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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인 식당이어도 홍보해야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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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0  17: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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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사람 2019.11 P.62-65 Consulting]

   

성공한 식당의 조건으로 보통 음식 맛과 식당 주인의 자질을 꼽는다. 그럼 식당 대표의 자질과 능력, 음식의 맛과 질이 뛰어나면 끝일까? 일반적인 경우 이 정도만 돼도 손님이 몰려온다. 그런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부산 ‘해물왕창칼국수’는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 여기에 더해 가격 경쟁력까지 완벽히 갖췄다. 그럼에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동인구가 적은 입지에 위치하다 보니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 역시 적었다. 이런 경우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적절한 홍보 수단을 강구하고 활용해야 한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해물왕창칼국수 박기대 대표가 외식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이었다. 개업 전, 부산의 몇몇 밀면 전문점에 들어가 주방 일을 배우면서 식당 운영을 간접 체험했다. 2010년 4월 처음으로 부산 범일동에 밀면집을 차렸다. 충분한 사전 준비 끝에 개점한 밀면집 경영은 순조로웠다. 한번은 박 대표의 친한 친구가 식당일을 도와주러 찾아왔다. 바쁜 일손을 조금이라도 거들어주고 싶었던 것. 그런데 그만 친구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박 대표는 외식업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결국 2014년 7월 밀면 성수기에 식당을 그만뒀다.

박 대표는 가족들과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았다. 걸으면서 식구들끼리 많은 대화를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토론도 벌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새로운 각오로 2014년 11월에 개점한 식당이 지금의 해물왕창칼국수다.

 

마음을 비우고 소박하게 재출발했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1m인 작은 간판을 하나 달고 전단지 광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사가 의외로 잘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료비나 인건비 등 기본관리비가 부담스러웠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재료비와 인건비는 올라갔던 것이다. 박 대표는 가격을 올려서 비용 인상분을 만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저가로 괜찮은 수준의 해물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부산에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양질의 저가형 식당을 지속하려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일정량 이상의 판매가 전제돼야 했다. 박리다매 방법을 찾기 위한 식당의 경영 개선작업이 절실해졌다. 박 대표는 관련 서적을 구입해 읽었다. 유명 컨설턴트들의 강의를 찾아다니면서 듣기도 했다.

 

여느 때처럼 박 대표는 경남 인제대에서 열린 외식업 종사자를 위한 강의를 수강했다.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가 강사로 나왔다. 식당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강의였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됐다. 진행 방식이 다른 강사들과 달랐다. 답변 내용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박 대표는 쉽게 몰입했다.

 

그 뒤 박 대표는 김 기획자가 이끄는 벤치마킹 모임에 참여했다. 몇 번 참석해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김치 담글 때 액젓 사용법이나 고추 갈아넣기 등 디테일한 ‘실전기술’들도 배웠다. 이 모임을 통해 김 기획자로부터 홍보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2017년 5월 김 기획자가 해물왕창칼국수에 가보니 해물칼국수 가성비가 매우 뛰어났다. 웬만한 삼선짬뽕의 해물보다 나은 신선한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갔다. 칼국수 맛이 좋았는데 가격은 단돈 4000원(지금은 5000원)이었다. 김 기획자와 동행했던 직원에게서 ‘미친 가성비’라는 탄식이 나왔다.

 

박 대표는 냉동창고를 마련하고 직접 발굴한 산지에서 직송한 새우, 오징어 등 신선 해물을 다량 구매해 원가를 낮췄다. 칼국수의 면도 직접 제면해 1인분에 200원 정도 원가를 낮췄다. 오징어는 몸통을 칼국수에 쓰고 나머지 다리 부분은 파전에 쓰는 등 식재료 활용 효율성도 높였다.

 

메뉴 구성과 운용도 양호했다. 파전과 육전으로 저녁에는 식사와 함께 간단히 술 한잔 할 수 있는 메뉴로 구성했다. 칼국수가 상대적으로 덜 나가는 여름철엔 밀면이 대역을 충실히 소화했다. 육전을 썰어 고명으로 올린 밀면은 ‘육전밀면’이라는 키워드를 적절하게 소구했다. 시간과 계절에 따른 메뉴 공백을 최소화한 지혜로운 메뉴 구성이었다.

 

김 기획자가 보기에 박 대표는 흠잡을 곳 없는 식당 운영을 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결정적으로 취약한 점이 있었다. 홍보였다. 이렇게 음식 잘하는 식당을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상권의 한계도 존재했다. 활성화된 상권은 해물왕창칼국수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형성됐다. 칼국수는 관여도가 큰 아이템이 아니다. 아무리 맛이 뛰어나다고 해도 칼국수를 먹으러 먼 거리를 찾아오긴 쉽지 않다.

