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주방거리를 찾았더니...

▲ 쌓여있는 중고 주방용품더미 ⓒ한국외식신문

중소벤처기업부의 작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28.5%에 불과하다. 이중에서도 숙박 · 음식업종은 18.9%로 생존율이 가장 낮다. 식당 10곳 중 8곳은 5년 내에 망한다는 얘기다.

이빨 빠진 옥수수처럼 곳곳이 비어있는 상가건물과, ‘폐업정리’라는 팻말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지 오래다.

당장 장사를 접는 사업주에겐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라는 흔한 말은 염장질로 밖에 안 들릴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폐업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재기를 위한 또 다른 준비다.

본보는 폐업이 일상화된 외식자영업 현장을 둘러보고, 피할 수 없는 폐업을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기획기사 시리즈를 3일 간 게재한다.

① 폐업처리현장, 황학동 주방거리를 찾았더니...

식당개업 문의 온 손님에게 “웬만하면 차리지 마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 장기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등 악재에 이미 내상을 입고 폐업을 준비하는 현장을 살펴보기로 했다.

식당 영업주가 폐업할 때, 그리고 개업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시장)다. 이곳에는 중고 주방기구와 설비 점포 180여개가 밀집해 있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 지난 13일 이곳을 찾았다. 골목마다 중고 주방물품을 취급하는 상점이 빼곡했다. 분위기가 썰렁한 다른 일반 상가와는 사뭇 달랐다. 손님을 맞이하느라, 물건을 들이고 내느라, 중고 물품을 다듬느라 한가해 보이는 상점을 찾기 어려웠다.

▲ 분주한 황학동 주방거리 ⓒ한국외식신문
▲ 분주한 황학동 주방거리 ⓒ한국외식신문

한 상점 앞에서 중고 주방기구를 손질하는 상인에게 요즘 찾는 사람 많은지를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덜 찾지만 손님은 많은 편이라고 했다. 그 중 한 종합주방 취급상점에 들어섰다. 식당 한번 내보려고 들렀다며 주인 사장에게 말을 걸었더니 대번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였다.

“식당 쉽게 차리면 몇 달 안에 망해요. 잘 생각하세요” 이어서 “얼마 전에도 개업을 도와준 분이 6개월 만에 폐업한다고 찾아와 안 좋았다”고 했다.

“덮어놓고 개업을 도와줬다가 금방 망하면 원망은 원망대로 듣고, 폐업 정산비용으로 옥신각신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중고 주방용품을 사고 파는 거래가 많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래도 폐업이 많으니까 거래는 계속 있다. 그래도 요즘 같은 상황에 편치만은 않다. 폐업보다 개업하는 분과 기분 좋게 거래하는 게 좋지 않나”고 반문했다.

폐업으로 매출을 올리는 상점 주인의 얼굴에도 그늘이 걸쳐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숙박 · 음식점 15만8000개가 생겨났고, 14만6000개가 폐업했다. 산술적으로 식당 10개가 문을 열 때 9개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 창업자를 기다리는 황학동 주방용품 진열대 ⓒ한국외식신문
▲ 창업자를 기다리는 황학동 주방용품 진열대 ⓒ한국외식신문

끊임없는 개업과 폐업,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폐업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은 물론, 폐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료서비스 지원 활성화가 필요하다.

폐업한 경영주가 다시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이어가도록 하는 사회안전망 구축도 절실한 때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