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음식과사람 2019.12 P.79 Local Analysis]

성공전략 ⓒpixabay
성공전략 ⓒpixabay

editor 창업통 김상훈(외식컨설팅 전문가)

2019년 돼지띠 해의 마지막 달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접는 마음은 제각각일 수 있다. 우리나라 외식업 70만 경영자 입장에선 올해보다 다가올 내년이 더 걱정스럽다. 12월은 어쩌면 내년의 밑그림을 구상하는 달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는 다가올 새해의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발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2020년 쥐띠 해의 소비 트렌드를 집대성한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출간했다. 올해 돼지띠 해의 소비 트렌드는 ‘마케팅 말고 콘셉팅’이라고 주창한 바 있다.

2020년 쥐띠 해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힘센 쥐들의 해’를 뜻하는 ‘MIGHTY MICE’라는 10가지 트렌드가 발표됐다. 위기를 돌파하는 작은 영웅들이 몰려오는 한 해가 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다양한 가면’이 첫 키워드다.

2020년 소비 트렌드의 경향은 3가지 관점이다. 시장 세분화, 양면성 그리고 성장 코드다. 필자는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의 10가지 새로운 트렌드를 우리나라 음식점 사장님들 시각으로 쉽게 정리했다.

1. 멀티 페르소나
외식 경영자의 다양한 가면을 만들어라

2020 소비 트렌드의 첫 키워드는 ‘멀티 페르소나(Multi Persona)’다. ‘페르소나’는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타이틀이기도 하다. 시장 자체가 세분화되고 과당경쟁이 만연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경영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다양한 가면을 얘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멀티미디어 시대, 누리소통망(SNS) 시대를 거치면서 이미 다양한 가면을 착용하고 살고 있다. 그러니 이젠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외식업 주인장 입장에서도 그들의 니즈에 맞는 매력 있는 가면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창업자의 매력지수가 중요해지고 있다.

음식점 사장 명함 한 가지는 기본이다. 노래하는 사장, 그림 그리는 사장, 마술 하는 명함도 필요할 수 있다. 그 취향을 좇는 소비자가 곧 2020년의 신규 고객이 될 수 있다. 2020년을 견뎌낼 음식점 사장의 특별한 가면 몇 개를 준비해야 하는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2. 라스트핏 이코노미
슬세권, 편세권에 주목하라

역세권이 아닌 ‘슬세권’, ‘편세권’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하고 있다. 잠옷이나 슬리퍼 신고 다닐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지금 당장’과 ‘바로 여기’에서 원하는 소비를 해결한다는 얘기다. 편세권이란 말은 편의점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되는 것을 뜻한다.

외식 경영자 입장에선 매장 내 매출을 담보하는 매우 가까운 동네 사람들에 대한 집중적 관심이 필요한 시대다. 동시에 전 국민을 타깃으로 하는 매장 외 온라인 소비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핏’에 주목해야 한다. 포장 메뉴의 품격을 결정짓는 포장지 디자인까지 신경 써야 하는 시대다.

3. 페어 플레이어
착한 식당 넘는 바른 식당 전성시대 온다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2019년 한 해를 장식했다. 공정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된다. 식당 경영에서도 한때 ‘착한 식당’ 신드롬이 있었다. 2020년엔 착한 식당을 뛰어넘은 바른 식당, 공정한 식당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정한 식재료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외식 경영 관점에선 식당 사장이 페어플레이어의 선봉에 설 필요도 있다. 음식점 사장의 바른 매력 높이기, 소비자의 공정 코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식당 주인의 섬세한 공정성이 마케팅 코드로 연결된다면 소비자들이 열광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4. 스트리밍 라이프
신개념 식권, 첫 잔 무료 멤버십 서비스를 아시나요?

SNS 시대. 모든 정보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 흐르는 시대다. 이른바 스트리밍(Streaming)이다. 식당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식당 이용 정보에 대한 공유, 흐름 코드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스타트업 ‘후치’는 9.99달러를 내면 수많은 맨해튼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잔을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본뜬 ‘데일리 샷’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출시됐다. 한 달에 9900원을 내면 제휴한 술집에서 매일 술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첫 잔 무료 멤버십 서비스다. 이미 회원 수가 수천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러한 신개념 식권 판매 또한 스트리밍 라이프의 단면이다. 2020년 외식시장의 새로운 관심 코드다.

