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3월호

[음식과 사람 2016-3 p.54 Local Analysis]

 

좋은 상권과 대형 매장, 시설 인테리어 경쟁력 등을 갖춘 대기업 식당과의 경쟁에서 작은 식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규모 자본력 외에 대기업 식당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바로 다양한 콘텐츠 만들기다. 상호 짓기부터 대표 메뉴에 이르기까지 유래와 역사를 담아낸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작은 식당들이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맛있는 음식은 기본, 거기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고래도 이길 수 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외식 상권은 대형 식당들이 붐을 이루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외식시장의 대표적인 트렌드 키워드 역시 ‘대형화’와 ‘전문화’였다. 소비자들은 작은 가게보다 큰 가게에 더 열광한다는 논리였다. 작은 가게들은 어떻게든 큰 가게로 확장하려는 바람이 거셌다.

이러한 대형화 바람은 대기업 자본이 주도했다. 2000년부터 전국적으로 일었던 패밀리 레스토랑 창업 열풍은 대기업 자본이 외식시장에 진출하는 신호탄이었다. 많은 대기업들이 뒤질세라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에 열을 올렸다.

그 무렵 유통시장에는 대형할인마트가 전국에 들불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형할인마트는 ‘원스톱 쇼핑’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면서 전국 곳곳에 생겨났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2016년이 밝았다. 2000년 이후 15년간 대한민국 외식시장은 많은 변화를 거쳤다.

이제 소비자들은 큰 가게에 놀라지 않는다. 큰 가게가 음식 맛이 좋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주도하는 큰 가게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작은 가게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집밥’ 코드의 유행은 외식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 작은 식당들의 무기 만들기 코드를 정리해본다.

 

그 많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 끼 제대로 먹기 힘들었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으리으리한 대형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는 로망에 가까웠다. 이런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이 대형 레스토랑의 출현이었다. 2000년 이후 한국 외식시장에는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이 앞다퉈 출점했다. ***프라이데이, **이락, ***스테이크하우스, **건스, *코스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였다.

패밀리 레스토랑 열풍은 외식시장의 패러다임을 리드할 정도였다. 그렇게 호황을 누리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지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중 어떤 브랜드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지 수년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팔렸다는 소식이 없다. 단순한 자본의 투자 논리에서도 매력적인 가치를 잃고 있다는 방증이다.

2014년 6월에 오픈한 CJ그룹의 ‘계절밥상’은 한식 뷔페 시장의 선두 브랜드였다. 이후 이랜드그룹의 ‘자연별곡’, 신세계푸드시스템의 ‘올반’까지 가세하면서 한식 뷔페 시장은 한국 외식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듯했다.

▲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대기업 한식뷔페 대기실

필자는 2015년 1월 ‘창업통’ 블로그와 3월호 <음식과 사람> 칼럼에서 ‘이런 식의 한식 뷔페 시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1년 만에 한식 뷔페 시장에는 벌써부터 싸늘한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즘 한식 뷔페에 고객들이 줄을 선다는 소식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대형식당의 표상인 한식 뷔페에서 한국의 소비자들이 1년 만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왜일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대형식당 그 자체가 구매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한두 번은 좋은 분위기에 저렴한 가격, 게다가 배부르게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코드에서 구매 가치를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몇 번 반복되면서 금방 소비자들은 싫증을 느끼게 된다. 배부르게 먹는 것이 로망인 시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고객들은 다시 특이한 음식점, 가치 있는 음식점을 찾아서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이는 2016년 한국 외식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외식 소비 코드의 한 단면이다.

 

대기업 식당들의 구매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작은 식당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구매 가치를 잘 만드는 대기업 식당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형 자본을 투자한 대기업 식당들이 잘하는 것은 좋은 상권 입점, 대규모 매장, 충분한 투자다. 하지만 작은 음식점 주인 입장에서 자본력을 흉내 내기는 쉽지 않다. 시설 인테리어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대형 자본의 뒷받침 없이는 번듯한 시설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대기업 식당들이 또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요즘 대기업 식당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콘텐츠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하다. 콘텐츠는 상호 만들기에서부터 적용된다. 또 우리 음식점의 핵심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표 음식, 그 상품에 대한 유래와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도록 액자를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매장 입구에 슬로건을 부착하기도 한다. 어떤 내용은 재미있는 콘텐츠로 포장해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일단 볼거리가 많으면 즐거워한다. 때에 따라서는 그 콘텐츠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무한 신뢰를 보내기도 한다. 철저한 콘텐츠 마케팅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구매 가치를 높이는 콘텐츠 만들기는 결코 대기업 식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은 식당에 숨어 있는 콘텐츠가 훨씬 많을 수 있다. 단지 주인장의 머릿속에만 고이 간직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그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고객들의 구매 가치로 연결시킬 수 있는 콘텐츠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작은 식당의 가치를 높여주는 ‘콘텐츠 마케팅’ 기법

최근 소비자들은 ‘골목’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서울의 부암동 언덕배기 골목, 이태원 경리단길과 해방촌 골목, 홍대 인근의 상수동 · 연남동 · 망원동 뒷골목 상권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이런 상권 중에는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는 매우 협소한 골목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골목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식당 운영에 소셜 네트워크 활용이 중요하다

요즘 외식시장의 소비를 선도하는 계층은 여성이다. 특히 10대, 20대 여성 고객층이 소비 시장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신도시 개발과 함께 형성된 아파트 숲과 상가, 대형마트에서 나고 자란 세대들이다. 어린 시절도 골목길에서 놀아본 기억이 없는 세대들이다. 이런 세대들에게 골목길과 작은 식당, 그리고 거기에 내재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구매 가치가 충분한 상품이다.

그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의 눈과 귀에 호소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식당의 역사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10년 이상 된 음식점이라면 10년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한다. 이때 식당의 옛날 사진이나 처음 오픈했을 때의 음식점 사진을 노출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음식 이야기를 정리한다. 메인 메뉴든, 곁들이 찬이든 우리 음식만이 갖는 소중한 가치를 이야기로 정리해야 한다. 원재료와 조리법,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진솔하게 기록하면 된다.

세 번째는 사람 이야기를 정리한다. 단순히 음식이 맛있다는 것만으로는 갈 곳 많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없다. 누가 어떻게 만들어낸 음식인지를 정리해서 노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주인장의 어머니나 할머니 이야기가 있다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을 만든 사람의 내공에 감동하게 되고, 스토리에 재미를 느끼면서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콘텐츠를 보기 좋게 편집 · 포장해서 고객들의 눈에 띄게 잘 진열하는 것이 관건이다. 콘텐츠 마케팅의 마감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식당과 작은 식당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서만큼은 격차가 크지 않다. 주인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시대에 맞춰 살아가는 것도 공부해야 한다. 적어도 내 가게를 아는 사람만 아는 음식점이 아닌, 전국의 음식 소비자들이 찾고 싶은 음식점으로 빠르게, 최소 비용으로 알리는 데는 인터넷 마케팅이 제격이다.

특히 자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전파력이 좋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를 늘려가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우리 가게를 전국의 소비자들이 찾아오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정리한 콘텐츠는 반드시 보기 좋게 포장해야 한다.

우리 음식점의 모델은 그 누구보다 음식점 사장이 맡는 것이 정답이다. 사장의 브로마이드 사진 한 장이 가게 앞에 걸리면 소비자들도 일단 관심을 가질 것이다.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백종원 사장이나 이연복 셰프만 모델을 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editor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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