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저성장 시대 외식업계 생존법- "변화를 읽어라"

[음식과 사람 2016-1 p.32 Special Theme-2]

2014년 세월호 사태,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2016년에는 어떤 악재가 외식산업의 길을 가로막을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시대에 이미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외식산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2015년 외식산업을 돌아보고, 다양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외식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흐름들을 짚어본다.

▶ 2015년 메르스 타격, 세월호보다도 컸다

2015년 2분기 외식업체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메르스 발생 직후의 매출 감소는 ‘세월호’ 사태보다 더 컸던 것으로 조사되었고, 2011년 한국외식업경기지수(KRBI) 산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메르스 확산 시점(5월 30일)을 기준으로 발생 후 1주차의 매출 감소율이 38.5%로 가장 높았고, 1개월 지난 시점의 매출 감소율은 24.4%로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7월 이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외식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9%가 메르스 여파로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으며, 외식 횟수는 메르스 발생 이전 대비 약 5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농림축산식품부, 2015).

 

▶ 2015년 80조 외식시장, 과당경쟁 등으로 경영 악화 심화

국내 외식시장은 2013년 기준으로 외식업체 수 63만5000개, 매출액 79조5000억 원, 종사자 수 182만 명으로 파악된다.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대기업 중심의 프랜차이즈 업체의 증가에 따라 양적 규모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양적 성장의 한편에는 과당경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식재료비, 인건비를 포함한 원가의 지속적인 증가 등으로 영세 음식점의 경영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63만5000여 외식업체 중 약 5만1000여 곳의 음식점은 필요한 인원만큼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보다 내국인을 선호하지만 내국인의 외식업체 기피 현상으로 내국인 채용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내국인을 대체할 수 있는 외국인(동포) 자원 또한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어 이들마저 채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외식업경기지수에서 외식업 고용지수와 식재료비 지출지수를 살펴보면 2014년 같은 분기 대비 고용을 줄이는 업체가 고용을 늘리는 업체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물가상승률 대비 높은 식재료 원가는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 2015년 대기업 한식 뷔페 확산으로 인근 음식점들 '휘청'

대기업의 한식 뷔페 진출은 출점 주변 음식점의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음식점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자 대기업의 음식점 진출 확대 억제를 통해 중소 음식점들이 보호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3곳에 불과했던 대기업 한식 뷔페가 2015년 기준 73개로 크게 늘어나면서 중소 음식점의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진 양상이다. 대기업형 한식 뷔페로 말미암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대기업 한식 뷔페 출점 지역 주변의 외식업체는 45.2%였고, 1km 이내 음식점 매출은 17.1%, 1~5km 내의 음식점 매출은 15.2% 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식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되었다(한국외식산업연구원, 2015).

▶ 2015년~ 외식산업 둘러싼 환경 변화 놓치지 말아야

외식산업을 둘러싼 국내 거시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인 가구 수의 증가, 외식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음식과 음식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시장의 움직임에 좀 더 민첩하게 대응함으로써 외식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국내 경제는 장기 저성장기 초입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패턴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증명하듯 유명 브랜드보다는 핵심 가치에 충실한 ‘가성비’ 높은 음식이나 상품의 소비가 많아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 역시 외식산업의 핵심 이슈다. 2014년까지는 관련 산업이나 음식점에 미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영향이 미약했다면 2015년은 그들을 겨냥한 상품이나 음식점의 물리적 환경, 음식 개발 등이 가시적으로 많이 적용된 한 해였다. 특히 구매력까지 갖춘 20~30대 1인 가구에 관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O2O’ 서비스가 음식점에 빠르게 접목되고 있고, 음식점 검색은 물론 예약 · 주문 · 지불을 쉽게 할 수 있는 외식 서비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과 인터넷을 활용한 외식 소비자의 온라인 채널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고, 배달앱이나 배달 대행 서비스 등의 의존도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다양한 지역에서 ‘경험을 소비하는’ 골목길 문화가 확대되면서 규모가 큰 주요 상권에만 집중되던 과거와 달리 주변 지역과 작은 동네를 중심으로 외식 소비자들의 방문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종 ‘먹방’과 ‘쿡방’ 열풍이 이어지면서 유명 셰프들의 대외활동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평범함 속에서 가치를 찾는 일상성의 부상으로 식(食)이 단순 식사를 넘어 문화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은 매우 중요한 현상으로 보인다. 고객의 구체적인 니즈와 취향을 좀 더 면밀히 이해하고 외식 소비자가 부여한 가치를 더욱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2016년 지속적인 생존을 목표로 현실적 대안 모색 시급

국내 외식산업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메르스 여파로 빚어진 큰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소비자심리지수는 큰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3분기 한국외식업경기지수는 메르스 사태 직후(2분기)와 비교해 상승했으나 여전히 외식업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소비심리가 점차 개선되면서 외식 경기는 다소 회복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2016년에도 회복 기조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의 경제전망보고서는 201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4%, 국내 경제성장률을 3%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성장세는 가계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본 또한 일시적인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민간 소비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성장 경로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은 수출 부진과 과잉설비 조정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전망이다. 국내 경제는 메르스 사태의 영향에서 벗어나 점차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나 세계 경제성장률 개선 미흡, 중국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 가시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됨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3%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초입 단계라 할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 내수 침체, 통화 강세로 인한 수출 둔화, 부동산 침체, 재정적자 심화,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한 고용절벽 등으로 상징되는 장기 저성장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외식업체는 이러한 기조를 인정하고 어떻게 이 상황을 견뎌낼 것인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식업체는 경비를 줄임으로써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보다 매출 유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인원 투입량에 비례하는 서비스 속도와 고객 만족에 집착하지 말고 기계화, 표준화, 매뉴얼화로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다.

현실성 있는 목표 고객의 만족도를 설정하고, 무조건적인 풀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이 허용되는 수준에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불경기나 저성장기에는 지속적 생존에 집중해야 하며 추가적인 투자는 자제하고 시장의 움직임에 좀 더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핵심 가치에 충실한 가성비를 높임으로써 현재 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할 것이다.

*글 :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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