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만 잘 지어도 단번에 성공 가능

▲ 김희정 논설위원
(전)KBS 아나운서

코로나19 때문에 모임이 줄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모임에는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참석하게 된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좋을까.

필자의 경험 상 자기소개는 ‘각인효과’가 중요하다. 기억에 남아야 한다. 수사가 화려하고 고차원이라고 해서 기억에 잘 남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기억하기 쉽지 않은 자기소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각인효과가 높은 자기소개는 유머를 포함하거나 스토리텔링 기법을 잘 활용하는 것에 있다.

‘지주연’이라는 배우가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출신이기에 ‘제2의 김태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주연씨는 배우가 되기 위한 면접장에서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인생에서 늘 지가 주연인줄 아는, 지.주.연 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연이나 엑스트라 역할도 맡겨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할, 지.주.연입니다.”

이름의 뉘앙스를 활용해 연기자가 되려는 열정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지주연씨는 연기자 공채가 일반적이었던 당시 연기학원에 한 번도 다닌 적이 없었다.

오랫동안 아나운서 지망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인상적인 자기소개로 2008년 KBS 연기자 공채에 단번에 합격했다.

스토리가 있는 자기소개는 더욱 좋다. ‘이재곤’이라는 회사원은 이렇게 자기소개를 한다.

“저는 있을 재<在>, 땅 곤<坤>, 땅에 있으라는 뜻으로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 이재곤이라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어부셨습니다. 무척 가난해 풍랑이 몰아치는 위험한 날에도 고기잡으러 바다에 나가셔야 했습니다. 그 삶이 너무도 힘들어서 손자인 제가 태어났을 때 너만은 꼭 땅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어라는 뜻으로 재곤이라고 지어 주셨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자기소개다. 가난했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재곤’이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을 듯하다.

가게 이름이라면 어떨까. 상호 역시 처음 만난 고객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잘 지은 가게 이름은 훌륭한 명함  역할을 한다.

서울 신촌에 ‘여우사이’라는 카페가 있다. ‘기서 리의 랑을 야기하자’의 줄임말이다. 낭만적이어서 재밌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좋은 이름이다.

‘맑은 바닷가의 나루터’라는 식당은 어떤가. 삼성동에 있는 횟집이다. 맑은 바닷가와 고즈넉한 나루터를 상상하게 돼 마음이 절로 평안해진다. 순 우리말 표현이라 더욱 마음이 간다.

거리의 간판을 보면 외국어인지 신조어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이 많다. 동네에 ‘ ○○○ 댕댕이’라는 상호가 있어서 ‘댕댕이’가 뭘까? 궁금했다. ‘멍멍이’의 ‘야민정음’이라고 한다.

‘야민정음’은 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꿔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신세대들은 금세 알지 모르나 기성세대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어 좋지 않은 이름이다.

‘야민정음’이 영구 불변의 문화 현상이 아닐진대, 유행이 지나가면 이름을 또 바꾸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다.

한글학회 진주지회는 해마다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 이름을 선정하고 있다. 작년에는 ‘달콤 쌉싸름’이라는 디저트 가게, 진한커피를 파는 ‘진해요’, 한식집인 ‘소복히’ 등이 좋은 가게 이름으로 뽑혔다.

‘소복히’라는 식당은 아마도 밥에 정성을 ‘소복히’ 담아줄 것이다.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그 가게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특색있는 상호를 많이 접하고 싶다.

유머를 담은 가게 이름도 좋다. 창업전문가인 정관우씨는 “상호만 잘 지어도 단번에 성공한다”고 말한다.

정관우씨는 돼지고기전문점인 ‘웃으면 돼지’, 장어식당 ‘기운 센 천하장어’, 낙지전문점 ‘낙지 먹고 맴맴’ 등의 상호를 컨설팅 했다. 재치가 있어 기억에 남는 좋은 이름이다.

잘 지은 상호는 훌륭한 자기소개다. 국적 불명의 이름보다 정겹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호, 빙그레 미소 짓게 하는 상호를 많이 접하고 싶다. 고객의 마음을 이끄는 상호는 성공을 이끌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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