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관수동 골목의 전투

여야 중량급 후보가 맞붙는 종로. 이른바 전직 총리들의 ‘종로대첩’. 종로3가역에서 청계천 방면으로 나가는 종로구 관수동 좁은 골목 안에선 또 다른 종로대첩이 벌어지고 있다.

20년 이상의 내공을 지닌 ‘보쌈집’과 8년 동안 갈고 닦은 ‘생선구이집’의 경쟁은 코로나19 와중에도 늘 서로를 집어삼킬 듯하다.

▲ 관수동 보쌈골목 ⓒ한국외식신문

관수동 골목길 내 터줏대감인 10개 내외의 보쌈집 모두는 10년에서 20년 이상의 내공을 지녔다. 싱싱한 굴과 함께 제공하는 보쌈, 보쌈김치, 무말랭이는 기본 구성.

20년 이상 영업을 한 'ㅊ'보쌈집 송영민 사장은 “보쌈집마다 메뉴는 비슷비슷한데 아무래도 술을 드시러 오시는 분이 많다보니 서브메뉴로 닭볶음탕, 문어숙회, 홍어삼합, 감자탕, 낙지볶음을 구색으로 갖추고 있다”고 골목의 특징을 말해줬다.

송 사장은 “주메뉴인 보쌈은 집들마다 재료가 조금씩 다른데, 우리집은 다른 집과는 달리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은근히 자랑을 한다.

10년된 단골이라는 이재광씨(68)는 보쌈골목을 자주 찾는 이유로 가성비를 꼽았다. “보쌈 외 감자탕이 서비스로 제공되니 3 ~ 4만원이면 세 명 술안주로 충분하다”면서 ‘각박한 서울 도시에서 투박하면서도 은근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즐겨 찾는다"고 덧붙였다.

▲ 보쌈 상차림 ⓒ한국외식신문
▲ 보쌈 상차림 ⓒ한국외식신문

'노련미'를 앞세우는 보쌈들의 연합전선 한쪽에 자리잡은 생선구이 전문점 2곳. 패기 아니면 버티지 못할 지경에서 꿋꿋하게 생선구이집을 하고 있는 이유가 기자는 몹시 궁금했다.

▲ 생선구이집 ⓒ한국외식신문

생선구이집 'ㅈ'식당 허금령 사장은 “보쌈골목에서 생선구이집을 하는 것은 일종의 틈새전략"이라면서 "보쌈이 술안주 전용이라면, 생선구이는 식사 전문이면서 술안주로도 가능해 직장인들의 점심, 저녁을 해결해주는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주말엔 가족나들이 손님도 있다”고 귀띔을 했다.

마침 점심식사 중인 직장인 김일훈씨(38)는 “이 집은 집밥 같으면서도 집밥 아닌 집밥 느낌이 난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생선구이가 겉은 구수하고 속은 촉촉한데, 연탄불로 구워서인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며 “공기밥 대신 돌솥밥이 나오는 것도 이 집을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 생선구이 상차림 ⓒ한국외식신문

종로대첩에서 노련미의 보쌈집들은 ‘각자도생’이 전술이다. 저마다 약간의 차별화로 승부를 건다.

패기의 생선구이집은 ‘연대생존’을 전술로 삼았다. 외롭지만 어떻게든 두 집이 연대해 무장을 단단히 한다.

비교적 객단가가 높은 보쌈집과 그렇지 않은 생선구이집. 노년층이 많이 찾는 보쌈집과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생선구이집.

'육군'과 '해군'의 종로대첩. 물론 '해군'은 숫적으로 열세다. 하지만 젊은 층을 공략하는 '해군'의 전략이 만만치 않다.

적과의 동침, 어느 한 쪽의 퇴각, 아니면 아름다운 공존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치열한 '생존의 전투'에서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지는 하늘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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