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 자긍심과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

▲ 이정주 고용개발원장
사회복지학박사

무겁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 그리고 찰진 빗방울. 지난주 런던 교민과 저녁 모임 주제는 단연 ‘기생충’이었다.

회색도시의 우중충함과는 달리 교민들의 위세는 맑은 하늘마냥 드높았다. 국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영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한국계 교수, 의사, 변호사. 타국이지만 '성공한' 이방인들의 감격은 마치 신흥 세도가의 위세와도 같았다.

▲ 비내리는 런던 ⓒ한국외식신문

줄곧 한국인이라는 '레테르'를 달고 해외생활을 한 동포 입장에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희열이 있는 듯하다.

싸이, BTS로 규정되는 K-컬처 기세에 아카데미 4관왕을 얹었으니 흥분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동포들의 도취가 좀 과하다 싶었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흥분할까?

교민과 대화를 하면서 의문이 쉽게 풀렸다. 단지 아카데미 수상만으로 기쁜 건 아니었다.

평생을 두고 무너지지 않을 보이지 않는 장벽이 무너지고, 넘볼 수 없는 천정이 뚫리고, 일방통행만 가능했던 묵시적 인종 차별이 깨뜨려진 것에 대한 기쁨의 전율이다.

‘한국의 영화’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조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뜨거운 기쁨이 과한 흥분의 원인이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한들 교민의 마음 속에는 '후진국' 국민이라는 열등감이 스멀댔었는데, 그 묘한 기시감이 한방에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양사회에서 성공했다지만 여전히 극복할 수 없었던 어떤 ‘차별감’을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이방인이라는 굴레를 끊어버릴 수 있는 ‘극복감’을 발견한 것이다.

‘화이트 아카데미’라는 유리 천정에 아시아 최초로 올라선 영화와 감독. 인종과 민족의 한계로 더는 나아가지 못했던 '운명'같은 '숙명'을 이겨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흥분했던 것.

필자 역시 전염된 흥분감을 갖고 조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던 날, TV의 화면은 ‘코로나19’로 덮여 있었다.

▲ 인천공항 택시웨이 ⓒ한국외식신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동양인에게는 위협적이지만 서양인에게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때문인지, 이 또한 서양인들은 동양인에 대한 차별로 작용한다는 것이 교민들의 전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눈 이면에 차별의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를 거머쥐었듯이 역병 역시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아카데미 4관왕을 이뤄낸 선진 국민이다. 런던 교민의 잊지 못할 그 뜨거운 '위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위세'도 조만간 소멸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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