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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족발의 25년 전통 잇는 ‘서대시장원조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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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8  11: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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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사람 2019.10 P.68-72 Real Interview]

   

 

 

 

   

 

   

1994년 부산 서구 서대시장 입구에 문을 연 ‘서대시장원조족발’은 25년째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대시장은 관광지로 유명해진 거대시장들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부산 서구 지역민들이 애용하는 70년 역사의 유서 깊은 전통시장. 지하철 동대신역 6번 출구로 나와 대로변을 따라 150여 m쯤 걷다 보면 곧 시장 초입이다. 대로변과 인접한 첫 번째 가게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서대시장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식당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마침 건물 뒤편에서 오전 장사를 준비하던 이병웅(46) 대표가 반가운 얼굴로 나왔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네요. 지금 뒤편 2호점에서 족발을 삶고 있는데 가보실래요? 여기는 원래 3호점이었는데 본점이 됐고, 7~8년 전만 해도 저기 맞은편 통닭집 자리가 1호점이었어요. 워낙 장사가 잘돼서 앞집, 옆집으로 확장했거든요. 지금도 단체손님이 오시면 2호점으로 모셔요. 메인 주방도 거기 있고요.”

이 대표를 따라 오늘 마수걸이에 쓸 족발을 삶는 현장으로 가봤다. 건물 바로 뒤에 짧은 진입로가 있는 3층 양옥집이 있다. 3층은 어머니의 거처이고, 1~2층을 영업장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계단과 벽 사이의 좁고 긴 공간이 족발 전용 주방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죽 늘어선 커다란 솥들에서 뿌옇게 김이 올라왔다. 한눈에 봐도 꽤 많은 양이고, 웬만한 사람은 들지도 못할 만큼 무게도 상당해 보였다. 그래서 족발 삶는 건 늘 이 대표의 몫이다.

“하루에 삶는 족발만 20kg짜리 3자루, 60kg 정도 돼요. 저희 가게는 수입산은 일절 안 쓰고 국산 족발만 쓰는데 앞다리, 뒷다리가 섞여서 자루에 담겨 들어와요. 뒷다리만 파는 건 수입산이죠. 자루째 들여온 족발은 깨끗이 손질해 원액 물이 담긴 솥에서 삶는데, 25년간 이어져온 이 물이 바로 저희 가게 비법입니다. 하루 장사가 끝나고 다음 날 아침이면 솥에 기름이 올라와 있잖아요. 이걸 싹 걷어내고 다시 끓이면서 냉장고에 따로 보관해둔 원액 물로 간을 맞춰요. 어제와 같은 맛이 나도록 조절하는 게 기술이죠. 족발을 넣고 거기다 각종 한약재가 담긴 약 자루까지 담근 후 2시간 반 동안 끓여내면 끝이에요.”

족발을 삶는 물이 상당히 진하고 은은한 약재의 향이 풍겼다. 한약재 중엔 공개할 수 없는 여기만의 특별한 재료가 더 들어간다. 늘 한 솥 분량으로 용량을 맞추고 자주 간을 봐서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 화학조미료나 캐러멜소스 같은 건 일절 넣지 않는다. 때깔은 좋을지 몰라도 많이 못 먹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삶았다가 식혀서 파는 족발이 아니라 따뜻한 상태에서 먹는 온족발이라 재료 소진되는 거 봐가며 이렇게 하루에 세 번 삶아야 한다. 오랜 시간 열기와 싸운 끝에 아침 6시부터 준비했다는 첫 솥이 끝났다. 윤기가 흐르는 두툼한 족발은 무척 먹음직스러웠다. 이게 바로 25년 전통의 서대시장 원조 온족발이다. 오픈되지 않은 내실에서 은밀하고도 맛있게 삶아진 족발은 가게 앞 간이주방으로 내갔다. 채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족발들이 얹히면 오전 장사 준비는 어느 정도 된 것이다.

 

 

 

 

   

과거 3호점이었다는 서대시장원조족발 내부는 단출했다. 새시 문을 열고 들어서니 흰 콘크리트 벽에 작은 창, 나무 테이블 몇 개가 다였지만 어쩐지 혼자만 알고 싶은 아지트 감성이 있는 곳이었다. 서대시장원조족발의 ‘원조 사장’이신 어머니 신명자(71) 대표가 그 시절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족발의 추억을 소환했다.

