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2월호

[음식과 사람 2015-12 p.30 Focus]

 

10월 13일 법무부가 제주도 내 음식점의 외국인 통역 및 판매사무원 자격조건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병목현상을 빚고 있던 외식업계 외국인 인력 수급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음식점은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치지 않고는 운영하기 힘든 대표적인 업종이다.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 주방장을 돕는 찬모, 서빙을 맡는 종업원, 계산원, 배달을 하는 영업장이라면 배달원까지. 여기에 아침부터 저녁 장사까지 장시간 일하다 보니 교대 근무 인력도 필요하다.

음식점 경영자가 주방과 홀까지 도맡아서 하는 작은 음식점도 있지만 대다수 음식점은 각 업무를 맡을 종업원을 다수 고용해야 한다. 이렇게 노동집약적인 특징을 지닌 곳이 음식점이지만 정작 일할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워 외식업 경영자들의 고충이 크다.

 

● 한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원장 장수청, 이하 연구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국내 외식업체 고용 실태 현황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경영자들은 내국인 구인이 어려운 가장 큰 원인으로 58.7%가 ‘내국인 구직자가 외식업체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내국인 근로자의 이직률이 높아서’라는 답변도 21.6%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포항에서 15년째 중국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0만 원이 넘는 월급에도 배달원으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이 드물다. 어렵게 구해도 다른 집에서 시급을 좀 더 주겠다고 하면 금방 이탈한다”면서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배달하다가 간신히 50대 배달원을 구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음식점 경영자들도 내국인 근로자만 찾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인력을 고용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 음식점의 외국인 인력 고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지만,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이하 중앙회) 제갈창균 회장은 최근 시사 월간지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외식업계 구인 문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갈창균 회장은 “음식점은 내국인이 일하기를 기피하는 업종이라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라면서 “정부가 농업, 수산업, 건설업, 제조업 등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외국인 인력을 들여오는 데 비해, 외식업은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돼 고용허가제에서 제외돼 있어 어려움이 많다. 당연히 외식업도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음식점 ‘외국인 고용허가제’ 포함돼야

현재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나 법무부의 E-7비자(외국인 전문가 근로자 초청 비자)를 통해 들어온다. 그러나 음식점 등 서비스 분야는 고용허가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음식점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E-7비자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다. 외식업계는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앙회 산하 외국인력지원단(이하 중앙회 인력지원단) 김양국 단장은 “음식점이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실제 환경은 그렇지 않다. 직접 음식을 조리해서 파는데 제조업에 가깝지 않나. 음식점도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에 포함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앙회 인력지원단은 중국인 요리사 초청을 원하는 중앙회 회원업소들을 위해 근로자 선발과 교육, 취업 후 관리 등의 업무를 무료로 대행해주는 등 외국인 인력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또 해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해 외국인 종업원의 수요가 높은 제주도 내 음식점들을 위해 제주도 내 외국인 근로자 채용조건 완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그 결과 올해 2월에는 제주도 내 음식점 외국인 통역 및 판매사무원에 대한 취업 직종이 신설되는 성과를 일궈냈다.

제주도 내 음식점에서 통역이 가능한 외국인 외식업 판매사무원이 중앙회 인력지원단을 통해 E-7비자로 들어와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E-7비자는 요리사에 한해 초청이 가능했으나, 취업 직종 신설로 중국인 관광객 등이 방문했을 때 꼭 필요한 통역 종업원을 채용할 수 있게 되어 제주도 내 음식점 경영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자격조건이 까다로운 것이 옥에 티였다.

제주도 내 음식점에서 근무할 외국인 사증 발급요건은 중급(국립국제교육원 시행 한국어능력시험, 즉 TOPIK 3급) 이상의 한국어 능력을 보유했거나, 국내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기관에서 2년 이상의 정규과정을 이수한 사람만 가능했다. 중앙회 인력지원단에 따르면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지난 11월까지 이 제도를 통해 제주도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4명에 불과하다.

 

● 제주도, 한국어 능력 조건 완화로 문턱 낮춰

이같이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앙회는 지난 9월부터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을 만나 제주도 내 E-7비자 근로자 체류자격 완화 및 사증 발급 개선을 강력하게 건의해왔다. 마침내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0월 13일 법무부(장관 김현웅)가 제주도 내 음식점의 외국인 통역 및 판매사무원(특정활동, E-7) 자격조건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개정된 주요 내용 한국어 능력 조건 완화다. 기존에 비해 문턱을 낮춰 ▲한국어능력시험(TOPIK) 2급 이상 자격 소지자 ▲현지 정규대학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과정을 3개월 이상 이수한 자 ▲국내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기관에서 2년 이상의 정규과정을 이수한 자로 대폭 완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외식업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까다로웠던 외국인 근로자 채용은 물론, 좀처럼 속 시원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던 외식업계 구인난을 해소할 실마리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현재는 국내 관광지를 대표하는 제주도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부산 해운대나 서울 이태원 등 그 밖의 관광특구, 나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앙회 외국인력지원단의 노력이 일궈낸 ‘제주도 내 음식점의 외국인 통역 및 판매사무원 자격조건 완화’가 갑갑한 병목현상을 빚고 있던 외식업계 외국인 인력 수급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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