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사람 2020.1 P.58-61 Marketing point]

▲ 레스토랑 ⓒpixabay

미래의 부동산이 바꿔놓을 식당의 모습
테이블 회전율 대신 주방 회전율이 매출 좌우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5170만 명인데 5300만 명이 될 일은 미래에도 영원히 없을 것이란 게 통계청의 예상이다. 그 예상이 맞다면 앞으로 10년 후쯤엔 5270만 명으로까지 늘어난 후 그 뒤로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이 예상이 틀린다면 그것은 한 가지 변수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다. 그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앞으로 10년간 조금씩 증가하지만 생산가능인구는 작년부터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65세 이상이 되는 늙은 인구는 1년에 거의 100만 명 가까이 쏟아지고 있는 데 반해 새로 생산가능인구로 편입되는 젊은 인구는 매년 50만 명도 안 되기 때문이다.

빠져나가는 늙은 피에 비해 보충되는 젊은 피가 이렇게 부족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노인들을 부양하려면 젊은 피를 외국에서 수혈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안 되면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생계가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수술받을 때 수혈할 피가 모자라서 사망하게 될 수도 있다.

아마 조만간 외국인 근로자들, 정확히 말하면 외국인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을 한국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 정책이 성공할 확률은 크지 않다. 외국의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에게 한국의 일자리 환경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은 제한적
서울 내 밀도 있는 건축이 일반화될 것

통계청의 예상이 맞아서 인구가 줄어들든, 아니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유입으로 다행히 인구가 늘어나든 그 어느 쪽이든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우리는 이 포인트에 주목해야 하는데, 바로 대도시 인구는 어쨌든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대도시가 살기 좋아서 인구가 느는 게 아니다. 농어촌이나 소도시가 무너져내리고 그 바람에 거기에 살던 사람들이 대도시로 이동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지방의 인구는 어느 임계점에 도달하면 빠르게 줄어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병원, 상점 등의 인프라가 일정 수준 이하의 인구에선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런 지방 소도시에 살던 주민들은 근처의 광역시나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일자리도 도시에서만 생긴다. 회사들이 대도시에 있는 이유는 딱 하나다. 우수한 직원들을 쉽게 채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 기업이 생기고, 기업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지방의 광역시보다는 서울과 경기도의 도시들로 인구가 몰릴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유는 지방 광역시들을 지탱하던 조선, 기계,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이 경쟁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서울의 아파트값이 오르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지방의 부자들이 지방의 부동산 자산을 팔고 서울의 아파트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구매자 4명 중 1명은 지방 거주자였다. 지방의 몰락과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예상한 투자로 설명된다. 이런 탓에 인구 감소 시대에도 서울의 주택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서울의 주택 수요에 비해 서울의 주택 공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데 주택이 부족하다면 해법은 두 가지다. 어떻게든 서울에 집을 더 많이 짓거나 아니면 서울 외곽도시에 집을 많이 짓고 서울의 도심과 그 외곽도시를 빠른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요즘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이 두 가지 해법이 모두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집을 더 짓는 건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막혀 있고 외곽으로의 빠른 교통망 건설은 예산 문제로 늘 시간이 걸리거나 결국 좌초된다. 사람들은 그런 걸 보면서 서울의 주택 문제 해결이 당분간 어렵다고 보고 비싼 값이지만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미래의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서울의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고, 그 수단은 집을 더 많이 짓든 외곽으로의 교통망을 더 만들든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외곽으로의 교통망 확대보다는 서울 안에 집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밀도 있게 짓는 것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외곽으로의 교통망 확대는 그 자체로는 타산이 맞지 않아서 건설 과정이든 운영 과정에 정부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재정은 그걸 감당하기 어렵다.

급격히 고령화되는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앞으로 정부 예산을 대부분 복지나 일자리 관련 예산으로 채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다. 그리고 외곽으로 뻗어나가는 교통망은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교통망을 확대해도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서다.

유일한 대안은 용적률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은 외곽지역부터 시작 예상

최근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주택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 직주근접은 출퇴근 시간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삶의 질이 급격히 추락한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주택 트렌드다.

쉽게 말하면 아빠든 엄마든 둘 중 퇴근이 빠른 사람이 집에 도착하는 시각이 오후 7시를 넘기면 아이들의 삶이 엉망이 된다는 것이다. 잘 사는 삶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여유시간이 5시간인 것과 4시간인 것은 차이가 크다. 언뜻 보면 한 시간의 차이일 뿐이지만 4시간의 여유시간 안에 식사와 가사 등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채워 넣으면 진짜 여가의 차이는 크다.

