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기자가 만들어가는 '휴먼에이드포스트' 신문사를 찾아

휴먼에이드 잡지 표지('19년 7월호) ⓒ한국외식신문
휴먼에이드 잡지 표지('19년 7월호) ⓒ한국외식신문

‘우리는 발달장애인입니다. 우리는 기자입니다’. ‘휴먼에이드’ 잡지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기자의 발길을 휴먼에이드 사무실로 이끈건 커버스토리 제목뿐만 아니라, 잡지 속 기사다. 이런 기사와 매체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23일, 기자가 기자를 인터뷰할 흔치 않은 기회를 잡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휴먼에이드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김동현 휴먼에이드 대표와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스무평 남짓 공간, 한눈에 봐도 열 댓명은 넘을 듯 한 인원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사무실이 좁죠? 올해 인원이 많이 늘어서 다음 달엔 넓은 곳으로 이사갑니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대표와 마주앉아 휴먼에이드에 대해 물었다.

Q. 휴먼에이드는 어떤 곳인가?

2016년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로 신문기사나 여러 기관의 새로운 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읽기 쉽게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어려운 말이나 표현을 누구나 읽기 쉽게 바꾸는 것이다. 또 발달장애인이 기자가 되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인터넷신문사 (주)휴먼에이드포스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Q. 읽기 쉽게 바꾸는 일은 누가 어떻게 하나?

휴먼에이드 직원이 일반 신문기사 중 유익한 것을 골라서 온라인 자원봉사자들에게 건네면 봉사자들은 이 기사를 쉽게 만든다. 이어서 발달장애인들에게 ‘정말 쉬운지’ 감수를 거치게 된다.

Q. 발달장애인들이 ‘쉬운 말 뉴스’ 만들기 같은 일을 잘 할 수 있나?

발달장애인들 중에는 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들도 있고, 어느 특정 분야에 뛰어난 관심과 실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물론 사람과 의사를 주고받는 일을 힘들어 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단어나 표현을 쉽게 만드는 일, 쉽게 만들어진 단어나 표현이 정말 쉬운지 확인하는 일을 계속하다보면 소통 능력이 향상된다. 사진 한 두 장과 짧은 기사 글로 ‘포토뉴스’를 만드는데 생활 속 일상 뉴스가 이들에게는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 된다.

Q. 어떤 사업으로 수입을 만드나?

인터넷 신문사 (주)휴먼에이드포스트가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주식회사다. 현재 2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중 11명이 발달장애인 청년이다. 지난 6월엔 출판사 (주)휴먼에이드북스와 함께 월간지 ‘휴먼에이드매거진’을 발간했다. 수익금 전액은 발달장애인 미디어일자리를 만드는데 쓰인다. 아울러 도서, 팜플릿, 영상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Q. 휴먼에이드의 꿈이 있다면?

휴먼에이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단체가 아니다.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단체다. ‘따뜻한 소통’, ‘더 쉬운 소통’을 위해 휴먼에이드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더 많은 일을 하려 한다. △신나게 함께 놀 수 있는 전용 댄스 클럽, △국내외 각 지역에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 △공연예술단의 전 세계 순회공연, △함께 모여 살면서 일도 하고 꿈도 실현시키는 마을 등 많은 꿈을 갖고 있다.

Q. 휴먼에이드포스트에 내년 특별한 사업 계획이 있다던데?

스타트업 투자자 '힐스톤비즈니스센터'와의 협업으로 한국어 기사를 다국적 언어로 번역·제공하는 디지털 매거진 솔루션을 개발해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계획 중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정상적인 관계형성의 성공사례로써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오는 1월엔 오스트리아에서 EU대사와 미팅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다양한 협력사업 얘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작성 중인 휴먼에이드 기자들 ⓒ한국외식신문
기사작성 중인 휴먼에이드 기자들 ⓒ한국외식신문

자부심과 기대에 찬 김동현 대표의 인터뷰를 마치고 발달장애인 기자 세명과 릴레이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가 된 계기와 경험담, 보람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김민진 기자(3년차)>

Q. 기자가 된 계기는?

원래 행정보조사 자격증을 따서 한동안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신문사를 알게 되서 입사했다. 원래 잡지 만드는 이곳에서 사무 보조업무 보려고 왔다. 회사에서 내 글쓰기 소질을 봤는지 기자를 해볼 생각 없냐고 해서 도전하게 됐다.

Q. 주로 어떤 기사를 쓰나?

생활, 행사 관련 뉴스를 쓰고 포토뉴스도 쓴다. 연예인 인터뷰 기사도 쓴다.

