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월호

[음식과 사람 2016-2 p.59 Consulting]

 

2015년 어느 취업 포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이 ‘백반’이라고 한다. 이 사이트는 매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점심 메뉴 선호 조사를 하는데 그동안 김치찌개가 직장인 선호 음식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김치찌개를 누르고 지난해에는 백반이 정상에 올랐다.

 

'아직도 백반집은 강력한 틈새 아이템'

그렇지만 이 조사 결과에 의문이 생긴다. 실제 외식업 현장에서는 백반이나 집밥을 취급하는 식당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렇게 유추할 수 있다. 백반 자체를 많이 먹기보다는 백반이라는 음식에 대한 잠재된 소비자 니즈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방증이라고.

요즘 소비자 중에는 집에서 밥을 안 해먹는 사람 비중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맛이 강하고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식당 음식에 대해 식상해 있다. 그런 이유로 소비자들의 집밥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

많은 식당들이 가정식 음식을 표방하지만 가정식 음식과 동떨어진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흔하다. 소비자는 안다. 그런 음식을 여러 번 먹다 보면 질린다는 것을.

외식업 기획자들이 가끔 인터넷에서 지역명과 백반 혹은 집밥을 키워드로 조사하면 백반을 취급하지 않는 지역이 의외로 많다. 이것이 바로 틈새시장이다. 무주공산인 특정 지역에서 손맛 나는 백반집으로 강력하게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서울 시내 중심가 모 백반집은 지하에 위치했다. 그런데도 7000원짜리 백반을 하루에 500그릇 이상 판매한다. 점포의 규모도 132㎡(40평) 미만이다. 점심은 물론 저녁에도 꽤 판매가 된다. 음식에 대한 대단한 노하우는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식당이다. 점심에 손님이 몰렸을 때 대처하는 대응력도 뛰어나다.

▲ 5,500원 짜리 백반 / 사진 = flickr

반찬은 선택과 집중, 온도 유지하고 손맛 살려야

최근 식당 경영에 수완이 있는 외식업 경영자들은 백반을 구성할 때 많은 찬보다는 ‘선택과 집중’ 방식을 선택한다. 반찬을 많이 제공하기보다는 밥과 메인 음식(찌개 혹은 국)에 집중하고, 찬류도 손님이 선호하는 찬류로만 구성한다.

손님의 기호를 늘 관찰하면서 고객이 대체로 원하는 반찬 구성을 연구한다. 또한 일반 시장이나 도매시장을 자주 이용하면서 원가를 절감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구매한다.

백반집에서도 기획만 잘하면 저녁에 주류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주류 안주와 가격대다. 또한 백반집 안주는 반주 정도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손님들은 ‘가볍게 한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지만 현장의 식당 업주들은 이 부분이 취약하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손님은 식지 않은 적정 온도를 유지한 따뜻한 음식, 푸짐하고 손맛이 있는 음식을 원한다. 필자도 인터넷 검색을 해서 집에서 가까운 백반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음식의 적당한 온도, 푸짐함, 손맛 모두 만족도가 낮았다. 그래서 그 첫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손맛이 담긴 백반을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떤 상권, 어떤 입지에서도 선방할 수 있다. 직장인은 물론 가정주부까지도 백반에 대한 선호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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