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나오셨어요"는 잘못된 말

김희정 논설위원 (전)KBS 아나운서
김희정 논설위원 (전)KBS 아나운서

식당은 행복의 공간이다. 식당은 좋은 사람과 만나,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시발점이다. 그런데 간혹 식당에서 행복하기 보다는 뭔가 불편한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동네 평범한 식당보다는 프랜차이즈 등 자신들의 시스템을 가진 가맹점, 서양식 레스토랑 등 일정 이상의 품격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곳에서 더욱 그렇다. 홀 서비스 종사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잘못된 어법 때문이다.

불편한 ‘사물존대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쓰여 진다. “주문하신 스테이크 나오셨어요”라고 말이다. “주문하신 스테이크 나왔습니다”가 바른 말이다.

“계산 도와 드릴게요”, “주문 도와 드릴게요”라는 표현 역시 잘못된 말이다. “계산해드리겠습니다”, “주문하시지요”가 맞는 표현이다. “앉으세요”를 “앉으실게요”라고 말하는 곳도 있다.

이런 어법은 정확한 우리말을 몰라서라기보다 서비스 업계의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어법이 굳어지기까지는 소비자의 태도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계산하시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계산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이 더 공손해보여서 손님에게 트집 잡힐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멀쩡한 우리말 어법을 비틀어 쓰는 것은 혹시 모를 고객의 ‘갑질’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고육지책.

식당을 단순히 '밥을 사먹고 돈을 지불하는 곳'이라는 생각은 그저 삭막하기만 하다. 황량한 인식의 상호작용에서 소비자의 ‘갑질’이 싹이 트는 것이다. 인식의 틀을 바꿀 때다.

식당은 손님들에게 음식문화의 한 사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곳의 인테리어, 음식의 차림새와 맛, 그리고 주인장의 매너와 어법까지, 다양한 정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요리를 하는 장인정신에서, 서빙을 하는 친절함에서 손님의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행복한 공간. 그 공간은 음식을 제공하는 자와 소비하는 자의 ‘인간적 예의’와 '교감' 속에서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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