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월호

[음식과 사람 2016-2 p.34 Special Interview]

 

자칭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지난 1월 5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친근하게 기자 일행을 맞이한 박 시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서울시 자문기구인 외국인투자자문회의(FIAC) 소속의 주한 외국인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음식이 질적으로 좋아졌다”고 평했다며 외식업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박 시장 자신도 음식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 요리책을 구해 연구했고, 스스로 자신이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라고 불리길 바랄 정도로 음식 솜씨도 괜찮다고 자랑했다. 음식과 외식업 현안을 주제로 박 시장과 짧지만 심도 깊은 인터뷰를 했다.

 

▶ 새해를 맞아 2016년도 서울 시정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외식인 여러분들이 식문화를 통해 서울시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계시듯이 서울시 역시 2016년에는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는 각오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에 과감히 투자해 건강한 시민의 삶을 지켜나가는 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특히 외식업은 새해 서울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서울 경제, 서민 일자리, 그리고 서울 관광과 직결돼 있는 만큼 외식인 여러분과도 꾸준히 소통해나감으로써 외식업계와 서울시가 함께 건강하게 성장해가는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 사진 =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 홈페이지를 보니 소셜 시장실이라는 콘셉트로 “원순 씨~”라는 표현을 사용해 옆집 아저씨처럼 가깝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데요.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SNS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장 혼자, 공무원 단독의 판단으로 정책을 결정 · 추진 ·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이제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야만 가장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위키피디아’의 시대입니다.

제가 SNS를 도시 행정의 중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SNS가 시장과 시민 간의 경계 없는 소통, 성역 없는 소통을 통해 위키피디아식 행정을 구현하는 최적의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응답소 등을 통해 SNS를 시정에 도입한 이후 민원 처리 속도가 하루 이상 빨라지는 등 광속 행정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하루 6000여 명이 이용하는 올빼미버스 등 다양한 시민의 아이디어로 시정 혁신의 큰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단 SNS가 시민의 모든 의견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는 만큼 현장시장실, 정책워크숍, 숙의, 시장과의 토요데이트 등 오프라인 소통 채널을 통해서도 정책 수립·실행·평가까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시민 의견을 경청하는 중입니다.

 

▶ 서울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골목상권 창업을 원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해 빅데이터 기반으로 창업 위험도를 예측해주는 ‘우리마을 가게 상권분석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지요. 이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시 내 신규 창업 또는 기존 자영업소 중 비중이 높은 분야로 외식업이 선정됐습니다. 불경기인데도 음식점 창업은 계속 늘고 있고 그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어 외식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큽니다. 창업자들이 음식점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데,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음식에 대한 철학을 바꾼 요리사로 불리는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는 음식점 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자신이 만든 Fifteen재단에서 1년간 교육을 실시합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음식점 창업이야말로 철저한 조사와 준비, 경험이 필요하다는 게 제이미 올리버의 진단입니다. 실제로 서울에서 수많은 음식점들이 1년 새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것도 이 같은 준비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봐요.

작년 12월, 서울시가 보유한 풍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우리마을 가게 상권분석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음식점 예비창업자에게 창업 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런 정보를 기초로 하면 기존 동네 상권 생태계와의 충돌을 방지하면서 최적의 창업 지역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우리마을 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바로가기 ☞ golmok.seoul.co.kr

▲ 창업 위험도를 예측해주는 '우리마을 가게 상권분석 서비스' / 사진 = 서울시 홈페이지

▶ 서울시에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담부서를 만드셨지요?

서울 경제의 90%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풀뿌리 경제가 서울 경제의 허리를 탄탄히 지탱할 때 시민의 삶도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 중소기업, 자영업체들의 기반은 대규모 자본력과 유통망, 마케팅 인프라를 보유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입니다.

이에 취임 2년 차 되던 해에 대기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소 상공인들을 위한 집중 전담조직으로 소상공인지원과를 신설했습니다.

