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통해 고객의 귀를 즐겁게 하는 공간 분위기 조성이 중요

[음식과사람 2020. 02 P.54-57 Interior] 

왜 음식점에 사운드스케이프가 필요한가?

온라인으로 말미암아 오프라인의 소비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대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4조8000억 원이라는 큰 금액에 독일의 다국적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1인 가구의 급증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음식 배달앱 시장은 가파르게 몸집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배달시장은 2018년 95조 원(820억 달러)에서 2025년이면 232조 원(2000억 달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선 2019년 11월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한 금액이 1조242억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2019년 들어서서 온라인을 통한 음식 주문이 5월 7000억 원, 8월 9000억 원, 11월 1조 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간 배경엔 외식 서비스와 혜택이 더욱 다양해지고 간편식을 선호하는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음식뿐만 아니라 반찬과 식재료, 즉석식품, 신선식품(과일, 채소, 정육)까지 배달앱을 이용해 장보기를 하고 있다. 이런 배달 외식시장의 급성장은 전통적 방식의 영업을 하는 음식점들에는 큰 도전이자 위협이 되고 있다. 

배달앱 서비스의 급성장,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공유주방 같은 플랫폼의 확산으로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음식점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음식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시장은 크게 평식(Eating)과 외식(Dining)시장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현재 한국엔 70만 개에 달하는 음식점들이 있고, 대다수에 속하는 86%가 5인 미만 사업장들이며 평식시장에 속해 있다. 온라인을 통한 음식 구매의 증가는 외식시장보다는 평식시장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음식 배달시장 또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의 주역, 밀레니얼 세대가 공간과 경험의 소비 방식을 바꾼다

올해부터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소비 패턴도 예전과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은 2020년부터 모든 세대를 앞서며 향후 15년간 그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트렌드 예측과 대응 전략의 수립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91년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를 통해 처음 소개한 단어다.

한국에선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로서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렸을 적부터 정보기술(IT)에 친숙한 세대로 다른 세대들에 비해 IT 활용력이 탁월하며 대학 진학률도 높은 세대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센터장 김난도 교수)는 최근 한국 밀레니얼 세대의 워킹 ·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8가지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다.

첫 번째는 ‘나중모드’다. 그들은 일보다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자 하기 때문에 퇴근 후의 일과와 취미생활을 중요하게 여긴다.

두 번째는 ‘오픈 블라인드’로 회사의 개인 사무공간이라도 자신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게 꾸미며 휴식할 때도 혼자만의 공간이나 좁은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을 말한다.

세 번째는 ‘초효율주의자’로 회의를 위한 회의를 싫어하고 불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하며 일의 해결을 중점적으로 생각한다.

네 번째는 ‘내 머릿속의 계산기’로 회사와 자신 간의 이해관계를 분명히 하고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진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페어플레이어’다. 회사 내의 위계와 서열을 거부하며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추구한다.

여섯 번째는 ‘프로듀스 A to Z’로 회사의 모든 업무를 경험하고자 하며 승진보다 아웃풋이 명확한 경험 쌓기를 추구한다.

본인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일곱 번째는 ‘다다옵션’으로 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옵션의 공간을 놓고 선택하는 경향이다. 여덟 번째는 ‘오피스 스트리밍’으로 회사에서의 일상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경향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옷차림과 일상, 회사의 공간 이미지를 업로드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자랑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회사 내에 밀레니얼 세대가 자랑할 만한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휴식공간, 카페테리아, 정원 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더 나은 사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 카페를 대상으로 한 공간 소비 특성에 대한 최근의 빅데이터 연구에 의하면 검색-행동-인증-공유의 패턴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만의 공간을 찾고자 하는 욕구, 취향 및 가치에 대한 결과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들이 포착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카페와 같은 장소에서 인증이나 공유를 위해 공간의 분위기에 신경 쓰며, 디저트 같은 메뉴의 맛뿐만 아니라 비주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소비엔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최근 트렌드와 관련한 일련의 연구와 분석들을 통해 공간과 경험의 소비 방식이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음식점들이 음식 맛을 포함한 오감(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이용해 공간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총체적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경험경제의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가가 음식점의 실력이고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독특한 매력적인 경험만이 새로운 소비의 주역들을 집에서 음식점으로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왜 브랜드 경험에 소리가 중요한가?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서비스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중요하다. 서비스는 무형이다. 형태가 없는 서비스를 느껴지게 하려면 서비스를 가시화해야 한다. 서비스는 교환되는 즉시 소멸된다. 소멸되기에 고객에겐 서비스에 대한 기억만이 남는다. 따라서 음식점이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중요한 것은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브랜딩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주로 시각적인 것들이었다. 심벌·로고, 색상, 형태, 그래픽, 서체, 슬로건, 마스코트, 캐릭터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브랜드는 시각으로만 경험되지 않는다. 브랜드는 오감을 통해 경험된다. 체험 마케팅의 창시자인 번 슈미트 교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것으로 감각, 감성, 인지, 행동, 관계의 5가지 전략적 경험 모듈(Strategic Experiential Modules=SEMs)을 제시한 바 있다. 

