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음식과사람 2020.01 P.90-91 Health Info]

옷깃만 스쳐도 살을 에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는 ‘통증의 왕’ 대상포진. 50세 이상 고령자라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철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질환이다.

editor 조윤   photo shutterstock   도움말 가천대 길병원


영하의 날씨에 어깨가 저절로 움츠려지는 계절.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주변에선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이유는 신체가 급격한 기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 몸은 쉽게 지치고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리기 쉽다. 특히 겨울철 면역력 저하로 걸리기 쉬운 질환 중 하나가 대상포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약 64만 명이었던 대상포진 환자는 2018년 약 72만 명으로 5년 새 12%나 증가하는 등 빠르게 환자가 느는 추세다. 대상포진은 전 연령에서 발병하지만 면역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50세 이상부터 발병률이 현저히 증가한다.

특히 환자 중 1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면역력 저하가 급격히 나타나는 폐경기 전후의 50대 여성이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같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질병에 걸렸거나 면역억제제 또는 항암제를 복용해 면역력이 약해진 경우에도 이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최근엔 만성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진 30~40대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면역력 떨어지며 수두바이러스 재활성화 극심한 통증… 심장질환등으로 착각하기도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에 의해 피부에 통증을 동반한 물집이 생기는 질환이다. 과거 수두에 걸린 적이 있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의 피부신경절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평생 잠복하게 되는데,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 신경 손상과 염증을 유발하고 신경을 따라 피부로 이동해 군집된 물집들을 만드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는 고령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지만 스트레스와 피로, 컨디션 저하 등과도 연관돼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옷깃만 스쳐도 쓰리고 따갑거나 망치로 맞은 듯한 심한 통증을 동반해 이른바 ‘통증의 왕’으로 불린다. 피부 병변이 생기기 4~5일 전부터 심각한 통증을 유발해 간혹 왼쪽 가슴 부위가 아프면 급성 심근경색, 옆구리 부근에 통증이 느껴지면 요로결석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흔하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희주 교수는 “두통, 발열, 감기 몸살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해 초기 진단이 쉽지 않지만 특정 부위에 피부 발진이나 수포가 나타나고 동시에 근육통처럼 저릿한 증상이 느껴진다면 대상포진의 전조 증상이라고 의심해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피부 발진은 바이러스가 침범한 신경을 따라 몸 한쪽에 띠 모양으로 주로 나타난다. 붉은 반점이나 물집은 1~2주가 지나면 딱지로 변한 뒤 떨어진다. 초기 3~4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새로운 병변이 계속 발생할 수 있지만 2~3주 정도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다.

다만 눈 주변이나 코, 이마 근처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경우 바이러스가 안구 신경을 침범해 심하면 실명까지도 초래할 수 있어 추가적인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 귀 주변이나 뺨 근처에 발생한 경우엔 극심한 귀 통증, 안면 마비, 이명, 난청 등으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특히 대상포진은 중·장년층에서는 극심한 신경통을 후유증으로 남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포진 후 신경통은 피부 병변이 호전된 이후 2~3개월이 지난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로 가장 흔하면서도 힘든 합병증이다.

50세 이하에서는 비교적 드물지만 60세 이상에서 반수 이상이 경험한다. 김 교수는 “이 또한 50% 정도는 3개월 이내에, 70% 정도는 1년 이내에 호전을 보이며 통증이 지속되는 동안 진통제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면서 “다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신경계 교란으로 길게는 수년까지 통증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 신경통 막으려면 조기에 치료해야 60세 이상이면 백신 맞는 게 도움

대상포진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신경통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발병 후 3일 이내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 피부 증상과 통증이 심한 환자의 경우 포진 후 신경통이 나타날 수 있는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약물 치료와 더불어 신경 치료를 함께 진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대상포진 환자는 보통 항바이러스제를 일주일간 복용하게 된다. 통증이 발생한 이후 피부 발진이 생기기 전 또는 피부 병변 발생 초기에 투여하면 통증의 기간을 줄이고 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도 줄여준다. 통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어 강한 진통제와 신경통 치료제 등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온찜질, 레이저 광치료,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도움이 된다. 다만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침입하면 완전히 박멸할 수 없으며 항상 잠복해 있으므로 대상포진을 치료하더라도 바이러스는 체내에 남아 있고, 드물게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맞는 백신으로 질병을 100% 차단할 순 없지만 증상의 중증도나 포진 후 신경통 등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 및 정도를 줄일 수는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60세 이상이면 대상포진 백신을 맞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상포진을 앓은 뒤라면 완전히 호전된 이후 맞아야 한다. 

한편 김 교수는 “수두를 앓은 적이 없고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다면 수두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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