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사람 2019.12 P.45 Easy Talk]

화이트 푸드 ⓒ한국외식신문
화이트 푸드 ⓒ한국외식신문

editor 박태균

음식점에선 유독 흰색 식품이 자주 눈에 띈다. 외식업체의 주방엔 흰 쌀밥, 흰 밀가루, 소금, 인공 조미료, 설탕 등 이른바 ‘5백(五白) 식품’이 넘친다.

이 중 흰 쌀밥의 맛은 외식업체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흰 쌀밥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는 고객이 적지 않고, 경기 이천 등은 쌀밥을 간판에 내세운다. 다만 흰 쌀밥은 영양적으론 현미나 보리에 비해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다. 쌀을 10번이나 도정해 ‘영양 덩어리’인 껍질, 씨눈이 떨어져나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장점도 많다. 밥맛이 좋고 소화가 잘된다. 이유식 하는 아이, 위장 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겐 쌀밥이 추천된다.

흰 밀가루는 제분 과정에서 영양이 농축된 밀 배아와 색소가 떨어져나간 것이다. 밀가루는 오래 두면 노랗게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카로틴, 플라본 등 색소 탓이다. 이 두 색소를 파괴시켜 하얗게 탈색시키면 흰 밀가루가 얻어진다. 흰 밀가루로 만든 빵은 소화, 흡수가 잘돼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킨다.

짠맛을 내는 천연 향신료인 소금도 흰색이다. 소금의 하루 권장량은 5g 이하지만 한국인은 그 두 배 이상 섭취한다. 소금(나트륨)의 과다 섭취는 일부 사람에게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감칠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도 하얗다. 다시마 등에 함유된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붙여 만든 것이 MSG(글루탐산일나트륨)다. MSG는 과거에 ‘중국음식점 증후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병명은 중국음식점에서 식사하면 10〜20분 뒤 불쾌감, 두통, 열감, 구토감, 근육 경직, 메스꺼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고 해서 붙었다. 그러나 MSG와 중국음식점 증후군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MSG의 ‘S’(소듐)는 나트륨이다. 나트륨은 혈압을 높인다.

단맛 식품의 대표인 설탕도 백색이다. 황설탕, 흑설탕 등도 있지만 기본은 백설탕이다. 설탕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건 아니지만 혈당을 요동치게 하는 건 사실이다.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올라간다. 설탕은 치아 건강의 적이다. 충치 균의 훌륭한 먹이인 데다 치아에 달라붙어 충치를 일으키기 쉽다. 설탕의 과다 섭취는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백의민족’인 우리 국민은 청결, 순수를 뜻하는 흰색을 유독 선호한다. 흰색 식품 (화이트 푸드)이 모두 요주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웰빙 식품도 수두룩하다.

버섯, 콩, 양파, 마늘, 무, 순무, 배추, 양배추, 당귀, 배, 우유, 요구르트, 굴, 넙치, 조피볼락 등이 좋은 예다. 한의학에서 흰색은 음양오행의 금(金)에 해당한다. 폐, 기관지 등 호흡기와 관련 있는 색으로 친다. 도라지, 무, 콩나물 등 흰색 식품을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다.

배추, 양배추, 무 등 배추과 채소는 하나같이 암 예방 식품이다. 속살이 흰 배는 예부터 사랑받아온 과일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호메로스는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중국에선 과종(果宗)이라 불렀다. 과일 중 으뜸이란 의미다.

양파와 마늘도 항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감기에 걸렸다면 양파, 마늘이 특효약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감기에 걸리면 잠들기 전에 구운 양파 한 개씩을 먹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양파의 매운 성분은 식중독균을 죽이는 살균작용을 한다. 날양파를 3~5분쯤 씹으면 입안의 해로운 세균이 깨끗하게 정리된다.

우유, 요구르트 등 유제품은 ‘칼슘의 왕’이다. 색이나 향을 첨가한 것보다 흰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 ‘백색육’인 닭고기는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의 함량이 낮다는 것이 돋보인다. 바다의 흰색 식품인 굴은 ‘회춘 미네랄’로 통하는 아연이 풍부하다. 카사노바, 비스마르크, 나폴레옹 등 정력가들이 즐겨 먹은 식품으로 유명하다.

넙치, 조피볼락 등 흰 살 생선은 맛이 강하지 않고 소화가 잘돼 식도락가는 물론 소화력이 떨어진 어린이, 노인,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5백 식품’ 중 주식인 흰 쌀밥을 뺀 나머지 네 식품도 적당량만 사용한다면 요리의 세계를 다채롭고 오묘하게 하는 소중한 식재료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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