브랜드 공간에서 감각적 요소의 하나인 소리는 지금까지 덜 주목받았다. 그러나 소리를 체험적 도구로 사용한다면 좀 더 풍부하고 감성적인 브랜드 경험, 즉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객의 브랜드 경험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소리를 이용한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어떻게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 수 있는가?

사운드스케이프란 캐나다 작곡가 머레이 셰이퍼 교수에 의해 1969년 제창된 개념이다. ‘소리(Sound)’와 ‘경관(Landscape)’의 복합어로서 ‘소리로 만들어지는 풍경’을 의미한다. 인간의 경험은 오감을 통해 만들어진다. 활자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청각은 가장 중요한 감각이었다.

청각과 시각을 함께 이용한 공감각적 브랜드 경험 디자인은 시각만을 자극하는 것에 비해 강한 경험과 기억을 남기게 된다. 체험적 도구로서 소리는 시각, 촉각, 후각, 미각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볼륨을 줄이고 텔레비전을 보면 소리의 중요성을 비로소 알 수 있다. 

소리나 배경음악이 다르면 같은 동영상도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브랜드 공간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음식점과 같은 공간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이미지는 인테리어 같은 시각적 요소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배경음악(BGM)이나 벽천(Waterfall), 분수, 바람 소리나 풍경 소리 같은 청각적 이미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독특한 향기나 신선한 공기 같은 후각적 이미지도 관여한다. 이 모든 감각적 요소들이 모여 브랜드만의 독특한 장소성과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낸다.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이란 소리를 이용해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브랜드 공간은 시각적 환경의 개선에 대부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브랜드 공간에 사운드스케이프 개념을 반영한다면 사람들에게 더욱 놀라운 경험, 즐거운 경험, 기억나는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 자연 같은 특정한 연상과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과 입소문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로 분위기를 만들고 추억과 의미를 공간에 담아내라

소리는 공기나 물과 같은 매체를 통한 파동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소리는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에서 인지 과정을 거쳐 심리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시각 신호보다 청각 신호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청각피질의 정보처리 속도가 시각피질의 정보처리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소리에 영향을 받는다.

청각은 그만큼 원초적인 감각이다. 인간의 의식은 청각 자극에서부터 시작하며 태어난 순간부터 소리로 자신을 표현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도 수많은 청각적 기호들이 존재한다. 소리는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담고 있는 의미 있는 기호다. 자연의 소리, 도시의 소리, 특정한 장소의 소리는 사람들에게 추억과 의미를 불러일으킨다.

사운드로 주변의 소음을 마스킹하라

지금까지 소음은 불필요하고 불쾌한 것으로만 인식됐다. 소음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소음에 대한 주요한 대책이었다. 그러나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은 브랜드 공간에 맞는 소리 환경을 만들어 소음을 가려서(사운드 마스킹) 마음의 안정과 즐거움을 갖게 한다.

소리의 이미지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만들어낸다. 음식점과 카페는 벽천이나 연못의 분수의 물소리를 이용해 주위의 잡음을 차단하고 공간에 깊이가 더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비오는 날 실내가 더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공간에 새소리나 종소리 같은 것을 표식음(Soundmark)으로 디자인하면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주면서도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며 기억되게 만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로 평온하고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라

소리는 인간의 감정을 자극한다. 적절한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은 브랜드 공간에서 평온, 기쁨, 흥분 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만든다. 도시의 각박한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은 현대의 브랜드에 매우 중요하다.

한식이나 일식 레스토랑의 벽에 자연의 이미지나 미디어 월을 설치하고 스피커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면 ‘바이오필리아(Biophilia)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객들이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마음과 정신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소리는 그 소리와 관계없는 공간과 시간에서도 정신적으로 공간 이동을 경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도심의 레스토랑에서도 바닷가나 숲속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은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금까지 음식점의 브랜딩에 시각적인 방법을 주로 이용했다면 이제는 소리를 이용해 음식점이라는 브랜드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보자.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디자인해서 의미 있는 공간, 편안한 공간, 즐거움과 조화가 느껴지는 브랜드 공간을 만들어보자. 소리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자.

editor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photo 진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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