“문을 연 게 1994년이었어요. 처음엔 순대나 떡볶이 파는 포장마차처럼 가판에서 시작했는데 저녁이면 앉아서 소주 한잔 먹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어요. 그때부터 우리 집에선 온족발만 팔았어요. 따뜻한 족발은 고기 손실이 많아서 많이 팔려면 식은 족발을 팔아야 해요. 그게 더 쫀득하긴 하죠. 근데 밥도 따뜻할 때가 제일 맛있는 것처럼 맛은 온족발이 훨씬 좋아요. 어떻게 알았는지 한창 잘될 땐 서울에서 족발집 사장들이 비법 물어보러 찾아오곤 했어요. 서울의 유명 족발집 맛과 확실히 다르다고들 하더라고요.”

   

다른 메뉴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손님의 70%가량은 온족발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다. 족발 가격은 소 사이즈가 1만8000원, 대 사이즈가 3만 원으로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이다. 족발 앞다리 맛은 굉장히 부드럽고 쫄깃했다. 한약재 자루에 담겼다는 비법 재료가 뭘까 추리하는 걸 포기하고 먹는 것에 집중하게 한다. 야식으로 주문하거나 다른 음식과 함께 벌여놓고 먹기보다는 온전히 한 끼 식사로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뒷다리는 퍽퍽한 식감이 거의 없고 껍데기조차도 담백한 맛이 났다. 앞다리든 뒷다리든 새우젓이나 채소간장소스를 곁들이지 않아도 족발만으로 먹방이 가능할 정도로 맛있다.

“25년 팔았는데 앞다리든 뒷다리든 다 맛있어요. 맛이 없으면 망하지 않았겠어요?(웃음). 손님들 중엔 방송 보고 앞다리만 달라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따로 요구하지 않으면 보통은 섞어서 나가요. 선호도는 앞다리가 높고 무게는 뒷다리가 높고 그렇죠. 저희 가게 온족발은 삶아서 오래 둔 딱딱한 족발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워 이가 약한 어른들도 잘 드세요. 20년 이상 단골 어르신들이 많으시죠. 항상 먹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요.”

온족발은 보통 삶아서 한두 시간이면 다 소진되는데, 특이하게도 이곳 족발은 밥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이때 족발을 주문하면 단돈 1000원에 주는 시락국과 함께 먹는 걸 추천한다. 시락국은 시래기국의 부산 사투리. 매년 제철에 대량으로 구매한 굴과 각종 해산물들을 손질해서 한 솥 분량으로 개별 포장한 후 냉동 저장해두었던 것들을 꺼내 쓴다. 들깨와 땡초를 첨가해 칼칼하고 맛이 깊어 이것만으로도 별미라 인기가 많다. 얼마 전에 다녀간 유명 배우가 족발을 먹으러 왔다가 시락국 한 사발에 반해 사인을 해주고 간 일화도 있단다.

서대시장원조족발은 온족발로 유명해졌지만 초창기엔 순대두루치기가 더 인기였다. 채소를 많이 넣고 매콤한 불 맛을 살려 볶아내면 술안주로 최고. 국물이 자작한 시원한 족발 냉채는 이미 20년 전부터 팔고 있어 서대시장원조족발이 비공식 전국 최초다. 차게 식힌 옆족살에 간장, 연겨자 등을 섞은 양념장을 넣고 주물럭거린 후 양파, 오이, 당근 등 채소와 함께 버무려낸다. 연겨자 소스를 마지막에 끼얹지 않고 처음부터 같이 버무리는 게 포인트. 쉬운 듯 보여도 양념장 레시피와 족발의 식감이 맛을 좌우한다. 족발두루치기는 같은 옆족살을 써서 순대두루치기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워낙에 온족발이 인기다 보니 나머지 메뉴들은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라고.

