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월호

[음식과 사람 2016-1 p.49 Storytelling]

 

외식업 창업도 어렵고, 운영은 더 어렵다. 그 어렵다는 대학입시도 족집게로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지만 외식업 창업은 언감생심, 대학입시보다 어렵다.

구조적으로 문제는 있다. 미국의 경우 식당 1곳당 소비자 숫자가 500명을 웃돈다. 한국은 80명 남짓이다. 단가도 미국이 더 세다. 한국 땅에서 음식점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외식업 창업자는 늘어난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어느 정도 준비했느냐?”고 묻는다. 대부분 맛집 몇 곳 가봤다는 대답이다. 그 정도 음식은 나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듣는 입장에서는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 마누라가 음식을 잘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 대답이다. “음식을 직접 할 거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처음엔 코치만 할 것”이라는 대답들이다. “최소 2억~5억 원 이하의 창업자금이라면 부부 중 한 사람은 손에 물 묻혀야 한다”고 해도 알아듣질 못한다.

직장 다니며 쌓았던 인맥이 있으니 그 사람들이 한 번씩은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덕분에 그럭저럭 운영이 될 거라고 믿는다. 평생 쌓아온 이력과 식당 운영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도 전혀 믿지 않는다. 나보다 못 배우고 나보다 못한(?) ‘저 사람’도 성공했는데 왜 내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얘기하느냐고 따지는 경우도 잦다. 축구선수 박지성과 야구선수 류현진이 나보다 공부 못했지만 성공했다고 말해도 그때뿐이다. 새겨듣지 않는다.

외식업 창업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 음식은 나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아파트에서 살았으니 나도 아파트 짓는 것 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해도 못 알아듣는다.

그럼에도 막상 창업을 하려면 불안한가 보다. 언젠가 만났던 ‘창업 희망자’는 점쟁이 말을 듣고 업종을 바꿨다. 개업 날짜, 비상구의 위치까지 점쟁이에게 물어보는 걸 흔하게 봤다.

 

▶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를 향한 프랜차이즈의 유혹

한국에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많은 이유는 바로 ‘준비되지 않는 창업자’들 때문이다. 한식은 양식과 달리 균일한 음식을 내놓기 힘들다. 한식 프랜차이즈가 드문 이유다. 음식을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렵다. 운영도 힘들고, 홍보나 광고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결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고 싶은데 한식 프랜차이즈는 드물다. 양식 프랜차이즈는 아무래도 선호도가 떨어진다. 햄버거집이나 아이스크림집으로는 힘들 것 같다. 레시피가 정해진 단품 음식, 족발이나 돼지고기집, 닭고기 관련 프랜차이즈가 많은 이유다. 상당수의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들은 퓨전 일식 프랜차이즈로 몰린다. 돈가스, 덮밥, 튀김, 꼬치 등이다. 서양식에서 출발해 동양 음식화된 것들은 대부분 일본 프랜차이즈 메뉴들이다. 이제 프랜차이즈 본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죄다 일본으로 ‘벤치마킹 투어’를 떠난다.

지금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노포들은 한두 번씩 프랜차이즈의 ‘유혹’을 받았다. 그러나 쉽게 손을대지 않는다. 망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영을 해낼 자신이 없다. 내 가게의 주방도 속을 썩이고 있고, 홀 근무 알바까지 속을 썩이는데, 감히 프랜차이즈라니. 도와주겠다고 프랜차이즈 본점을 제안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는 것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멀쩡한 음식점들이 프랜차이즈 한다고 나섰다가 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 인천 검단 고깃집에서 발견한 가능성

인천 검단의 고깃집에서 해법을 봤다. 본점 주인이 정한 원칙은 단 하나다. “내 주방이나 홀에서 5년 이상 일한 사람들에게 ‘지점’을 내게 한다”는 것이다. 5년 정도 겪으면 서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있다. 지점을 내게 하면서도 가게 상호를 사용하든 말든 간섭하지 않는다. 지분도 마찬가지다. 지점장이 원하는 대로 지분을 정해준다. 대부분 지점장이 70% 정도를 가지고 본점 주인은 30% 정도를 갖는다. 본점 주인이 늘 자금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대신 보증을 선다. 모은 돈이 많지 않은 이들은 50:50을 제안한다. 받아들인다. 별도로 요구하는 것은 없다. 창업에 관한 부수적인 일은 모두 본점에서 도와준다.

돼지고기, 쇠고기를 주로 다루는 업장들이니 ‘공동작업실’을 통해 고기를 매입한다. 본점에서 일을 한 사람들이니 고기값도 알고 있다. 아무런 말썽 없이 공동작업실을 운영하면 모두 이익이다. 대량으로 구매하니 가격이 낮아지고, 각 매장에서는 별도의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치 않다. 인력 수급도 쉽고 유지비용도 낮아진다. 잘되면 주인이나 지점장 모두 좋고, 잘못되면 모두 손해 보는 구조다. 음식은 수준급이고 가격은 낮으니 손님이 몰린다. 간단하다.

 

▶ 음식에 대한 ‘진정성’은 언제나 통한다

보편적인 프랜차이즈는 결국 ‘본사는 성공했는데 가맹점은 망하는’ 희한한 구조다. 인테리어 비용, 광고, 홍보비용, 브랜드 사용료 등 숨을 쉴 수 없다. 여기에 식재료 구입을 통한 본점의 이익까지 겹치면 가맹점은 정신을 못 차린다.

얼핏 동화같이 들리는 ‘인천 검단의 고깃집 확장’ 사례는 바탕에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숨어 있다. 기계 설비와 정해진 레시피로 모든 음식을 만드는 양식이나 일식은 한식과 다르다. “한식을 과학화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상당수가 일본식 프랜차이즈를 모범으로 내세운다. 한식은 레시피가 없는 음식이다. 한식의 특징은 다양함이다. 한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음식이다.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비빔밥은 만드는 이마다 다르고 먹는 이마다 다른 음식이다.

인천 검단의 고깃집 본점 사장은 늘 새로운 메뉴를 찾는다. 냄비밥 잘하는 집을 찾아서 그걸 삼겹살집에서 응용한다. ‘술밥’이라는 묘한 메뉴도 개발(?)했다. 고기, 육수, 밥을 잘 섞어서 끓인다. 죽보다는 뻑뻑하고 이탈리안 리조토보다는 묽다. 비슷한 음식을 여기저기서 본 적은 있지만 ‘술밥’이라는 메뉴로 내놓는 것은 처음이다.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외식업은 생존뿐 아니라 확장도 가능하다.

*글 :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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