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어떤 사람과의 만남에 따라 성공을 거머쥘 수 있어

심상훈 작가

“그대와 나눈 잠깐의 대화가 십 년간 홀로 책을 본 것보다 낫다”라는 뜻이다. 중국 속담이다. <노자강의>(김영사)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노자 연구가 야오간밍(姚淦銘, 1948~ )이다. 야오간밍 그를 한 권의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이런 만남이 내겐 행복이었다.

책은 마치 강의를 직접 듣는 것처럼 구성되어 그냥 술술 읽혔다. 이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서가에서 꺼내 입맞춤하며 애무하듯이 수시로 꺼내든다. 아끼는 책이다.

청<廳>은 ‘대청마루’를 뜻한다. 대청마루는 한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 역할을 하는 곳으로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로 보면 된다. 쉽게 거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듯 대청은 소소한 이야기를 지인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한옥의 열린 공간인 셈이다.

군<君>은 무언가. 여기서는 ‘임금’을 뜻하진 않는다. 이인칭 대명사 ‘그대’로 말함이 적절하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汝>라고 적지 않은 이유가 있다. 예컨대 그대<君>로 존칭함은 상대방이 나보다 ‘연장자, 친척어른, 스승’ 등이기 때문이다.

일석<一席>은 ‘한 공간’을 의미한다. 화<話>는 ‘대화<對話>’를 말함이다.

다음의 승<勝>은 ‘이긴다’는 의미도 있지만 여기서는 ‘낫다’의 의미로 풀이함이 부드럽다. 자연스럽다. 독십년<讀十年>은 말 그대로다. ‘십 년 동안 읽었다’라는 뜻이다. 서<書>는 ‘서책<書冊>’을 의미한다. 서책은 먹물에 묻힌 붓으로 적힌 책으로 지금처럼 인쇄로 찍은 책이 아니다. 다시 말해 고서<古書>나 고전<古典>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 소개한 중국 속담은 꽤 오래전부터 전해졌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야오간밍은 책에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다음이 그것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성공을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모른다.”(97쪽, 같은 책)

이윽고 책은 하나의 사례를 든다.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는 물리학 대가인 보어<Niels H. D. Bohr>와의 우연한 산책을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그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계기를 가져다준 산책이었고, 그의 운명과 성공을 결정짓는 산책이었다는 것이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의 과학 생애는 바로 그 산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겨우 20세로 대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하이젠베르크는 192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보어의 학술보고를 듣게 됩니다. 그는 한편으론 대가의 발표가 ‘한 자 한 자 퇴고를 거친 사고의 결정체’임을 깊이 느꼈고, 또 한편으로는 아주 도전적인 문제를 대가에게 던집니다. 뜻밖에도 보어는 회의가 끝난 뒤, 이 젊은이에게 함께 산책할 것을 청하여 토론을 계속합니다. 하이젠베르크가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보어가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죠.(98쪽)"

1922년의 일이었다. 우리나이로 22살 때 하이젠베르크(1901~1976)가 보어를 학술세미나장에서 처음 만난 것이다. 그리고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는 닐슨 보어(1885~1962)의 나이는 38살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뜻밖에 보어의 제안으로 우연히 산책을 하게 되면서 하이젠베르크는 일생일대의 성공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오간밍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성공을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책에 강조한 것이다.

“홀로 배우기만 하고 벗이 없으면, 학식이 얕고 좁으며 견문이 모자라게 된다<獨學而無友, 則孤陋而寡問>”라는 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말은 예기<禮記>에 나온다. 그렇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냐에 따라서 나도, 당신도 우연한 기회에 성공을 거머쥘 수가 있는 것이다.

곧 있으면 연말이다. 연말이나 연시엔 만남이 잦아진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과 모처럼 기쁘게 만날 것이다. 이러한 만남이 맛있는 만남, 요컨대 맛남이 되기 위해서는 부디 “청군일석화<廳君一席話>, 승독십년서<勝讀十年書>”하는 뜻 깊고 속 넓은 기회의 시간으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대화에서 좀체 막힌 물꼬가 탁 트이는 시간이 되고, 질문이 되어 묻고 듣는다면 새 해가 참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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