 

그간 홍보활동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블로그 마케팅을 했지만 파급력이 미약해 홍보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해물왕창칼국수의 강점을 진솔하게 소비자에게 알리는 정공법 홍보가 필요했다. 또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 전략적 블로그 포스팅이 필요했다. 김 기획자는 조회 수와 신뢰도가 높은 블로거들로 하여금 해물왕창칼국수를 있는 그대로 알리고자 했다.

 

2회에 걸친 본격적인 블로그 홍보를 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공중파 방송국 음식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사전조사를 나왔다. 블로그 내용이 사실과 부합함을 확인하자 바로 촬영에 돌입하고 방송을 탔다. 방송은 불붙기 시작한 블로그 마케팅 홍보 효과에 기름을 부었다. 포털 검색창에 ‘부산 칼국수’를 치면 한참 뒤쪽에 나왔던 해물왕창칼국수가 첫 페이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매출도 상승했다.

 

박 대표는 2018년에 김 기획자의 권고로 제면 교육을 받았다. 부산의 칼국숫집 가운데 최고의 칼국수 면을 뽑아보고 싶었다. 교육 후 박 대표는 수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새로 제면기를 구입했다. 기존 유압식 제면기로는 면 품질 개선에 한계가 있어 이를 대체한 것이다. 새 제면기는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해 면의 생산단가를 낮췄다. 제면 시간이 줄자 인건비도 줄었다. 칼국수 조리가 간편해지고 조리 시스템은 개선됐다. 작업 편의성도 증대되면서 직원 이직률이 낮아지고 근무 만족도는 높아졌다.

 

개선된 면발에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블로그와 방송을 통해 찾아오는 고객이 현저히 늘었다. 박 대표가 처음 의도했던 박리다매 운영의 틀이 공고화됐다. 박 대표는 몇 해 전에 칼국숫집 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기부를 약정했다. 지금까지 80% 정도 이행 중이다. 내년인 2020년엔 1억 원을 채울 예정이다.

 

   

 

   

지금 두꺼운 삼겹살(목살)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두꺼운 삼겹살은 돼지고기 생고기를 대표하는 부위다. 갈수록 삼겹살을 먹겠다는 소비자도, 삼겹살 전문점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기존 질서가 쇠퇴하면 다른 새로운 질서가 흥기한다. 이게 자연의 법칙이고 세상의 이치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다.

 

두꺼운 삼겹살은 인기를 오래 누렸다. 양질의 돈육을 숙성시켜서 두껍게 잘라 적절한 온도에 구우면 아주 맛있는 삼겹살 구이가 됐다. 고기 겉은 바삭하게 익고 내부 육즙이 그대로 보존돼 고기 맛이 확실히 좋았다. 손님들은 이전의 얇은 삼겹살과 월등하게 차이 나는 그 맛에 열광했다. 두꺼운 삼겹살을 파는 전문점은 계속 늘었다. 유사 콘셉트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한 달에 수천만 원씩 수익을 남기는 삼겹살집들이 전국적으로 수두룩하게 등장했다. 두꺼운 삼겹살 시장을 크게 확대하는 데 필자도 일조한 바 있다. 이제 돼지고기 구이 시장에서 두툼한 생고기가 전성기를 구가한 지도 벌써 10년 정도 돼간다. 10년이면 강산만 변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요즘 돼지고기 시장도 전환기를 맞이하는 느낌이 든다.

 

얼마 전에 우리 회사 직원과 두꺼운 삼겹살 스타일의 돼지고기집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두꺼운 삼겹살과 목살을 먹었다. 역시 고기 맛은 괜찮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넘어가지 않았다. 함께 간 직원은 고기 맛이 좀 싱거웠다고 했다. 아마도 우린 이제 두툼한 숙성육 삼겹살에 질린 것 같다. 식상해하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도 10년간 먹어온 두툼한 삼겹살을 이젠 지루해하는 듯하다. 돼지고기 생고기에 대한 소비자 일반의 권태감이 감지된다.