Q. 연예인은 누구를 인터뷰 했나?

맨 처음 인터뷰한 건 윤시윤 배우다. 원래 팬으로서 팬사인회도 다니고 했었는데 기자가 된 후 섭외해서 인터뷰를 했다. 배우 이재용씨도 인터뷰했다. 악역을 많이 한 배우라서 무서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착하더라(웃음). 그래서 사람은 겪어봐야 알겠다 싶었다.

Q. 오늘은 어떤 기사를 쓰고 있나?

찜질방 이용에 관해서 쓰고 있다. 겨울철 찜질방 이용의 좋은 점, 안 좋은 점 등에 대해서 쓴다.

Q. 기자하면서 어떨 때 보람을 느끼나?

섭외되서, 취재나가고, 인터뷰하고, 기사가 나왔을 때 기분이 좋다.

Q. 어떤 기자가 되고 싶나?

섭외 잘 하는 기자. 지금 아스트로 섭외 중이다. 그리고 우리 직업을 널리 알려야 겠다고 생각한다.

Q. 월급을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적금통장 만들어서 적금 들고 있다.

휴먼에이드 입사 3년차 김민진 기자 ⓒ한국외식신문
휴먼에이드 입사 3년차 김민진 기자 ⓒ한국외식신문

<송창진 기자(3년차)>

Q. 기자가 된 계기는?

부모님이 기자 모집에 지원해보라고 해서 됐다. 내가 원래 컴퓨터, 워드, 사진을 좋아했다. 음악공연 보는 것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니까 부모님이 기자가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Q. 주로 어떤 기사를 쓰나?

오페라 공연 같은 공연 평을 많이 쓴다. (잡지를 보여주며) 이게 내가 쓴 오페라 관람 기사다. 뮤지컬, 오페라 지휘자 인터뷰도 한다. 오페라라고 하면 사람들이 어려워 하니까 장면과 상황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고, 작곡가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한다.

Q. 어떤 기자가 되고 싶나?

공연기자다. 오페라 공연 기사 많이 쓰고 싶다. 애니메이션도 좋아하고 글쓰는 것도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쓰거나 애니메이션 PD에도 관심이 많다.

휴먼에이드 입사 3년차 송창진 기자 ⓒ한국외식신문
휴먼에이드 입사 3년차 송창진 기자 ⓒ한국외식신문

<남하경 기자(1년차)>

Q. 언제 기자가 됐나?

지난 10월에 입사했다.

Q. 기자가 된 계기는?

주변에서 글을 잘 쓴다고 하고, 나도 글 쓰는 걸 좋아했다. 대표님도 지원해 봐라 해서 지원하게 됐다. 전에는 여러가지 일을 전전하면서 보냈고 직전엔 사무보조 일을 했다. 여기 회사와 기자 일이 내게 잘 맞는 일인 것 같다.

Q. 기사 쓴 적 있나?

기사도 쓰고 인터뷰도 직접 나가 봤다. 너무 긴장된다.

Q. 기자할 때 어려운 점은?

상대방을 보면서 상대방이 얘기할 때는 호응을 하고 경청을 할 수 있는데, 질문하기가 어렵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시선처리도 잘 못하겠고...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웃음).

Q. 어떤 기사 쓸 때 보람있고 재미있나?

장애인으로서 유튜브 활동하는 분이라던가, 자기 직업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장애인을 인터뷰 하고 싶다. 지금 취재해서 인터뷰하려고 준비 중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가릴 거 없이 배울 부분이 있으면 배우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내서 “이런 사람이 있어요”라고 얘기해 주고 싶은 게 있다.

Q. 오늘은 무슨 기사를 쓰고 있나?

사진작가도 하고 있는 배우 이광기씨 인터뷰 한 내용을 기사로 정리 중이다.

휴먼에이드 새내기 남하경 기자 ⓒ한국외식신문
휴먼에이드 새내기 남하경 기자 ⓒ한국외식신문

인터뷰 내내 세 명 기자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그들이 쓴 소박하면서도 때로는 전문적인 기사를 보면서 '열정'의 느낌, 그 비슷한 걸 느꼈다. 발달장애인들과 어우러져서 도움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좇는 그들의 이상을 엿보면서, '기자'로서 ‘정상인’으로서 나는 그만한 열정과 능력을 보이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휴먼에이드 직원 단체사진 ⓒ한국외식신문
휴먼에이드 직원 단체사진 ⓒ한국외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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