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3월호

[음식과 사람 2016-3 P.87 Ingredient]

 

봄이 오면 사람들은 입맛을 돋워줄 새롭고 산뜻한 음식을 찾는다. 이럴 때는 봄나물이 제격이다. 봄나물은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특성처럼 움츠러들었던 우리 몸을 깨우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소설가 김훈은 “몸속으로 봄의 흙냄새가 자욱이 퍼지고 혈관을 따라가면서 마음의 응달에도 봄풀이 돋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렇게 강한 생명력으로 움튼 봄나물은 그 자체로 최고의 약이 된다.

 

① 곰취

대표적인 취나물로 깊은 산속 개울가나 습지에 주로 자생하는 ‘산나물의 왕’이다. 겨울잠에서 깬 곰이 가장 먼저 먹는 풀이라는 뜻에서 곰취라고 부른다.

봄철 입맛을 돋우고 춘곤증을 줄여주는 곰취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도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와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② 산마늘

식물 전체에서 강한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산마늘이라고 불린다. 먹을 것이 부족한 섬에는 봄에 나는 산나물이‘목숨(명)을 이어준다’는 뜻으로 ‘명이(맹이)’라고 불렀다. 산마늘은 봄에는 연한 잎을 생으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쌈채로 먹고, 된장이나 초간장에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한다.

산마늘의 독특한 냄새는 알린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에 의한 것으로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산마늘에는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어 산화를 억제하고, 비타민E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세포의 노화를 막아주기도 한다.

 

③ 씀바귀

씀바귀는 ‘뾰족한 톱니가 있는’이라는 뜻으로 잎 모양이 톱니처럼 날카롭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씀바귀처럼 쓴 것은 덜 먹게 되지만 몸에는 대단히 좋아 약재로 쓰면 유익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씀바귀는 입 냄새를 없애고 오줌 속의 결석을 녹이며, 부인들의 분만을 돕고 젖이 많이 나게 하는 민간 약재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특히 봄에 씀바귀나물을 많이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 봄 나물 / 사진 = flickr

 

④ 방풍

독특한 향과 쌉쌀한 맛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고기를 먹을 때 상추나 쑥갓과 함께 먹으면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 맛을 좋게 한다. 풍을 막아준다는 이름처럼 방풍을 달여 하루 세 번 복용하면 중풍을 예방하고 두통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방풍은 칼륨 함량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의 염분을 배출하고, 발암 물질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방풍이 이렇게 뛰어난 약성을 가지게 된 것은 거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편 때문이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각종 곤충이나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항균, 항암, 항염 등 면역 효과를 내는 화학물질을 만들며 진화한 것이다.

 

⑤ 원추리

봄나물을 대표하는 산나물 중에 하나다. 어린 싹을 데친 나물은 감칠맛이 나고 된장과 들깨를 넣어 끓인 원추리국도 일품이다.

고기를 넣은 원추리국은 ‘원추리탕’이라 하여 궁중에서 즐겼는데 미역국 이상으로 맛이 좋다. 붉은 원추리꽃은 당근이 없던 시절 음식의 색을 내는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되었다. 원추리 뿌리는 구황식물 중 하나로 뿌리에서 추출한 녹말에 곡식을 섞어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원추리 뿌리는 아들을 낳는 영험이 있다고 하여 옛날에 아들 없는 부인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풍습이 있어서 ‘의남초(宜男草)’라고도 불렀다.

 

⑥ 죽순

이른 봄 땅속에서 돋아나는 대나무의 어린 싹이다. 죽순은 싹이 난 지 10일이 지나면 대나무로 자랄 정도로 생장이 빠르다. 죽순은 정신과 피를 정화해주며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숙취 해소와 스트레스, 불면증, 비만,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육류 요리에 삶은 죽순을 얇게 썰어 넣거나 반찬으로 곁들이면 좋다. <동의보감>에는 “죽순이 머리를 맑게 하고 기를 강화하는 작용이 뛰어나다”고 적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자들의 두뇌 발달을 위한 보양식으로 죽순죽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식물성 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에 설사가 잦은 경우나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editor 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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