 

 

   

두꺼운 삼겹살이 지는 반면 요즘 새로운 아이템이 서서히 떠오른다. 저가형 양·대창 구이 전문점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 들어선 실비형 양·대창 전문점은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며 초대박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파죽지세의 여세를 몰아 2호점 개점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은 ‘실비’라는 키워드와 ‘양념육’이라는 키워드의 조합을 제대로 버무려냈다. 기존 양·대창 구이는 가격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일반 대중에게 워낙 고급 아이템으로 인식돼 ‘내 돈 내고 먹기엔 부담스러운 음식’으로 치부됐다. 그 바람에 자연스럽게 접대용 아이템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강남의 실비형 양·대창 전문점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 식당은 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비용도 절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손님들에겐 맛있고 저렴한 양념육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소구했다. 가성비 높은 양·대창 전문점이라는 포인트가 소비자 마음을 제대로 움직였다. 요사이 이 집은 식당 창업자나 외식업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념육은 원래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이다. 한국인 입맛엔 양념한 불고기와 갈비 맛이 꽤 친근했다. 불고기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의 너비아니도 양념육이다. 양념육은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는 음식이었다. 그러다 고도성장기로 접어들어 국민소득이 늘면서 생고기 위주로 육류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소고기는 등심, 돼지고기는 삼겹살 중심으로 생고기가 한동안 고기 시장의 판도를 주도했다. 주머니가 두툼해진 중산층들이 양념 맛이 아니라 고기 본래의 맛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한몫했다.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양념육보다 생고기를 먹으면서 자신의 높아진 경제적 위상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지던 생고기 위주의 육류시장이 최근 다시 양념육으로의 회귀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육류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양념육은 과거의 양념육과 차이가 난다. 바로 양념의 농담(濃淡) 차이다. 과거 양념육은 고기에 양념(소스)이 잔뜩 배게 해 맛이 진했다. 그야말로 양념 맛으로 먹는 고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양념육은 즉석식이어서 과거의 양념육처럼 양념(소스) 맛이 진하지 않다. 손님의 주문과 동시에 바로 즉석에서 양념을 한다. 과거에 비하면 순하고 은은한 양념(소스) 맛이 요즘 양념육의 특징이다.

 

   

경북 경주에 한 유명 양념갈비 전문점이 있다. 이 집 즉석양념 갈비인 ‘한우 갈비살 양념구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갈비살을 양념에 재서 내오는데, 즉석에서 양념한 갈비살은 혀에 살짝 감기는 맛이 난다. 달거나 짜지 않은 감칠맛이다. 간장, 마늘, 대파 등 여러 가지 양념이 들어간다. 양념 가운데 직접 손으로 빻은 마늘이 양념 맛의 핵심이다.

 

이 집은 경북 영천에 동일 상호를 공유하는 갈빗집이 있다. 같은 경북지역인데 영천점은 생갈비인 ‘한우 갈비살 소금구이’가 많이 팔리고 경주 본점은 매출의 70%가 ‘한우 갈비살 양념구이’일 정도로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가격이 동일한데도 그렇다. 경주는 외국인과 가족 단위의 외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이 집에서 양념갈비를 소비하는 고객층 역시 바로 이들 외국인과 외지의 가족 단위 고객들이다. 전국적이고 다국적인 입맛은 보편성을 획득한다. 전국에서 (심지어 외국에서) 온 보통 사람들이 같은 값이면 생갈비보다 양념갈비를 선택하고 있다. 성급히 일반화할 순 없지만 그냥 보아 넘기기엔 뚜렷한 경향성을 보인다.

 

일본에도 양념육인 야키니쿠가 있다. 야키니쿠 문화 확산은 재일동포의 역할이 컸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고기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건너간 재일동포들은 한국식 양념육을 일본인들에게 선보였다. 이 불씨가 야키니쿠 문화에 불을 지핀 측면이 있다.

 

작년에 일본의 야키니쿠 전문점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사흘 동안 하루에 두 끼는 야키니쿠로 끼니를 때웠다. 아마 일반적인 생고기로 하루 두 끼를 먹었으면 질려서 못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그렇게 많이 먹었어도 야키니쿠에 전혀 질리지 않았다. 질리기는커녕 돌아와서도 가끔 그때 먹었던 양념 맛이 생각나곤 했다. 양념육의 힘이다.

 

‘제2 양념육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년 지속됐던 생고기 일변도의 육류시장이 일대 전환점을 맞이한 듯하다. 양념육은 간장 베이스의 양념 맛이 식욕을 돋워 고기를 더 많이 먹게 한다. 요즘 일식을 선호하는 서양인들도 스시 위주에서 데리야키소스를 발라 구운 육류에 더 열광한다는 소식이다. 고깃집 창업을 준비한다면 지금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육류시장 패러다임 전환의 조짐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음식과사람 food79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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