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외식기획자가 추천하는 불황 극복 틈새 메뉴 ‘맛있는 밥’

[음식과 사람 2016-4 P.57 Consulting]

 

식당은 밥집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식당의 반찬과 메뉴는 그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한 보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밥맛 좋은 식당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는 맛있는 밥이야말로 강력한 경쟁력이자 틈새 요소라는 얘기다. 이 점을 간파하고 최고의 밥맛을 무기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식당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성업 중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밥맛 좋으면 비싸도 손님 와

일본 후쿠오카 하카다역 9층 식당가에 늘 줄을 서는 식당이 있다. 한국 사람에게도 많이 알려진 이 식당은 밥이 절대 경쟁력이다. 상호가 ‘고항야 쇼보안(ごはん家 椒房庵)’으로 밥값이 저렴하지 않다. 보통 한국 돈으로 1만5000원~2만 원 정도여서 한 끼 식사 기준으로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손님들은 맛있는 밥에 가치를 두고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외벽에 가마솥을 설치하고 점포 중앙에서 인상 좋은 여직원이 가마솥의 밥을 퍼준다. 손님들은 밥 퍼주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경기 광명시에 영업이 잘되는 ‘토담화덕생선구이&보쌈’이라는 생선구이 전문점이 있다. 고등어구이 등을 1만3000원의 높은 가격으로 파는데도 영업이 잘된다. 전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보쌈집이었지만 영업이 부진해 이 아이템으로 업종을 바꿨다. 업종을 전환한 뒤 매출이 2배 정도 늘었다. 이 집의 핵심 성공 요인도 다름 아닌 밥이다. 테이블 위 로스터에 가마솥 밥을 직접 해주는데 갓 도정한 쌀을 사용한다. 밥도 맛있지만 무엇보다 뜨거운 온도 유지가 경쟁력이다.

 

▲ 사진 = flickr

 

맛난 밥의 경쟁력은 업종도 불문

서울 도곡동 대박 고깃집 ‘잰부닥’ 역시 밥이 고객을 끌고 있다. 만 4년 전 새로 오픈하자마자 대박이 났다. 직화구이 삼겹살이 원동력이었지만 가마솥 밥도 큰 구실을 했다. ‘잰부닥’은 새로 문을 연 지 첫 달부터 흑자를 냈고 만 4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본 적이 없다. 지금 이 식당 주인은 ‘반갑다 하대포’ 등 총 5곳의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4곳에서 가마솥 밥을 제공해 고객을 끌어들인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 가마솥 밥을 손님상에 올리려면 일이 고되지만 고객은 절대 선호한다. 서울 양재동 ‘춘업순댓국’은 순대국밥 전문점이지만 특이하게도 냄비 밥을 제공한다. 순대국밥 맛도 준수하지만 고객이 이 식당을 찾는 요인 중 냄비 밥이 한몫한다.

김치찌개 프랜차이즈 ‘대독장’도 귀리밥을 밥통째 테이블 위에 직접 갖다 주는 콘셉트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김치찌개 외에 반찬은 거의 없지만 모든 역량을 밥에 집중하면서 연령 높은 고객은 물론 젊은 고객까지 끌어 모은다.

사실 현재 한국 식당에서 밥이 맛있는 식당은 거의 없다. 이것이 틈새 요소다.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일은 고되지만 고객이 찾아온다. 요즘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집밥이 그리운 것이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이자카야 ‘잇코쿠도(一刻堂)’의 마무리는 솥밥에 미소국이다. 특별한 맛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고객은 진짜 맛있는 밥을 원한다. 그렇지만 전국의 많은 식당 경영자들은 이 부분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editor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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