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월호

“소비 트렌드를 읽으면, 판매 전략이 보인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새해를 예측하는 많은 통계 자료들이 발표되곤 한다. 그중 하나가 한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 12월에도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2016년 한국인들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 · 발표했다. 외식업 경영자들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늘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내용이다.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는 2016년 원숭이해의 소비 트렌드를 ‘몽키바(Monkey Bars)’라 이름 붙이고 10가지 키워드를 발표했고, aT는 3가지 키워드를 통해 외식 트렌드를 전망했다. 이 13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2016년 국내 외식시장에서 노출될 수 있는 유망한 외식 아이템과 외식시장의 변화 코드를 정리해본다.

 

몽키바(Monkey Bars)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예측한 2016년 소비 트렌드 10가지.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발표한 원숭이해의 소비 트렌드는 ‘몽키바’다. 어린이놀이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몽키바(구름다리)는 이름만 들어도 위태위태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 사진 = flickr

 

1. 최후의 보루 플랜Z를 만들어라

- Make a ‘Plan Z’

2016년 몽키바의 첫 번째 트렌드는 ‘플랜Z-나만의 구명보트 전략’이다. ‘플랜Z 전략’은 최선책, 차선책이 아닌 마지막 전략, 즉 최후의 보루를 의미한다. 외식업 경영자 입장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플랜Z 전략’ 시대에는 ‘A급 상품’보다 ‘B급 상품’이 더 인기를 끌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외식시장에서도 못난이 상품, 가격 파괴 메뉴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 뻔하다. 요즘 외식시장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가격 파괴 움직임들도 ‘플랜Z 전략’ 시대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읽을 수 있다. 음식점마다 합리적인 가격 조정을 통한 미끼상품 개발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2. 과잉 근심 사회, 걱정 많은 사회

- Over-anxiety Syndrome

두 번째 트렌드로는 ‘과잉 근심 사회’, ‘램프증후군’을 예견하고 있다. 2016년에는 ‘걱정 많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암시다. 물론 대부분의 걱정은 쓸데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찌됐든 음식점 경영자 입장에서는 걱정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 음식점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음식으로 다독여줄 수 있는 주인장의 스타일 찾기, 우리 가게만의 장치 만들기를 고민해봐야 한다. 스토리텔링에 입각한 근심 해소 메뉴 개발도 고려해봐야 한다. 음식에 대한 안전, 신뢰를 줘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3. 1인 미디어 전성시대

-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이제는 음식점 경영자들도 고객들과 호흡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을 직접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소셜 미디어 / 사진 = Pixabay

 

4.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브랜드에 열광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일대 위기를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브랜드 음식점보다는 실속 있고 가성비 높은 음식 아이템을 갈구할 것이다. 가격과 품격을 모두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70만 외식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이슈다.

 

5. 연극적 개념소비

- Ethics on the Stage

쉽게 얘기하면 의미 있는 소비,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 것이다. 외식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천사표 마케팅’을 생활화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음식점의 수익금 일부는 이러이러한 분들을 돕는 데 사용됩니다’라는 안내문 등을 부착해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 미래형 자급자족

-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도시 농부들, 친환경 생태주의적 삶을 영위하려는 도시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생태 소비가 확산될 수 있음을 예측하고 있다. 농촌과 떨어진 도시에서도 건강에 좋은 친환경 원재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음식점 경영자 입장에서는 상추 하나, 배추 하나라도 직접 키워서 서비스하거나 믿을 만한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 즉 농어촌의 믿을 만한 친척이나 지인 등으로부터 직접 신선하고 품질 좋은 식자재를 공급받고 그 출처를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차별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 유기농 고추밭 / 사진 = Pixabay

 

7. 원초적 본능 세대

- Basic Instincts

외식시장에서의 원초적 본능 트렌드가 몰고 올 충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자극적인 뉴스만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외식산업에서도 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신메뉴 개발에 주력하는 음식점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키워드인 ‘병맛’ 코드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병맛’이라는 말은 인터넷 유행어로,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B급 감성’을 자극하는, 말도 안 되는 메뉴가 계속 출현할 수도 있다. 최근 외식 상권에서도 콜라보레이션과 복합 메뉴를 내세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8.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 All’s Well That Trends Well

우리말 ‘있다’와 영어 ‘어빌리티(Ability)의 합성어인 ‘있어빌리티’ 트렌드도 주목할 만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싸한 음식 메뉴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사진 한 장으로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스타그램 맛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밖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인스타그램 맛집은 2016년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음식점 경영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 인스타그램 캡쳐

 

9. ‘아키텍 - 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 Rise of ‘Architec-kids’

자녀만큼은 제대로 키우고픈 요즘 신세대 엄마들의 욕구를 여실히 볼 수 있는 트렌드다. 음식점 경영자 입장에서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어린이가 편히 식사할 수 있는 의자 구비는 물론 휴게시설 등 아이들을 위한 공간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10. 취향 공동체

- Society of the Like-Minded

김난도 교수팀이 발표한 마지막 트렌드는 ‘취향 공동체’이다. 2016년부터 페이스북에서는 검색 기능이 강화된다고 한다. 그에 따라 유명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좇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같은 취미와 취향을 즐기는 ‘끼리끼리 커뮤니티’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공략하는 취향 공동체 음식점의 출현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근 낚시동호회들의 아지트 음식점 등 취미동호회를 공략하는 음식점들이 생겨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외로움 코드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는 날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음식점들의 전략은 날로 고품격화되고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 = Pixabay

 

<aT에서 발표한 2016년 외식 트렌드 3가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6년 외식 트렌드는 ‘미각 노마드족’, ‘나 홀로 음식점’, ‘푸드테크 기술의 진화’ 세 가지로 압축된다.

 

◆ ‘미각 노마드족’

나만의 맛을 찾아서 먼 곳도 마다 않고 달려가는 식도락 마니아층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 영업을 하든 지역민은 물론 서울 · 수도권의 2500만 식도락 마니아를 공략하는 음식점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곳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그 동네만의 메뉴 개발 또한 등한시해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다. 프랜차이즈 음식점들도 판박이로 똑같은 모양새의 음식점을 수백 개씩 오픈하는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고객들이 금방 식상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나 홀로 음식점’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을 위한 ‘혼밥집’, ‘혼술집’이 유행하고 있다. 어느 음식점이든 1인 고객을 배려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시급한 문제는 1인 고객을 위한 의(탁)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음식점 경영자 입장에서는 필요하다면 1인 고객을 위한 말벗 서비스, 친구 대행 서비스라도 도입해야 할 수도 있다.

▲ 1인 식당 / 사진 = 정희수 기자

◆ ‘푸드테크 서비스의 진화’

온 · 오프라인을 결합한 융 · 복합 트렌드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음식점 시장의 진화를 꼽을 수 있다. ‘배달되지 않는 음식은 없다’는 것이 2016년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될 수 있다. 특히 경기 불황과 ‘집으로’ 트렌드는 매우 밀접하다.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집에서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배달, 포장 매출의 확대는 거부할 수 없는 외식 소비의 중요한 트렌드다. 따라서 음식점에서 먹을 때와 비슷한 온도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배달용기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글 : 김상훈 스타트비지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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