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사람 2024.03. P.42-45 Local Analysis]

매출 ⓒPixabay
매출 ⓒPixabay

editor 창업통TV 김상훈 대표

요즘 시대 음식점 경영자들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공부할 것도 많다. 왜일까? 1990년대에 비해 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다. 우선 음식점 수가 2배 이상 늘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음식점 수는 36만 개를 넘지 않았다.

2024년 현재 국내 음식점 수는 무려 70만 개에 달한다, 1990년대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전자상거래도 없었다. ‘퇴직하고 할 일 없으면 음식점이나 하면 되지 뭐’ 하는 유행어마저 회자되던 시기였다. 음식점 오픈해서 맛만 있으면 먹고사는 데 지장 없던 시기였다. 요즘 시각으로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하고 새봄이 오는 길목에서도 음식점 경영자들의 머리는 지끈거린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매출 문제다.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매장을 운영해도 매출을 더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식사 매출을 더 강화할지, 주류 매출을 더 올려야 할지도 고민이다. 내 가게에 적합한 매출 증대 전략을 정리했다.

주류 매출을 올리고픈 어느 칼국숫집 이야기

얼마 전 한통의 상담 전화를 받았다. 지방 상권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전화였다. 1층 30평짜리 칼국수 전문점이고, 월세 220만 원에 한 달 매출은 2000만 원 정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월 임차료 대비 매출액 관점에서 본다면 비교적 무난하게 운영하고 있는 칼국수 전문점으로 판단됐다.

그럼에도 칼국숫집 사장님은 점심식사 손님은 충분하기 때문에 저녁시간대에 주류 메뉴를 팔고 싶다고 했다. 고려 중인 저녁 메뉴는 전골이나 삼겹살이라고 했고, 그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인터넷 로드뷰를 통해 해당 매장을 살폈다. 상권 분석 시스템을 통해 해당 상권에 대한 상권 분석 데이터도 확인했다. 1차적으로, 현재 상태에서 주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삼겹살이나 전골 메뉴를 추가한다고 해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다. 현재의 칼국숫집 분위기는 전형적인 동네 상권 식당이다. 소비자들에게 칼국수 전문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선은 주류 매출보다 칼국수 매출을 더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선 칼국수 전문점으로서의 브랜딩 전략이 시급했다. 독립점 형태의 동네 칼국숫집에서 칼국수를 손수 빚어내는 사장님에 대한 시각적 연출, 메뉴 사진 연출, 스토리보드 만들기, 한 줄의 슬로건 제작 등으로 신규 칼국수 손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물론 주류 매출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OO칼국수’ 간판으로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상호부터 저녁시간대 술 한잔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는 신규 상호로 간판을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삼겹에 칼국수’ 같은 상호를 띄우는 것이 필요하며, 저녁시간엔 술맛 나는 분위기의 조명등을 설치하는 등 시설 보완도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운영 시스템과 재투자 여건을 감안한 결과 주류 메뉴를 삽입하는 것보다는 기존 칼국수 메뉴를 수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6가지가 넘는 칼국수 종류를 줄이고 오히려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칼국수정식’ 메뉴를 추가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다음으로는 브랜딩 전략을 통해 점포 외부를 새롭게 연출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식사 메뉴 매출이 많은 식당에서 콘셉트를 전혀 바꾸지 않고 술안주 메뉴를 1~2개 추가한다고 해서 주류 매출이 곧바로 발생하지는 않음을 시사하는 현장 사례 중 하나다.

해물 칼국수와 보리밥 ⓒ한국외식신문
해물 칼국수와 보리밥 ⓒ한국외식신문

 

상권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식사·주류 매출 분석

매출 증대를 위해 고민하는 음식점들은 위의 칼국숫집 사례처럼 단순하게 메뉴 추가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메뉴를 추가한다고 해서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들 리 없다. 우리나라 외식 소비자들의 외식 구매 패턴을 보면 곁가지로 서비스하는 메뉴를 먹기 위해선 결코 줄을 서지 않는다. 예컨대 고기 메뉴를 먹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주변에 고기 전문점이 널려 있으므로 맛이 검증된 만족도 높은 고깃집을 찾아가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식사 매출과 주류 매출을 고민하는 음식점 경영자 입장에서 어느 메뉴를 더 강화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상권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소상공인 상권 분석 시스템(sg.sbiz.or.kr)에 접속해 간단하게 무료로 회원 가입을 하면 상권 분석 프로그램을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우리 가게의 주소를 입력하고 상세 분석 버튼을 누르면 최근 내 가게가 속한 상권을 분석한 데이터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경 200m, 500m, 1km 내에 경쟁업체가 몇 개인지, 1년 전에 대비한 경쟁업체의 증가 추이도 데이터로 확인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매출 분석 섹션이다. 내 가게를 중심으로 동일 업종 음식점들의 1년간 평균매출액 추이와 방문객 수, 빌단가(영수증 평균금액)도 확인할 수 있다. 요일별 매출액은 물론 시간대별 매출액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점심시간대 매출이 높은 곳은 식사 매출이 많은 상권이고, 저녁시간대 매출이 높은 곳은 주류 매출이 높은 상권이다.

앞서 소개한 칼국숫집 상권의 경우 점심시간대 매출은 60%에 달하지만,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의 저녁시간대 매출액은 25%에 불과했다. 이 상권은 낮시간대 매출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권 입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단순히 직감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상권 분석 시스템의 빅데이터 자료에 나타난 매출 특성 데이터를 통해 식사 매출과 주류 매출의 황금 비율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술 ⓒPixabay
다양한 종류의 술 ⓒPixabay

식사 메뉴 전문 식당에 하이볼을 추가한다면?

식사 메뉴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음식점 경영자들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공통적인 고민으로 객단가(고객 평균금액)는 낮고 원가는 높다고 하소연한다. 당연지사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높지 않다. 손님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가격은 1만 원 내외 가격대다. 객단가가 낮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식사 메뉴 전문 식당의 경우 회전율을 높이면서 박리다매로 많이 판매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일본 상권 내 식사 메뉴 전문 식당의 사례는 어떨까? 우동집, 라멘집, 규동 덮밥집 등 어떤 음식점을 가더라도 식사 메뉴만 파는 음식점은 별로 없다. 식사 메뉴 전문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주류 메뉴를 구색으로 갖추고 있다. 우동 한 그릇, 라멘 한 그릇을 먹더라도 생맥주나 하이볼 한잔을 곁들이면서 라멘, 우동, 덮밥을 먹는 소비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소비 환경과 다른 측면도 존재하지만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다. 즉 식사 메뉴를 판매하면서 부담 없는 하이볼 한잔, 생맥주 한잔 메뉴를 추가로 판매하거나 세트 메뉴로 판매한다면 객단가는 1만 원에서 1만5000원 이상 상승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를 경험한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낮술 한잔’ 트렌드에 익숙해졌다. 그런 측면에서 식사 메뉴 전문 식당들도 술 한잔 세트 메뉴를 판매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국내 하이볼 인구가 급증했다.

요즘 신세대 상권 주점이나 식당들을 찾다 보면 하이볼을 팔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다. 하이볼 메뉴는 저도주 유행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제조 방법도 어렵지 않다. 구입 단가에 거품이 많은 ‘산토리하이볼’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하이볼 메뉴는 얼마든지 서비스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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