맛을 기억하는 반가운 손님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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