5. 초개인화 기술
식당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통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라

디지털 시대 국내 외식시장의 주요 소비자 중 한 축은 배달앱 사용자들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에 깔린 배달앱을 통해 한 달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를 지출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개인뿐만 아니라 배달앱 관리업체, 배달음식점들도 개별 고객의 구매 패턴을 공유한다. 초개인화 기술은 이러한 1차적인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예측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개별 식당에서의 구매 데이터를 통한 파생상품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식당 입장에선 한번 이용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부가 매출까지 올릴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6. 팬슈머
단골 고객들을 식당 서포터스로 임명하라

우리나라 크라우드 펀딩 업체 중 하나인 와디즈의 연간 아이템 출시 개수가 7000개를 넘어서고 있다. 고객들이 투자하고 성과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3600억 원에 달한다. 2020년 소비 트렌드에선 이들을 ‘팬슈머(Fansumer)’로 규정한다.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그리고 적극적인 ‘관여’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식당 경영자 입장에서도 이젠 단순히 단골 고객 관리가 아닌 단골 고객에 의한 외식 경영 코드를 준비해야 한다. ‘고객과 함께’로는 부족하다.

‘고객에 의한’ 식당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팬슈머들은 외치고 있다. 식당 서포터스를 모집하고 임명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메뉴 시식회 등 다양한 팬슈머 활동을 적극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7. 특화생존
우리 식당만의 특화된 무기는 무엇인가?

특화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표준화된 대중적 서비스로는 더 이상 주목받기 힘들다. 적자생존 시대를 넘은 특화생존 시대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점의 공급 과잉에서 빚어진 경쟁 과열은 특화된 서비스 없이는 주목받기 힘들다.

서울 덕성여대 CU 편의점에선 여성 고객들을 위한 파우더존과 탈의실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식당들도 특화된 서비스 개발이 시급하다. 그 음식점에 가야만 받을 수 있는 특화된 서비스 개발, 특화된 메뉴 개발, 특화된 곁들이찬 개발이 필요한 시대다.

필자의 단골식당인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선릉역 뒷골목 막횟집의 특화된 곁들이찬은 고품격 총각무김치다. 필자는 그 총각무김치 맛에 반해서 그 식당을 자주 찾는다. 막횟집의 특화전략 중 하나다.

8. 오팔세대
5060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식당 코드는?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1000만 명 넘는 소비자들이 이른바 50~60대 고령 소비자들이다. 이들을 ‘신중년층 소비자’로 명명한다. 베이비부머 세대 720만 명을 포함한 5060세대는 대한민국 인구의 28%에 달한다. 이들은 나이가 조금 든 3040세대라고 자신들을 인식한다.

음식점 경영에서도 이들 신중년 소비자인 ‘오팔세대(경제력을 갖춘 5060세대를 일컫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오팔세대는 송가인에게 열광하고, 당구장 커뮤니티족, 실버서퍼족, 웹버(Web+Silver)족으로 발전한다. 실버식당이 아닌 오팔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식당 경영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그들이 열광하는 특화전략이 무엇일지를 고민해볼 만하다.

9. 편리미엄
편리한 서비스에 지갑 여는 소비자들이 는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 ‘편리미엄’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주목된다. 편리미엄의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절대적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곳, 둘째, 귀찮은 일에 소요되는 노력을 줄이는 곳, 셋째, 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것이다. 식당을 찾는 요즘 시대 고객들의 중요한 라이프스타일이다.

배달앱 시장의 급성장 또한 편리미엄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조금 비싸더라도 소비자의 니즈를 섬세하게 터치해준다면 조금 더 돈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음식점의 편리미엄 메뉴 전략과 서비스 전략을 밀도 있게 고민해볼 때다.

10. 업글인간
식당 사장이 업그레이드돼야만 오래 생존한다

2020년 소비 트렌드의 마지막 키워드는 ‘업글인간’이다.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을 ‘업글인간’으로 칭한다. 업글의 코드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몸으로 업글, 취미로 업글, 지식으로 업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식시장의 시계추는 유난히 빠르게 움직인다.

내 가게가 바뀌려면 식당 주인인 내가 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식당 주인의 업글인간화가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글인간의 관점은, 내 가게의 주인으로서의 일과 삶에 재미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쥐띠해가 코앞이다. 두려워하기보다는 업글인간이 되려는 노력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찾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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