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4월호

[음식과 사람 2016-4 P.45 Easy Talk]

 

외식업과 그릇은 불가분의 관계다. 음식을 그릇에 담고, 손님이 남기고 간 음식이 담긴 그릇을 씻는 일이 음식점 직원 노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음식점에서 그릇을 용도나 디자인에 맞게 잘 쓰면 음식 맛이 살아날 뿐 아니라 사장님의 센스도 드러난다.

 

‘담음새’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담는 그릇과 그릇의 다양성을 가리킨다. “음식을 눈으로 먹는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담음새가 중요하다. 음식마다 담는 그릇의 종류가 다르다. 전 접시에 동치미를 담을 수 없고, 국그릇에 구운 생선을 담을 수 없다.

‘그릇 맛’이라는 말도 있다. 유리컵에 마시는 막걸리보다 공기로 마시는 막걸리가 더 잘 어울린다. 설렁탕도 뚝배기로 먹어야 제맛이다.

식생활의 콘텐츠와 품격을 높여주는 그릇의 소재가 플라스틱, 금속, 유리, 종이, 고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 중 음식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은 플라스틱 그릇이다.

플라스틱 그릇을 살 때는 용기의 밑바닥이나 옆면의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PE, PP, PC, PET 등 플라스틱의 종류가 표시돼 있을 것이다. PC(폴리카보네이트), PVC(염화비닐) 등 환경호르몬 의심물질(프탈레이트, 비스페놀A)이 든 플라스틱 그릇은 사용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고열의 음식, 뜨거운 물, 알코올(술), 기름진 음식을 담아두거나 햇볕을 직접 받게 하는 등 플라스틱 그릇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플라스틱은 직사광선을 받으면 노화돼 약해지고 깨지기 쉬워진다. 플라스틱 용기에 식용유나 알코올 등을 오래 보관해두면 금이 생기거나 불투명해질 수 있다.

PVC 랩을 사용할 경우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이 음식에 녹아 나오지 않도록 랩으로 싼 음식이 10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사진 = 정희수 기자

플라스틱은 불 옆에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가스레인지, 히터 등 뜨거운 것 옆에 두면 변형될 수 있다. 뜨거운 물에 약하므로 제품 라벨에서 내열 온도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플라스틱 표면은 의외로 부드럽고 상처가 생기기 쉽다. 플라스틱 반찬통이나 밥그릇을 거친 수세미나 솔로 빡빡 닦는 것은 금물이다. 흠집이 생기고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세균이 증식할 수 있어서다. 스펀지나 중성세제로 살살 닦아주는 것이 좋다.

알루미늄 용기를 사용하는 음식점도 많다. 알루미늄은 건강에 해를 줄 수 있는 금속이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알루미늄 섭취와 알츠하이머병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알루미늄은 음료 캔이나 조리 용기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대부분의 음료 캔은 코팅이 잘돼 있어 알루미늄이 거의 녹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캔의 코팅에 상처가 난 경우 알루미늄이 빠져 나올 수 있다. 캔 음료는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식을 싸는 데 쓰이는 알루미늄 포일은 코팅돼 있지 않다. 포일의 반짝이는 면을 코팅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코팅과는 무관하다.

알루미늄 식기에 산(酸)이나 염분이 많은 토마토, 양배추, 매실 절임, 간장 등을 담아 보관하면 알루미늄이 소량 녹아 나올 수 있다. 이런 식품을 알루미늄 포일로 싸서 장기간 보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불소 수지가 코팅된 냄비, 프라이팬을 빈 상태로 2분만 가열해도 380℃ 이상의 고온에 이른다. 이때 유해가스가 나올 수 있다. 빈 냄비나 프라이팬을 오래 가열하면 주방도구가 망가질 뿐 아니라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editor 박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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