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무게를 담아낸 따뜻한 밥 한그릇 같은 김훈 작가의 이야기

'라면을 끓이며' 책표지 ⓒ한국외식신문
'라면을 끓이며' 책표지 ⓒ한국외식신문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된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이다. 작가 김훈의 인생을 ‘밥’, ‘돈’, ‘몸’, ‘길’, ‘글’  5가지 주제로 나눠 이야기한다. 작가는 5가지 모두가 '인간의 일상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치와 철학이 생활의 바탕을 상실하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에는 그의 아버지와 가족, 작가의 기자시절, 자전거 여행에서 본 풍경 등 작가의 일상 이야기가 무게감있게 펼쳐진다. ‘먹고 살기’와 ‘밥벌이’의 근원적인 의미를 일상 속 언어로 풀어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이들에게 라면은 뻔하고도 애잔한 음식이다. 라면은 예찬의 대상도 폄훼할 음식도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이 박인’ 음식일 뿐이다.

‘라면을 끓이며’에는 주인공인 라면, 친구인 김밥, 형제 뻘인 짜장과 짬뽕도 조연으로 등장한다. 라면과 짜장 · 짬뽕 형제는 사람들 입맛에 ‘인을 박이게’하는 공통점이 있다.

작가는 밥벌이의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라면 이외 밥에 대한 단상을 풀어 놓기도 한다. ‘맛’에 대한 정의도 '일상 속의 추억'으로 설명한다.

“밥은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윤기 흐르는 낱알들이 입속에서 개별적으로 씹히면서도 전체로서의 조화를 이룬다. 이게 목구멍을 넘어갈 때 느껴지는 그 비릿하고도 매끄러운 촉감, 이것이 바로 삶인 것이다. 이것이 인륜의 기초이며 사유의 토대인 것이다” <‘돈1’ 중에서>

“맛은 화학적 실체라기보다는 정서적 현상이다...(중략) 맛은 추억이나 결핍으로 존재한다. 시장기는 얼마나 많은 추억을 환기시키는가”<‘라면을 끓이며’ 중에서>

일상을 이야기하는 작가답게 책에서는 김훈표 라면 레시피도 잊지 않는다. 사실 ‘라면을 끓이며’를 쓴 이유가 작가의 라면 조리법을 소개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레시피를 요약했다.

△물 4컵(700ml, 포장지의 요리법엔 3컵으로 적혀 있음)을 냄비에 넣고 최대한 센불로 끓인다 △물이 끓으면 면과 스프 2/3를 넣는다 △대파 검지손가락만한 것 10개를 하얀 밑동만 잘라 세로로 길게 쪼개놓았다가 라면이 2분쯤 끓었을 때 넣는다 △파를 넣은 다음에는 긴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한 번 휘젓고 빨리 뚜껑을 덮어서 1분 ~ 1분 30초쯤 더 끓인다 △불을 끄고 달걀을 넣는다. 달걀은 미리 깨서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 놓아야한다 △젓가락으로 신속히 달걀을 섞는다 △다시 뚜껑을 닫고 30초쯤 기다렸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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