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월호

[음식과 사람 2016-2 p.47 Easy Talk]

 

외식업 종사자에게 가장 괴로운 일 중 하나가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다.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면 숙면 시간을 놓치기 쉽다. 수면 시간이 너무 적으면 업무 능력, 집중력은 물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게다가 겨울은 숙면에 들기 힘든 계절이다. ‘수면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 감소가 한 원인이다. 사실 너무 추워도 잠을 이루기 힘들다. 숙면을 취하는 데 이상적인 온도는 18℃가량으로, 이보다 추우면 잠이 달아난다.

동지섣달 잠 안 오는 긴긴 밤에 침대에 누워 머릿속으로 마냥 애꿎은 양만 몇 마리인지 세고 있다면 먼저 방 안 온도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선 밤새 어느 정도의 난방이 필요하다. 방 안에 냉기가 돌면 숙면은 물 건너간다.

침실 온도가 낮으면 옷을 껴입고 잔다. 잠자리에 들기 30분쯤 전에 미리 뜨거운 물을 담은 물병을 침구 안에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침구 속으로 들어갔을 때 온기가 느껴지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 사진 = Pixabay

목욕, 반신욕, 족욕도 겨울철 불면 해결에 유효하다. 취침 1시간 전에 몸을 15분쯤 물에 담근 뒤 잘 닦고 잠자리에 들면 잠이 스르르 밀려온다. 불면을 부르는 긴장, 걱정, 불안이 풀려서다. 이때 욕조의 물은 체온보다 약간 높은 것이 적당하다. 지나치게 뜨거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땀을 많이 흘려 몸이 지치게 되고 혈관이 팽창돼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목욕, 족욕, 반신욕을 할 때 아로마요법(향기요법)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침실 분위기는 가능한 한 어둡게 하는 것이 좋다. 간접 조명도 유용하다. 눈가리개나 귀마개도 도움이 된다. 빛이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침실에서 가벼운 음악이 흐르는 것도 숙면을 도울 수 있다. 음악은 심신을 이완시키고 근육을 진정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음악 대신 새의 지저귐, 파도 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도 괜찮다.

TV를 보면서 잠드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자극적인 공포물이나 액션물을 보는 것은 잠을 쫓는 행위다. 독서를 하더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물이나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책은 피하는 게 좋다.

서양에선 잠을 못 이뤄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잠자기 전에 따끈하게 데운 우유 한 잔에 꿀을 타서 마시라’고 권장한다. 우유가 숙면에 이로운 것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이라는 몸 안의 행복, 사랑, 숙면 물질의 원료가 된다. 세로토닌은 기온이 떨어지면 분비가 줄어든다.

트립토판은 닭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생선, 치즈 등에도 들어 있으나 우유 외엔 밤에 먹기엔 부담스럽다. 자기 전에 커피, 홍차, 녹차, 초콜릿, 콜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나 담배는 피하는 게 좋다. 각성 효과가 있어서다.

또 매운 음식, 훈제육, 토마토, 시금치, 햄, 소시지, 베이컨, 설탕 등도 저녁 늦게 먹는 것을 피한다. 이들은 뇌신경 자극물질을 방출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늦은 저녁 시간에 과식하는 것은 수면에 해롭다. 밤에 위가 너무 비어 있어도 숙면이 힘들다. 끊임없이 몸을 뒤척이고 혈당이 떨어져 식은땀이 난다.

엄동설한에 건강도 챙기면서 일하려면 잠부터 잘 자고 보자.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 코앞(2월 4일)에 있지만 아직 춥다. 요즘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한 가지 다행한 사실은 겨울이 지나면 춘곤증이 겹쳐 온몸이 나른해지는 봄이 찾아온다는 불변의 진리다. “봄잠은 가시덤불에 걸려 넘어져도 잔다”는 옛말도 있다.

editor 박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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