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사람 2019.12 P.62-65 Consulting]

비빔밥 ⓒpixabay
비빔밥 ⓒpixabay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오향선’ 본점
지금은 ‘주목받는 메뉴’보다 ‘오래 가는 메뉴’가 낫다

경기 북부의 대표적인 오향 음식 전문점 ‘오향선’ 손석준·안현주 대표 부부는 2007년에 창업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ㅅ그룹 계열사에 재직했던 손 대표는 평소 ‘작지만 알찬 내 가게’를 원했다.

음식에 관심이 많아 식당을 차리기로 한 부부는 오래갈 것으로 판단해 오향족발을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다만 기존 족발집이나 중국집들과는 철저히 차별화했다. 청결은 기본이고 쾌적하고 세련된 고품격 중식당을 지향했다.

그릇과 집기류는 물론 인테리어까지 중국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현지 것들을 들여와 사용했다. 음식 맛과 수준에도 공을 들였다. 창업 전, 중국 산둥성의 100년 넘은 노포를 비롯해 유명 오향장육 전문점을 벤치마킹했다. 부부의 노력은 중식 마니아와 맛집 방송 관계자들을 환호하게 했다. 식당은 꾸준히 발전했다. 그러나 창업 10년이 지나면서 성장세가 조금 꺾였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문제점

1. 중국 본토의 오리지널 콘셉트를 추구한 것은 양날의 칼이었다. 손님을 모으고 방송 관계자의 호기심을 유발한 것은 긍정적 측면이었다. 하지만 일반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음식이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한국인의 80~90%는 중국 본토 오향 맛에 쉽게 순응하지 못한다. 호기심이나 식도락 차원에서 식당을 찾는 손님은 아무래도 소수일 것이다. 그들조차 자주 먹지는 못한다. 오향은 창업 초기 식당의 존재를 알리고 점포의 차별성을 확립하기에 유리한 아이템이었지만 지속적으로 도약기와 안정기까지 무사히 도달하게 해주는 뒷심까지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다.

2. 최초 창업했던 점포가 비좁아 추가 매출 확보를 위해 다점포를 전개했다. 그러나 업주의 시선과 관리의 분산으로 기대했던 수준의 매출을 시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긍정 요소

1. 음식의 맛과 수준은 여전히 월등하다. 20여 가지 양질의 약재와 향신료는 가짓수와 품질에서 다른 동종 식당들을 압도한다.

2. 모든 메뉴의 원천 조리법을 안 대표 부부가 보유하고 있다. 표준 레시피는 물론 소스도 직접 만든다. 메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향후 메뉴의 변형이나 개발이 필요하면 빠르고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부부의 경영 마인드가 투철하고 변화와 개선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는 점도 희망적이다.

이렇게 해봅시다

오향 요리는 오래가는 아이템이 아니다. 6~7년 전에도 김 기획자는 우연한 기회에 ‘오향선’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김 기획자는 누리소통망(SNS)과 블로그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하는 안 대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부부의 성실한 자세와 완성도 높은 음식에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오향 맛이 강하고 가격대가 무거워 재구매가 활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오향 음식이 확장형 메뉴가 아니어서 장기적인 매출 증대엔 의구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입맛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김 기획자는 부부가 이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한다.

“전 세계로 퍼진 중식이 다 같은 중식은 아닙니다. 중식의 맛과 특징은 국가별로 편차가 크지요. 전 세계 중식당 주인들은 현지화의 귀재들입니다. 각자 정착한 나라에서 그 나라 사람 입맛에 맞춘 변형된 중식을 내놓지요. 한국인 입맛엔 우리나라 화교들이 만들어낸 ‘한국식 중식’이 표준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중식과 한국의 중식 맛은 다릅니다. 특히 오리지널 중식의 맛과 향은 한국인에겐 친숙하지 않은 맛입니다. 제가 몇 년 전 지인의 초대로 중국 동북 3성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최고급 중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입에 맞지 않아 못 먹겠더군요.”

최근 안 대표는 한 강연장에서 김 기획자를 만나 매출 하락 타개책을 문의했다. 일단 여러 점포 가운데 본점부터 정상화하기로 했다. 먼저 안 대표 부부와 초량동 등 부산의 중식당들을 벤치마킹했다. 만두, 장육, 고기튀김 등을 탐색해보고 메뉴로 구성했을 때의 장단점을 체크했다.

