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는 다리가 여덟인 작은 문어. 탕탕이, 숙회, 낙지볶음, 연포탕, 낙지호롱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어

[음식과사람 2019.12 P.90-91 Food & Story]

▲ 낚지볶음 ⓒPixabay

어느덧 한기가 들어 옷깃을 여미게 되는 계절. 이럴 땐 왕성한 식욕도 충족하고, 몸엔 좋으면서도 살은 찌지 않는 음식이 절실하다. 면역력 떨어지는 겨울철엔 보양음식이 필수인 만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층 유명해지는 낙지에 주목해보자.

editor 강재희 백석문화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제철

갯벌 속 감춰진 영양을 먹고 자라는 낙지는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봄에 산란하고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제철이다. 낙지는 갯벌의 돌 틈을 뒤지거나 갯벌을 깊이 70cm에서 1m 정도 파헤쳐야 잡을 수 있는데 통발, 낚시, 횃불 등을 이용해서도 잡을 수 있다.

낙지는 전남 목포, 경남 거제 등 남해안에서 유명한 세발낙지와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크고 살이 통통한 낙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모양이나 종류가 다른 게 아니라 크기로 구분하는 것이다. 세발낙지는 살이 부드럽고 가늘어 탕이나 탕탕이 등 회로 즐기면 좋고, 크기가 크고 통통한 낙지는 씹히는 맛이 좋아 구이, 볶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영양의 보고(寶庫)

낙지의 영양은 구전(口傳)으로도 입증되는데, 예부터 ‘갯벌의 산삼’이라고 하여,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는 말이 전한다. 또한 며느리가 아들을 낳으면 낙지로 끓인 미역국을, 딸을 낳으면 쇠고기미역국을 끓여준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낙지의 영양은 명성이 자자하다.

이뿐만 아니라 효심이 지극하기로 유명한 조선시대 임금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해 차린 연회상에 ‘낙지초’라고 하여 지금의 낙지볶음이 올랐다고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것에서 보듯 낙지가 영양도 풍부하지만 소화도 잘되어 먼 길 어머님의 여독(旅毒)이 풀리길 바라는 아들의 효심을 엿보게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낙지는 빛깔이 희고 맛은 감미로우며 회, 국, 포에 좋다. 이를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기록돼 있으며, 중국의 <본초서>엔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보혈 강장 효과가 있으며, 뼈를 튼튼하게 하고 허로에 좋다”고 돼 있어 예부터 낙지가 강장식품으로 널리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낙지는 단백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은 거의 없어 다이어트에 좋고, 칼슘도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좋다. 특히 낙지에 많이 함유된 타우린은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으며,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해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 게다가 아세트콜린이라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이나 직장인들에게도 적합한 식품이다.

신선한 낙지 고르기

낙지는 투명하고 맑은 회색빛을 띠고 살이 탱탱할 뿐 아니라 활발히 움직이는 것을 골라야 신선하다. 낙지를 손질할 땐 머리를 뒤집어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 빨판의 이물질을 잘 제거해야 살이 탱글탱글하다. 또한 표면이 미끈한 점질 성분이므로 밀가루를 넣고 주물러 씻어야 깨끗하고 비린 맛이 없다.

낙지 ⓒ위키백과
낙지 ⓒ위키백과

이름만큼 다양한 요리법

낙지는 다리가 여덟인 작은 문어라고 하여 ‘소팔초어’라고도 하고, 돌 틈에 산다고 하여 ‘석거(石距)’, 다리가 긴 물고기라고 하여 ‘장어(章魚)’라고도 한다. 또한 여덟 개의 다리가 어지럽게 얽혀 있다고 하여 ‘낙제(絡蹄)’라고도 하는데 시험에 떨어진다는 의미의 ‘낙제(落第)’와 음이 같아 수험생이나 시험을 앞둔 사람들에겐 기피음식이다.

낙지를 이용한 요리로는 생물 그대로 다져 참기름만 두르고 먹는 탕탕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 숙회, 살짝 데쳐 고추장으로 양념한 뒤 채소와 함께 살짝 볶는 얼얼한 낙지볶음, 무와 두부를 함께 넣고 끓여 언 몸도 녹이는 연포탕으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오래 숙성시켜 만든 낙지젓갈은 말 그대로 밥도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지는 김치 맛을 더하는 속재료로 이용될 뿐 아니라, 지푸라기로 만든 막대에 꽂아 갖은 양념을 하여 불에 구운 낙지호롱은 남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그밖에 불고기, 탕, 칼국수, 덮밥, 죽 등 어떤 재료나 음식에도 어울리는 낙지는 갯벌의 팔방미인이라고 하겠다.

낙지연포탕

연포탕은 본래 부드러운 두부가 주재료인 맑은 탕이다. 여기에 낙지를 넣으면 영양이 가득한 보양음식으로 업그레이드되는데, 맑은 다시마 육수에 무 또는 박을 나박지게 썰어 넣고 끓여 반쯤 익으면 다진 마늘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두부와 낙지,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살짝 끓인다.

낙지는 비린 맛이 없어 미나리와 쑥갓을 잘 넣지 않으나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넣거나 미나리, 쑥갓 등을 함께 넣고 끓이기도 한다. 또한 남은 연포탕은 건더기를 건져내고, 식은 밥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 다음 건더기와 참기름을 넣고 살짝 끓이면 낙지죽으로도 즐길 수 있다.

낙지볶음

스트레스를 받은 날 특히 찾게 되는 낙지볶음은 탱탱한 낙지와 얼얼한 매운 양념장에 불맛이 더해진 힐링 음식이다. 낙지는 살짝 데쳐 5~6cm로 자르고 당근, 양파 등은 납작하게 채 썰고, 청양고추와 홍고추, 대파는 어슷 썬다. 고추장, 고춧가루, 올리고당, 간장, 다진 파와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섞은 매운 양념장을 만든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채소와 양념장을 넣고 볶다가 낙지와 고추, 대파를 넣고 살짝 볶은 후 참기름을 넣고 마무리한다. 부산의 향토음식인 조방낙지는 양념장에 고추장을 넣지 않고 고춧가루로만 매콤하게 볶은 음식을 말하며, 낙지볶음을 갓 지은 밥 위에 올리면 낙지덮밥, 남은 양념에 밥을 넣고 볶아 김 가루와 치즈를 얹어 먹으면 별미낙지볶음밥이 된다.

낙지젓갈

낙지젓갈을 가정에서 직접 만들긴 쉽지 않다. 대체로 양념된 낙지젓갈을 많이 이용하는데, 다른 젓갈과는 달리 양념으로 사용하기보다 밥반찬으로 더 많이 즐기는 음식이다.

젓갈 자체로 뜨거운 밥에 올려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지만 잘게 다져 다진 마늘과 다진 호두 등을 함께 넣고 섞어서 쌈 양념장으로 만들어 쌈밥으로 즐기거나 비빔밥의 양념장으로 사용해도 좋다. 이뿐만 아니라 다진 낙지젓과 볶은 소고기를 섞어 김밥이나 삼각김밥을 만들어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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