 

▶ 그런데 영세 자영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식업 분야가 시 정책에서 소외돼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외식업의 위생관리는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외식업 관련 정책이 규제와 단속에 좀 더 치중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 외식업은 서민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만큼, 규제를 넘어 외식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과 컨설팅 지원으로 정책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 최근 서울시가 슬로건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지난해 메르스라는 복병에도 불구하고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2018년까지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하는 등 세계적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선 언어, 불친절, 바가지요금 등 질적 개선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2016년을 ‘서울 관광 혁신의 원년’으로 삼아 모든 관광 영역에서의 체질을 개선해 질적 도약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관광객 불만 제로 프로젝트’, ‘혼자서도 여행하기 좋은 관광 여건 조성’, ‘서울 관광산업 생태계 기반 강화’를 통해 서울 관광의 3불(불만, 불편, 불신)을 해소하고, 관광 만족도를 높여가고자 합니다.

최근 중국 관광객이 무섭게 늘고 있습니다. 이미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0%를 넘어 1000만 명을 가뿐히 넘어섰는데요, 서울시는 이들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요?

지금 서울을 찾는 중국 관광객 대부분(76.4%)은 서울을 처음 찾은 방문객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의 가장 큰 손님인 중국 관광객이 서울의 ‘평생 손님’이 될 수 있도록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가는 중입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 바로 ‘식도락 여행’인 만큼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 거리 베스트 10’ 등 중국인 관광객의 취향에 맞춘 식도락 관광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최근 중국인 관광객은 단체보다 개인 관광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서울임을 방증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서울 내 외식업에 대한 특별한 대책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옳은 지적입니다. 관광 선호도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획일적 관광명소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이라는 새로운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음식은 서울 관광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인 만큼 외식업 분야에서도 인증 방식을 통해 다양성을 강화해갈 생각입니다. 이를테면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식당에 대해선 중국인들의 선호를 문화적 요소로 반영하고 다양한 인증 기준이나 조건을 만들어 인정해주는 이른바 ‘중국인 친화 식당’ 등의 인증제 방식도 고민 중입니다.

▲ 주말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 사진 = flickr

▶ 이와 관련해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서울시에 중국어 메뉴판 현실화, 컨설팅, 집합교육 등 민관 협력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관 협력은 서울 관광과 외식업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식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종로 등 관광특구를 중심으로 중국어 메뉴판을 제작해 보급 중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메뉴와 가격을 중국어로 표기하는 수준이지만,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협력해 한식 메뉴에 대한 부연 설명을 더하고, 중국인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캐릭터까지 넣는다면 음식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한국외식업중앙회와 공동으로 특정 활동(E-7) ‘제주도 내 음식점 통역 및 판매사무원’ 직종을 법무부의 인가를 받아 신설했는데요, 서울시 역시 통역 및 판매사무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언어 문제는 서울 관광이 뛰어넘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단, 음식점 통역 및 판매사무원 문제는 외식업계의 수요와 중국어 가능 인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춘 다음에 추진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음식점 종사자에게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에 대해 협회와 함께 협력 · 연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서울시 내 자율지도점검 자체 예산 부족으로 지도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식품진흥기금 지원 확대를 통해 식품 위생과 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서울시 입장은 어떤지요?

식품 위생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예산을 늘려 지도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일시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지도단속 이전에 음식점 자영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서울시와 한국외식업중앙회가 함께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시장님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연구단체의 연구 결과를 시정에 반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서도 외식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정책 제안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식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와 자문이 필요합니다. 특히 외식산업연구원은 외식업계 현장 여건을 반영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온 만큼, 앞으로 서울시의 외식업 발전에 보탬이 될 좋은 제안을 해주시면 적극 수용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박 시장은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외식업의 현황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외식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바로 외식업계입니다. 그러나 어떤 위기의 시대에도 기회의 틈새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특히 세계적 관광지로서, 식도락의 중심지로서 서울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만큼, 지금을 담금질의 시기로 삼아 외식업계의 양적 발전을 도모한다면 새로운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시도 외식인 여러분의 손을 잡고 이 어려운 시기를 뛰어넘을 ‘건강하고 맛있는 도시, 서울’을 완성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동아일보 안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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