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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산책] 한식 세계화에 관한 단상한식이 어떤 음식인지 먼저 알아야
한국외식신문  |  jaebo@kfood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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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20  08: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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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 끝만 쳐다본다. ‘한식 세계화’ 이야기다. 날이 갈수록 더 엉망이 되고 있다.

흔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표현한다. 첫 단추가 아니라 단추 구멍도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 단추가 어디 있는지, 과연 있기나 한지 모를 일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 끝도 아니고 앞 사람 뒤통수를 쳐다본다.

오래전, 어설픈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을 시작한다. 같이 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좋은데, 한식이 과연 어떤 음식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상대는 우물쭈물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한식 아니냐?”고 얼버무렸다. 시중에서 파는 음식이 모두 한식이냐는 질문에는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겉보기엔 그럴듯하다. 이렇게 좋은 우리 음식을 널리 알리자. 민간에만 맡겨두지 말고 국가, 정부 차원에서 나서자는 ‘교만한’ 생각이다.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인지 아닌지도 깊이 헤아려 보지 않았다. 국가,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면 과연 ‘한식 세계화’는 잘 될까? 국가가 나서면 ‘음식 문화의 제국주의’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게다.

K-POP, 박세리, 김연아처럼 한국인,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면 좋지 않냐고 되묻는 이도 있겠다. K-POP, 박세리, 김연아는 민간 차원에서 이룬 성과들이다. 이들의 성공을 위해 정부, 국가 차원에서 홍보, 후원한 적은 없었다. 정부의 후원이 결정적 작용을 했다면 김연아가 아니라 일본 아사다 마오가 더 그럴듯한 성과를 이뤘을 터다.

K-POP 홍보 진흥을 위해 국가가 나섰을 때, 당장 ‘문화 침략’이라는 반발이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정부가 홍보, 광고한다고 ‘세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홍보가 아니라 ‘분위기’다. 정부가 할 일은, 민간 외식업자들의 등을 토닥여주는 일이다. 공정한 룰을 만들고, 한식 문화의 첨병인 국내 영세 외식업체들을 다독거리는 것이 먼저다.

대통령 부인이 ‘직접’ 외국에서 근사한 ‘한식 레스토랑’을 연다고 한식이 세계화되는 것은 아니다. 희대의 블랙 코미디다.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시켰더니 감독이 심판과 더불어 선수로 뛰겠다고 덤빈 꼴이다.

정작, 한식이 어떤 음식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우물쭈물한다. 한식 공부를 했느냐, 한식이 어떤 음식이냐고 물으면 “그건 전문가들의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한식이 어떤 음식인지는 알아야 한다. 축구 감독이 반드시 유명 축구선수 출신일 필요는 없다. 축구 감독은 최소한 축구가 어떤 스포츠인지는 알아야 한다. “시합에 참가하는 건 선수들이니 나는 축구를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축구 감독은 없다. 축구도 모르는 감독이 심판들과 모여서 축구팀을 만들겠다는 건 더 우스운 일이다.

한식 세계화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교만, 방자하다. 억지다. 탐욕스러운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뭐 그리 거창하게 비판하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할 때, 서양 제국이 중국을 침략할 때 내세운 명분이 바로 ‘근대화’였다. 한식 세계화도 마찬가지다. 한식 세계화의 밑바탕에는 ‘훌륭한 우리 음식’을 외국으로 널리 알린다는 교묘한 ‘강변’이 숨어 있다.

한식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음식이라는 평가는 누가 내린 것인가? ‘한식 세계화’를 현지에서 좋아할까?

외국 조리사 몇몇이 “한국 고추장 맛있어요”라고 떠든다고 현지인들이 우리 고추장을 마구 퍼먹을까?

사찰의 된장독을 보여주면 외국인들이 “한국은 사찰에서만 된장을 먹는다” “된장은 사찰음식”이라고 오해하지 않을까? 그보다는, 제대로 된 된장찌개를 내놓는 길거리 식당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한식이 어떤 음식인지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한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무작정 수출부터 하겠다고 나선다. 천박한 제국주의다. 국내 영세 외식자영업자들은 무수히 무너지는데 그저 ‘세계화’를 내세우고 밀어붙인다.

한식을 알리겠다? 외국에 고급 레스토랑을 세우는 것보다 먼저 국내 영세 외식자영업자의 한식부터 제대로 보살펴야 한다. 한식이 어떤 음식인지부터 제대로 곧추세워야 한다. ‘세계화’의 열매는 ‘국내화’의 뿌리에 달린다. ‘한식 세계화’는 뿌리 없이 열매만 기다리고 있다.

‘한식 세계화’가 “달을 가리키는데 앞 사람의 뒤통수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한국외식신문 jaebo@kfood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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