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를 활용해 불황을 극복하라

▲ 김병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생계형적합업종부장 경영학박사

한 번쯤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시장은 정부 개입 없이도 스스로 통제한다는 말이다. 이 익숙한 표현은 1776년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애덤스미스의 '국부의 성과와 요인들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줄여서 ‘국부론’이라고 불리는 800페이지 책에서 불과 한 문장에 불과하다.

실제 국부론의 주요 내용은 소수 기득권자에게 허용된 독점을 철폐하고 국민에게 경제적 자유를 허용해야 국가가 부강해진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가 국부론 내용에서 기억하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 손’이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하고 경제활동을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에게는 100만원의 이익과 100만원의 손실은 100만원 단위의 크기로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100만원의 손실을 100만원의 이익보다 크게 인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합리적인 인간인가.

사람들이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함을 설명하기 위해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1979년에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전망이론(Prospect Theory :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주류 경제학이 설명할 수 없는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공정하지 않은 선택 등과 같은 문제를 설명하는 '행동경제학'이 탄생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다양한 비합리성 패턴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을 잘 활용하면 개인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남성용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이거나, 지하철 바닥에 붙어있는 발 모양 스티커는 행동경제학의 '넛지(nudge)' 개념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넛지'는 선택 대안의 수는 변경하지 않으면서 행동변화를 초래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을 의미한다. 선택에 있어서 기준점 등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외식산업에 대입해보자. 외식산업에서 '넛지', 즉 '보이지 않는 손'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통상적으로 소비자는 메뉴판 위에서부터 살펴보면서 주문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위쪽에 적힌 음식이 해당 음식점의 대표 요리라고 생각하고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객들의 행동패턴을 고려해, 맛, 원가, 수익률, 식당의 경영상황 등을 반영한 최선의 메뉴를 메뉴판 상단에 기재하면 어떨까. 혹은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감안해 이에 맞게 메뉴판을 변경하면 소비자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1년 내내 같은 순서의 메뉴판을 계속 사용하는 것 보다 주기적으로 제철메뉴와 기본메뉴 순으로 기준점을 변경하면 제철에 생산되는 양질의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업주는 큰 마케팅 비용 지출 없이 소비자에 새로운 소비를 이끌어 내고, 소비자는 좀 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외식산업계에서 요일 할인, 선착순 이벤트, 점심 메뉴, SNS 후기에 대한 보상, 패밀리 레스토랑의 2시간 내의 이용시간 제한, 1+1 할인, 세트메뉴 등은 '넛지'의 사례다.

마찬가지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로 발생된 음식점의 불황 역시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반영한 ‘보이지 않는 손’과 ‘넛지’로 극복할 것을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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