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사람 2020.1 P.54-57 Interior]

▲ 스토리 ⓒpixabay

진익준의 ‘성공을 부르는 음식점 인테리어’

editor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왜 음식점에 스토리텔링이 필요할까?

“사실은 설득하지 못한다. 느낌이 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토리다.”
-톰 어새커-

문화는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양식이나 상징체계를 말한다. 인간이 주어진 환경을 변화시키고 만들어낸 생활양식과 산물들을 말한다. 문화는 인간들의 물질적, 정신적 산물이므로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식도 하나의 문화다. 음식점과 카페 같은 외식공간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체험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문화공간이다.

이제는 외식공간에서도 브랜드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음식이나 서비스의 단순한 기능적 가치보다는 음식점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 긍정적인 감정 등에 이끌려 음식점을 방문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소통 방법이었다

스토리텔링은 인류의 삶이 역사로 기록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들에게 가장 익숙한 소통 방법이었고 전승 방법이었다. 부족들의 신화는 스토리의 형태로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스토리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그래서 기억되기도 쉽다. 문자 같은 기록장치가 없었던 시절이지만 오래 기억됐고 대를 이어 전해질 수 있었다.

이런 스토리의 특징 때문에 스토리텔링을 음식점들이 마케팅에 활용하면 사람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가 쉽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실 그들이 기억하는 감성적 단서들이다. 음식점의 스토리는 이해하기 쉬운 감성적 메시지로 만들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스토리는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기억 속에 각인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설득 방법이다.

외식업은 더 이상 장사에 머물면 안 된다. 음식점이 이제까지 그래왔듯 구멍가게처럼 운영돼서는 곤란하다. 이제 음식점은 브랜드가 돼야 한다.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어 스토리로 경쟁자들과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의 머리에 심어줘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에게 음식점의 이야기가 기억되고 전달돼 공감을 일으키고 브랜드를 포지셔닝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스토리텔링은 음식점에 대해 애착하게 만들고 흥미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하루를 다양한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Space)을 의미 있는 장소(Place)로 만드는 것은 그 장소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서 비롯된다. 공간이란 사람에게 장소성을 부여받기 전까지는 단지 물리적인 위치에 불과하다.

개인들에 의해 어떤 공간이 경험되고 특정한 의미가 부여될 때 비로소 그 공간은 장소로 재탄생하게 되고 개인들은 그곳에 애착을 갖게 된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나 편안하게 느끼는 곳에서 애착을 느낀다. 특정한 장소에 대해 감정적으로 연결되면 심리적 유대감을 느낀다.

장소에 대한 애착은 장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소를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가, 장소에 어떤 독특함이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의해 생겨난다. 브랜드 스토리는 음식점이라는 장소에 대한 애착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준다.

브랜드 스토리가 음식점에 대한 장소 애착을 만들기 위해선 브랜드만의 독특한 콘셉트(Concept), 신념(Conviction),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갖춰야 성공하기 쉽다. 독특한 콘셉트와 신념을 갖추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음식점의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교감하기 때문에 공감하기 쉽고 음식점의 스토리에 대한 흥미를 높여준다.

콘텐츠에 대한 흥미는 음식점의 스토리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다. 과거의 흘러간 유행이라고 해도 새롭게 스토리텔링하면 단순한 유행의 재탕이 아니라 뉴트로(새로운 복고) 문화가 되며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스토리가 확산돼 새로운 문화의 유행으로 확산된다.

스토리텔링은 음식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좋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스토리텔링은 고객들이 음식점에서 느끼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토리 전달에 적절한 콘텐츠를 활용한다면 음식점의 심미적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좋은 이미지를 연상케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음식점을 쉽게 이해시켜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음식점에 접목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쉽게 이해해 감성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좋아하게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은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콘텐츠를 통해 전달되고 확산된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스토리텔링은 매체 특성에 맞춰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이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며 의사소통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텔링’은 매체(Media)의 특성에 맞는 표현 방법을 의미하는데,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라는 콘텐츠를 매체라는 형식에 담는 것으로 광고나 예술은 물론 소셜미디어, 외식공간 같은 최신의 다양한 형식도 포함된다. 오늘날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언어, 이미지, 사운드 같은 것을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서 복합적인 동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현대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음식점의 마케팅에 활용되는 스토리는 ‘내러티브(Narrative)’라고 할 수 있다. 내러티브는 ‘아는’이란 의미의 라틴어 ‘gnarus’에서 파생된 ‘말하다’, ‘이야기하다’란 뜻의 라틴어 동사 ‘narrare’가 어원이다.

