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사장은 얼어붙은 외식시장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심상훈 작가

“입보다는 귀를 높은 지위에 놓아라. 입은 적을 만들고 귀는 친구를 만든다”(탈무드)

JTBC 드라마 ‘검사내전’을 곧잘 즐겨 시청한다. 시청 중에 검사장실에 걸린 한자로 쓴 편액이 얼른 눈에 들어왔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 그것이다.

이청득심이란 '상대방의 말을 들어줘야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말인즉,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응당 가슴에 꼭 품고 살아야 되지 싶다.

어디 그뿐이랴. 남녀의 연애와 결혼, 가정 등의 소소한 일상사에서도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귀중한 사자성어일 것이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음식장사에 성공하려면 소비자가 원하는(말하는) 것을 반드시 경청할 줄 알아야 손님의 마음을 동감<同感>하게 하고 또한 감동<感動>시킬 수 있다. 같은(同) 마음이 되어야 기꺼이 움직인다(動). 이 점이 중요하다.

‘명륜진사갈비’

전국적인 가맹점 모집에 성공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명이다. 명륜진사갈비의 성공 포인트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이청득심이 주효했다고 본다. 고객의 속말, 즉 ‘실컷 돼지갈비를 먹고 싶다’라는 외식 시장욕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브랜드화<化> 응답한 것뿐이다.

경기도 광주의 소문난 돼지고기 전문 식당. 식당 한쪽 벽면에 인상적인 액자가 보인다. 액자엔 네 글자 한자가 적혀 있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 그것이다.

유지경성이란 ‘생각이 있으면 끝내 성공한다’는 그런 말이다. 생각을 뜻하는 한자로는 사<思>, 의<意>, 지<志>, 려<慮>가 가장 많이 쓰인다.

직업적으로 살펴보자면, 사<思>는 농업인의 생각이고, 의<意>는 음악인의 생각이며, 지<志>는 사장의 생각, 려<慮>는 실업자의 생각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이유가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의 자본은 땅(田)이고, 음악가의 자본은 소리(音)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사장의 생각’을 사<士>에다 두어야만 하는가.

사<‘士’>

이 한자의 자형은 ‘도끼 모양’을 본뜬 것이다. 실은 전쟁 때 도끼(무기)를 들면 무사(武士)가 되고, 태평성대엔 책을 손에 쥐면 문사<文士>가 되는 것이 자고로 선비의 세계였다.

도끼하면 생각나는 세계적인 작가가 있다. 고전 <변신>의 프란츠 카프가(1883~1924)를 나는 기억한다. 그가 이런 주옥같은 글을 남겼다. 참, 뼈 있는 말이다. 그것을 우리는 경청해야 한다. 다음이 그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단 일격으로 우리의 정수리를 쳐서 삶을 각성시키지 않는다면, 왜 책 읽는 수고를 하겠는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은, 비탄에 잠기게 하는 불행처럼,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이의 죽음처럼, 모든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숲 속으로 추방당하는 것처럼, 또는 자살처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이라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여만 하네.”

음식장사에 있어서 사장은 이제부터 사장<社長>이 아니라 사장<士長>으로 고쳐 적어야 한다. 도끼(士) 한 자루를 손에 쥐고서 어떻게 하면 얼어붙은 외식 시장을 깰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고민의 해결은 입(口)에 있지 않다. 귀(耳)에 있다. 경청<傾聽>의 지혜로 소비자를 ‘내 친구’로 가장 우선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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