새 메뉴로 구성할 것을 고려한 기스면도 시식해봤다. 기스면에 대한 일행의 만족도는 높았다. 벤치마킹 후 개선 방향을 잡았다. 전체적으로 메뉴의 양과 가격을 가볍게 하는 이른바 ‘쪼개 팔기’를 시도하고 만두를 장착하며 기스면을 추가하기로 했다.

만두는 군만두와 찐만두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이른 시일 내에 매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전략 메뉴로 중국식 만두 소룡포까지 구성할 계획이다. 만두는 노동 강도가 높고 노동집약적인 메뉴다. 만두 빚는 숙련도가 높아질 때까지 부부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6개월에서 1년 정도 고생하면 익숙해질 것이다.

장육에 만두가 결합한 ‘장육+수제 중화만두’ 메뉴 구성은 술안주 개념이다. 부담 없는 안주에 가볍게 술 한잔 하려는 고객 니즈는 분명 존재한다. 이런 니즈를 공략하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콘셉트다. 부산에서 이런 콘셉트로 안정적 수익을 얻는 중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양을 적게 담아 1만~1만5000원 정도에 제공한다.

장육은 돼지의 사태나 후지를 사용해 원가가 낮고 수익성이 높다. 부산의 중식당들은 오향 맛의 밸런스를 잘 잡아 한국인이 편안해하는 맛을 낸다. 수도권의 일부 소수 중식당에서도 이런 콘셉트로 장사하는 곳이 몇 군데 있지만 드물다.

기스면은 현재 일부 고급 중식당에서 취급한다. 웍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닭 육수를 사용해 맛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중산층 여성 고객들이 선호하는 맛이다. 같은 육수를 활용해 좀 더 차별화한 메뉴인 완탕면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일산에서 ‘수제 중화요리’라는 키워드를 강력히 소구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성공한 식당들의 20가지 숨은 법칙
된장찌개, 비빔밥 등 다른 메뉴와 결합하면 가공할 위력 발휘

매번 강의를 시작할 때면 청중들에게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판매가 활발한 3대 찌개가 무엇입니까?” 하고. 그러면 사람들은 대개 김치찌개, 부대찌개와 함께 된장찌개를 꼽는다. 그러나 실제 식당에서 된장찌개는 그리 많이 팔리는 메뉴가 아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최근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주문해 먹은 적이 있는지. 된장찌개는 고깃집에서 후식 메뉴로 적잖이 활용하지만 저 혼자 단독 식사 메뉴로 잘 팔리는 메뉴는 아니다. 김치찌개, 부대찌개와 함께 가장 많이 팔리는 찌개류는 된장찌개가 아니고 순두부다.

흔히 사람들은 산소가 불에 잘 타는 원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소는 스스로 타지 않고 다른 물질이 잘 타도록 촉진한다. 즉 가연성 원소가 아니라 조연성 원소인 것이다. 음식 메뉴인 된장찌개도 산소 같은 측면이 있다. 된장찌개가 단독 식사 메뉴로는 위력이 약하지만 다른 메뉴와 결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삼김화로구이’는 점심 식사 메뉴로 높은 매출을 올리는 고깃집이다. 그 주역이 차돌된장찌개(8000원)다. 식당 주변 여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무척 애용하는 메뉴가 됐다. 메뉴 이름에 드러나듯 그냥 된장찌개가 아니고 차돌박이를 넣은 된장찌개다.

한우 차돌박이의 고소한 지방 풍미가 가세하면서 인상적인 맛을 낸다. 국물도 시원함을 강조했다. 된장찌개용 육수는 대파, 양파, 멸치, 다시마, 파뿌리 등을 넣고 끓인다. 재료가 모두 시원하고 개운한 감칠맛을 낸다. 직장인들이 선호할 국물이다. 육수 자체만 훌훌 마셔도 속이 확 풀릴 것 같다.

된장찌개만으로도 주변 직장인에게 어필할 요소가 충분한데 여기에 결정적으로 비빔밥을 결합했다. 차돌박이로 맛을 코디하고 비빔밥을 곁들인 된장찌개 세트 메뉴인 것이다. 점심시간이면 된장찌개 국물을 자박하게 넣어 비벼 먹는 직장인들로 이 집이 꽉 차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된장찌개에 비빔밥을 결합한 것이 묘수였다. 일반적인 된장찌개에 공깃밥만 제공했다면 고객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비빔밥과 세트 메뉴로 구성하면서 된장찌개는 차돌박이로 스스로 가치를 더 높였고, 비빔밥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세트 메뉴의 위력을 극대화한 모습이다.