내러티브는 문학작품에서 흔히 언어적으로 사용되는 스토리와는 좀 차이가 있다.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한 모든 종류의 서사성 전부를 포함하는 이야기가 내러티브다.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문자 위주의 스토리가 이미지나 동영상 위주로 점차 빠르게 내러티브화돼가고 있다. 현대의 모든 정보는 하이퍼링크로 서로 연결돼 있다. 이런 정보를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면서 소비하는 경향이 콘텐츠의 길이와 형식에 영향을 미친다.

스낵(Snack)처럼 문화를 가볍게 즐기는 문화 소비 패턴을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고 한다. 최근엔 텍스트, 디지털, 동영상 등을 이용한 다양한 유형의 짧은 콘텐츠가 스낵 컬처로 소비되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스토리텔링은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제작돼 발전하고 있는데,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은 사람들에게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양방향성 내러티브로 즐거움, 몰입, 만족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음식점 브랜드와 상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전달해 감성적 소비를 이끌어낸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음식점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마케팅의 방법 중 하나다.

음식점 브랜드와 상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전달해 감성적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가격이나 성능에 따른 이성적 소비보다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데 관심을 둔다.

요즘 스토리텔링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스토리텔링 유형은 5가지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는 기업이나 창업자의 역사 속에 담긴 이야기를 활용하는 ‘히스토리 스토리텔링’이다. 1008번이 넘는 도전 끝에 성공을 이뤄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의 창업자 ‘커널 샌더스’ 스토리나 코카콜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는 제품의 생산 과정이나 서비스 과정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활용하는 ‘비하인드 스토리텔링’이다. 신장결석을 앓고 있던 귀족이 알프스 에비앙 마을에서 광천수를 마시고 치유됐다는 생수회사 에비앙의 브랜드 스토리가 전형적인 비하인드 스토리텔링에 해당한다.

셋째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 경험이나 에피소드를 이용한 ‘경험담 스토리텔링’이 있다. SK텔레콤 같은 통신사 브랜드들은 고객들에게 최선의 경험을 제공하며 그 경험담을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한다.

넷째로 사람들에게 꿈을 팔아서 브랜드가 동경의 대상이 되게 만드는 ‘드림케팅(드림+마케팅) 스토리텔링’은 아파트나 자동차 브랜드가 주로 많이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다섯째로 널리 알려진 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하며 메시지를 전달했던 롯데리아의 ‘패러디 스토리텔링’이 있다.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을까?

스토리텔링으로 음식점 마케팅을 하는 데 많이 쓰이는 효과적인 방법, 전략적 도구는 요즘 들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음식점에서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도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상호와 슬로건을 이용한다

첫째, 상호나 슬로건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상호가 없는 음식점은 없다. 음식점의 스토리텔링은 브랜드 네이밍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상호를 지을 때부터 브랜드의 전략적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오랫동안 상호를 사용해 인지도가 있거나, 다른 이유로 상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스토리텔링을 할 때 상호와 함께 슬로건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슬로건은 상호를 도와서 음식점의 철학이나 브랜드 스토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상품의 제조 과정과 독특한 진열 방식을 활용한다

둘째, 상품의 제조 과정과 특별한 진열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 음식점 같은 서비스 브랜드라면 자기만의 음식 제조 과정이나 잘 고안된 상품의 진열 방식을 통해서도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

소매점같이 상품의 진열 방식과 생산자를 알리는 패널, 천장 같은 곳에 설치한 POP, 캐릭터를 함께 사용하면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전시나 체험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한다

셋째, 전시나 체험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시 방식은 음식점에서도 스토리텔링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에게 직관적이고 주의와 흥미를 끌기 쉽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의 한 냉면 전문점은 1층 창가 쪽에 휴리스틱 효과를 위해 대기공간을 만들고 고객들이 대기할 때 박물관처럼 전시나 체험 방식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알리고 있다. 고객이 대기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표현된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정보를 얻고 브랜드에 동화되도록 만들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POP를 이용해 스토리텔링한다

넷째, 디스플레이와 POP 등으로 스토리텔링할 수 있다. 요즘 매장 내·외부에 많이 사용하는 배너와 실사 이미지 같은 POP는 비싸지도 않아 수시로 콘텐츠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스토리텔링 도구가 된다. 메뉴와 브랜드 스토리는 물론 브랜드 철학까지 POP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보자.

개인 미디어를 활용해 스토리텔링한다

다섯째, 개인 미디어를 통해서도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 이제 글쓰기나 개인방송은 매스미디어(신문, 방송)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그것을 기회로 책도 쓸 수 있다. 요즘은 외식기업의 경영자가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해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을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책이나 글을 통해 전달되는 브랜드 스토리는 신뢰성이 장점이다. 출간 이후 강연 활동 등을 통해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다양한 마케팅 도구 중에서도 책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매우 훌륭한 도구다. 독자들은 책을 광고로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정보로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신뢰한다. 예전부터 스타벅스 같은 외식기업은 책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널리 퍼뜨렸다.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와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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