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회 먹지 말라는 속설은 냉장시설 없던 조선시대 이야기

농어회 한접시 ⓒ수협중앙회
농어회 한접시 ⓒ수협중앙회

우리나라는 예부터 생선회를 즐겼던 나라다. 정약전이 기록한 ‘자산어보’에 여러가지 생선을 회로 먹었다는 내용이 나올 만큼 역사가 오래된 음식문화다.

하지만 예로부터 여름철엔 생선회를 먹지 말라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틀린 얘기다. 어디까지나 과거의 얘기다. 운송수단이 발달해 24시간 수온조절과 산소공급이 가능한 물차가 전구 방방곡곡을 누비는 요즘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름철 생선회를 먹고 탈이 난다면 그것은 계절 탓이 아니라 그 생선회를 취급하는 음식점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회 맛의 제1의 조건은 제철에 달려 있다. 생선회에서 제철이라 함은 산란을 준비하면서 지방과 영양분을 품은 두툼한 살을 가진 횟감을 말한다.

그렇다면 여름철에는 어떤 회가 맛이 있을까. 여름철 대표적인 생선회는 농어다. 농어는 7월부터 10월까지 계속해서 살을 찌우기 때문에 여름철 자연산 농어는 지방기가 많고 육질이 단단해 통통한 식감과 고소한 감칠맛이 훌륭하다.

두번째는 도다리(문치가자미)다. 도다리는 봄 도다리가 유명하지만 실제 도다리가 본격적으로 살을 찌우는 시기는 6~8월까지다. 손으로 잡아보았을 때 두께가 두꺼은 도다리일수록 그 맛과 식감이 그만이다.

숭어회 ⓒ해양수산부
숭어회 ⓒ해양수산부

세번째는 전갱이.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잡히는 전갱이는 고급 일식집에서 특선회로 나올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전갱이의 회는 방어나 참치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름지고 고소하다.

네번째는 '아나고'로 불리는 붕장어다. 통영과 부산이 유명하다. 기장에서는 짚을 태워 굽는 짚불붕장어가 별미다. 붕장어는 구이만큼이나 회도 맛있다. 기장에서는 마치 눈꽃처럼 뼈째로 잘게 다져 먹는다. 부산에서는 이 붕장어회를 초고추장과 참기름, 깨소금, 다진 마늘 등과 함께 비빈 다음 밥과 함께 쌈을 싸서 먹는다.

다섯번째는 숭어다. 여름철 숭어를 흔히 '보리숭어'라고 한다. 늦봄, 보리가 익어가는 5~6월에 잡히는 숭어를 말한다. 이 시기에 거센 물결을 타고 올라오는 숭어는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쫄깃하다. 숭어는 육고기와 비교시 단백질 함유량이 뛰어나고 미네랄과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 회복과 기력 보충에 좋다.

여섯번째는 '버터피시'로 불리는 병어다. 눈처럼 하얗고 결이 고운 살은 고소하기가 버터와 비슷하다. 비린내가 없어 전라도에서는 제사상에도 올릴 정도로 귀한 생선이다.

일곱번째는 민어다. 민어가 여름에 맛이 좋은 이유는 산란 시기와 연관이 있다. 7~9월에 산란하러 연안으로 들어온다. 산란기에 접어든 민어는 살을 찌우기 때문에 생선회 뿐만 아니라 민어전, 민어탕으로 즐겨도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민어회 ⓒ수협중앙회
민어회 ⓒ수협중앙회

일반 소비자들은 펄떡이는 생선이 싱싱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활어의 활력은 컨디션에 있다고 보면 된다. 수조 적응을 마친 활어는 꺼냈을 때 생각보다 날뛰지 않는다.

서초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서광민(55) 씨는 “광어와 노래미는 바닥에 배를 대고 움직이지 않는게 좋은 활어다. 우럭과 참돔, 농어는 중층에서 정지한 듯 조용히 유영해야 좋은 활어다. 방어나 전어 등 등푸른생선은 건졌을 때 날뛰는 생선이 싱싱한 활어”라고 덧붙였다.

활어를 고를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상처가 없고 비늘이 온전히 붙어 있어야 한다. 눈동자는 맑고 지느러미가 쩍 갈라졌거나 상처가 적은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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