된장찌개에 비빔밥까지 제공하면 원가가 높아질까? 된장찌개를 단품 메뉴로 내면 여러 가지 반찬이 따라야 한다. 달랑 된장찌개와 공깃밥만 내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 비용으로 차라리 비빔밥을 제공하면 푸짐한 느낌도 들고 오히려 먹을 만한 반찬을 제공할 때보다 원가를 낮출 수도 있다. 비빔밥은 반찬을 여러 가지 낼 때보다 힘도 덜 들고 원가가 적게 든다.

▲ 된장찌개 ⓒpixabay

제값 받고 다양함·푸짐함 원하는 고객 심리 만족시켜줘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여럿이다. 서울 도곡동 ‘봄에한우’는 점심에 ‘차돌된장찌개+웰빙채소’를 9000원에 판매한다. ‘삼김화로구이’의 차돌된장찌개와 비슷한 콘셉트다.

고깃집 점심 식사 메뉴로는 많이 팔리는 편이다. 서울 역삼동 ‘제주몬트락’은 점심 특선으로 ‘두루치기+찌개’를 판매하는데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메뉴 역시 점심시간에 많이 팔린다. 만일 두루치기 단독 메뉴였다면 큰 인기가 없었을 것이다. 찌개와 세트 메뉴로 구성하면서 더 가치가 높아졌다.

세트 메뉴의 가장 흔한 사례는 고기와 면류의 조합이다. 등심, 갈비, 불고기, 떡갈비, 삼겹살 등의 육류를 먹고 나서 냉면(평양 또는 함흥), 막국수, 김치말이국수, 잔치국수 등을 먹는 메뉴 구성이다.

‘불고기+막국수’처럼 처음부터 세트 메뉴로 내놓은 상품도 있지만 고정화하지 않고 느슨하게 후식 메뉴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돈가스 전문점 ‘호천당’의 점보 세트는 돈가스와 소바를 함께 제공한다. 돈가스, 소바 모두 각각 단품으로 판매되는 양보다 세트 메뉴로 조합했을 때 판매량이 훨씬 많다. 특히 여름철에 시원한 ‘냉소바+돈가스’를 묶어 제공하는 ‘무더위 세트’는 판매량이 폭발적이다.

경북 안동 ‘안동한우갈비’는 갈비를 주문하면 갈비뼈 부분을 버리지 않고 맛있는 찜으로 조리해준다. 여기에 직접 키운 콩으로 된장을 담가 된장찌개를 끓여서 함께 낸다. ‘갈비+갈비찜+된장찌개’ 형태의 세트 메뉴다. 단순히 갈비만 내주는 다른 갈빗집에 비해 경쟁력이 월등하다.

안동 갈비골목에서 이 메뉴 조합으로 인기를 끌자 이웃 갈빗집들도 따라 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처음 안동 갈비골목에 창업했을 때 빠른 안착을 고민하던 업주가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세트 메뉴는 고객의 복잡한 심리를 만족시켜준다. 고객은 한 번에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은 심리가 있다. 짬뽕과 짜장면을 조합한 중국집의 ‘짬짜면’을 원하는 심리다. 그런가 하면 포만감과 푸짐함도 원한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그런 경향은 더 뚜렷하다.

음식 트렌드를 선도하는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푸짐한 걸 원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가성비’나 ‘가심비’에 관심이 많다. 이런 고객들을 만족시켜주는 데 세트 메뉴는 아주 유용하다.

고객 입장에선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만족도가 높아 불만이 적다. 물론 맛과 음식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 ‘든든한 점심식사’, ‘다양하게 즐기는 맛’,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식사’ 등등. 이도 저도 아니고 생뚱맞으면 아무리 세트 메뉴로 묶어도 성공하기 어렵다.

세트 메뉴는 고객을 만족시켜주면서도 식당 측이 받고 싶어 하는 제 가격을 다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회사 근처에 우리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김치찌개 전문점이 있다. 맛이 뛰어나지 않지만 다른 식당에 비해 괜찮은 수준이다.

만일 이 식당에서 저가의 외국산 돼지고기로 제육볶음을 만들어 ‘김치찌개+제육볶음’ 형태로 제공하면 훨씬 고객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물론 가격을 조금 더 받더라도 말이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