 

 

 

 

   

서대시장원조족발은 오랜 세월 시장 모퉁이를 지켜온 만큼 메뉴라든가 실내 인테리어, 사용하는 주방용품 등에서 시장 분위기와 괴리감 없이 어우러진다. 바랜 듯하면서도 투박한 감성의 미학이 살아 있는 공간에서 무명의 사람들과 시끄럽게 어울릴 수 있는 낭만이 있다. 새시 하는 아저씨가 불쑥 들어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가고, 냉커피 파는 아주머니가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게 일상이다. 이곳은 말하자면, 서대시장의 사랑방 격인 곳이기에.

“어머니가 손이 크세요. 어떨 땐 추어탕을 가마솥 가득 끓여서 시장 상인들께 나눠주시고 어떨 땐 닭발볶음을 한 바가지 해서 불러 모으시고. 단골손님들도 대부분 어머니 손님들이세요. 학생 때부터 드나들던 손님이 어느 날 결혼한다고 청첩장 보내오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워낙에 아는 사람도 많고 단골손님도 많아서 요즘엔 보낸 사람 이름도 모르는 청첩장이 날아오면 그냥 무조건 가세요. 신부가 화장을 많이 해서 어차피 못 알아보신다면서요(웃음).”

이 대표는 서른 살 때부터 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도와 가게를 운영해오면서 수많은 손님들을 만났다. 시장에 장을 보러 왔다가 사가고, 지나가다 사가고, 먼 데서도 먹으러 오는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이렇게 25년을 장사해온 것도 축복이었다.

“시작부터가 서민 음식 콘셉트니까 그걸 잘 유지해왔어요. 1994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땐 족발 소짜에 5000원 받았어요. 목이 좋아서 장사는 꾸준히 잘됐죠. 나중엔 소문이 나서 족발 유통회사라든가 방송에서 연락이 많이 왔고요. 2012년엔 손님이 가게 앞에 차 댔다고 주차위반 신고가 들어가서 경찰이 여러 번 출동했죠. 덕분에 유명세 많이 탔어요(웃음). 생각해보면, 족발 소짜에 7000원 하던 그때가 저희 가게 전성기였네요. 죽어가는 시장 살렸다고 시장번영회에서도 인정해줄 정도였어요.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였죠. 거의 50% 정도 반 토막이 나니까 뭔가 수를 내야지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전반적인 경기 불황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손님의 성향과 생활 패턴이 바뀌고 늘어나는 혼밥족, 스마트폰 주문이 대세로 자리 잡는 등 외식 환경의 변화가 크다고 생각했다. 우선 전통시장이라는 약점을 타파하기 위해 포장용기를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1년 전부터 배달 앱을 통한 판매를 시작했다. 족발이라는 메뉴의 특성상 포장 손님이 70%가량 되기에 결과적으로 고정 손님은 유지하면서도 배달 앱을 통한 매출은 늘었다.

“온족발은 일반 족발과 달리 체인점을 내주기가 힘들어요. 주방에서 그때그때 삶아서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고되거든요. 그래서 제 계획 중 하나는 시장을 벗어난 번화가에서 온족발로 승부해보는 거예요. 그동안 저희 가게 1~3호점이 다 여기 서대시장에 있었잖아요. 어머니는 여길 지키자고 하시지만 저는 추가로 다른 곳에서 2호점을 성공시키고 싶어요. 부평동 족발골목이라고 부산에서 유명한 곳이 있는데, 거기 마니아들이 저희 가게로 일부러 원정 오기도 했으니 승산은 있다고 봐요.”

   

그의 소망은 옆에서 든든하게 지원군이 돼주는 특별한 이웃이 있어서 더 빨리 이뤄질지 모르겠다. 서대시장원조족발 건물 3~4층에 입주한, 세입자들의 표현대로라면 ‘달세 안 받는’ 사장님 덕분에 운영이 한결 수월하다는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 서구지부 얘기다. 서구지부 장진우(43) 부장은 매일 아침 이 대표가 마수걸이에 쓸 족발을 삶으면 맛을 체크해준다.

“저도 이 집 족발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 맛있는 족발이 어제와 같은 맛이 나는지 손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으니 영광이죠. 요즘처럼 외식업이 여러모로 변수가 많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대시장원조족발처럼 정도를 지키면서 한 계단씩 올라가는 데 저희 지부도 작지만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장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 소리에 시끌벅적해도 이런 곳이야말로 소문나기 딱 좋은 곳 아닌가. ‘이 집 족발은 따뜻한데 맛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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