그런데 도시 외곽의 주택은 그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GTX역을 만들어서 서울 도심까지 30분에 도착한다 해도 GTX역 출구에서 집까지 30분이 넘게 걸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GTX역에서 집까지 거리를 줄이려면 GTX역을 중심으로 주택이 몰릴 수밖에 없고 수용할 수 있는 인구엔 한계가 있다. 많은 인구를 서울 외곽으로 분산하려면 그런 GTX역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역이 많으면 정거장도 많고 자주 정차해야 한다. 그건 초고속 열차가 아니라 그냥 지하철이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서울 안에 주택을 많이 짓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자면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안타깝게도 재건축과 재개발이 주택 수를 늘리지는 못한다. 5층짜리 아파트를 30층으로 만드는 재건축은 이제 불가능하다. 15층 미만의 아파트들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재건축을 해도 늘어나는 주택 수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다가구·다세대 빌라를 부수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은 되레 주택 수를 더 줄이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는 것이 있는데 단독주택들을 밀고 그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그 동네의 주택 수가 크게 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외로 도시의 낡은 주택들은 이미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용적률이 새로 짓는 아파트 못지않다. 서울의 웬만한 다가구 밀집지역의 용적률은 새 아파트의 용적률인 250% 수준이다.

100개의 다가구주택 건물이 모여 있는 곳에 아파트를 새로 지어도 100가구밖에 못 짓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가구주택 한 채엔 적어도 3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300가구가 살던 동네에 아파트를 지으면 100가구 정도가 거주할 수 있는 동네가 되는 것이다. 오히려 주택이 줄어든다.

이 문제를 정부는 어떻게 풀어낼까. 유일한 대안은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서 400, 500%로 더 높고 빽빽하게 아파트를 짓는 것뿐이다. 용적률은 동일한 면적에 건물을 얼마나 밀도 높게 지을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통계인데 지금 서울의 용적률은 300%가 한계다.

100평의 땅에 건물을 지으면 건물의 각 층 바닥 면적의 합이 300평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걸 500%로 높이면 30층짜리 아파트가 50층으로 재건축될 수 있다. 그것 말고는 서울의 주택 수를 늘릴 대안이 없으니 미래엔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용적률 상향은 서울 외곽지역에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집값이 비싼 강남 3구나 도심의 용적률을 먼저 올려주면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정치적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서 그렇다. 외곽의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쉽도록 사업성을 높여주는 차원에서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고, 그 대신 임대주택을 더 짓도록 하는 식으로 정책이 서서히 바뀌게 될 것이다.

밀도 높은 거주는 배달 주문 급증 불러
맛 대 맛 승부로 주방 경쟁력 중요해질 것

서울에 아파트가 지금보다 더 많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건 서울의 주택 수가 늘고 거주인구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선 동일한 지역에서 잠재고객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뜻이니 매우 반가운 뉴스다.

그러므로 용적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 밀집지역에 상가가 드문 곳이라면 이런 곳의 가게 자리는 앞으로 그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상가의 공급은 제한적인데 그 상가가 커버하는 지역에 아파트들이 더 많이 더 높게 지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음식점들에는 되레 불리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거주자들의 규모에 비해 희소한 상가는 임차료가 올라갈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월세가 올라가도 손님들이 더 많아진다면 나쁠 일이 아니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배달음식의 선호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밀도 높게 거주하면 배달의 효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집이 띄엄띄엄 분포하는 시골 지역에 100개의 물건을 배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100층짜리 아파트 한 동에 100개의 물건을 배달하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음식뿐 아니라 다른 생활용품들도 고객이 사러 나가기보다 고객의 집으로 배달되는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테이블 손님에게 내놓을 메뉴를 배달 손님에게 포장해서 보내야 하니 배달하는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배달음식을 찾는 손님들도 많지 않지만 점점 그 비중이 늘면서 테이블 손님보다 더 많아지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렇게 포장 손님이 주 고객이 되면 음식의 조리법도 포장 배달을 기준으로 바뀔 것이다. 배달되는 메뉴가 다양해지고 품질이 좋아지면 손님들은 점점 더 자주 포장 배달음식을 찾을 것이다.

배달 주문의 비중이 늘어나면 음식점들은 테이블 손님을 포기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 될 수도 있다. 음식점도 주방만 있으면 되고 위치도 굳이 대로변에 있을 이유가 없다. 식당의 매출을 좌우하는 변수는 테이블 회전이 아니라 주방의 회전율이 된다.

배달음식은 식당의 분위기나 친절도, 식당의 위치 등이 아니라 오로지 맛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방의 경쟁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식당들은 임대료가 싼 주택가 한적한 곳에 건물 한 채를 모두 주방으로 채우고 배달용으로 특화된, 경쟁력 있는 음식을 대량생산하게 될 것이다.

길거리의 오프라인 상점들이 온라인 쇼핑몰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건 오프라인 상점들이 진열해놓은 제품들의 경쟁력이 온라인 쇼핑몰보다 떨어져서가 아니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 때문에 고객들이 온라인에서만 쇼핑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런 트렌드는 오프라인 상점들의 입장에서 보면 뭘 어떻게 해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되는데 식당들도 곧 직면하게 될 일이다. 도시로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드는 인구구조와 부동산의 트렌드는 그런 변화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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